본문바로가기
최나연이 소렌스탐 퍼팅을 연구하는 이유?

김두용 기자 기자2013.10.21 오후 5:25

폰트축소 폰트확대

뉴스이미지

그린에서 슬라이스, 훅, 오르막 내리막 경사가 있는 부분을 가리키며 캐디와 퍼팅 라인을 상의한다. 프로 골퍼가 턴 포인트를 일일이 짚으며 캐디와 라인을 꼼꼼히 살피는 모습은 보기 드문 광경이다. 보통은 선수와 캐디가 아래 위로 앉아서 라인을 살피며 의견 교환을 하는 정도다. 누구보다도 퍼팅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프로는 다름 아닌 최나연(26·SK텔레콤)이다.

첫 승에 목마른 최나연은 요즘 퍼팅 교정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시즌 중 퍼팅 그립까지 바꾸는 모험을 걸었다. 오른손 잡이 최나연은 3주 전까지만 해도 정상 그립으로 대회를 치르다 최근에는 크로스 핸드 그립(왼손을 오른손 아래로 잡는 방법)으로 변화를 줬다. 중국에서 열린 LPGA 투어 레인우드 클래식부터 조금씩 역그립을 잡기 시작한 최나연은 20일 끝난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는 바꾼 퍼팅 그립으로 대부분의 퍼트를 시도했다. 최나연은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 1개를 낚으며 2언더파 공동 17위로 마무리했다. 변화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최나연은 “3주 정도 됐는데 롤이 괜찮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해 퍼팅이 되지 않아 절치부심했던 그는 마침 해결책을 찾은 듯한 표정이다. “퍼팅이 유독 안 돼서 고민을 많이 했다. 신선한 변화를 줘보자고 해서 기술적으로 확 바꿨다.” 모험적인 결정을 하는 데는 국내 스윙 코치인 로빈의 조언이 있었다. 그리고 최나연 또한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퍼팅을 현미경 연구하는 등 바뀐 그립에 대한 적응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매주 그린 상태와 타입이 다른 곳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린다. 거리감과 스피드 등을 조정하기 위해선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박세리가 크로스 핸드 그립을 사용하면서 이 그립에 대한 열풍이 분 적이 있다. 박세리뿐 아니라 ‘골든 베어’ 잭 니클로스(미국)와 최경주(SK텔레콤)도 역그립으로 퍼팅 감각을 끌어올렸다. 최경주는 2005년 SK텔레콤오픈에서 크로스 핸드 그립으로 바꾼 직후 우승을 차지해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쏜 바 있다.

그러나 크로스 핸드 그립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크로스 핸드 그립 퍼팅은 오른팔이 구부러져 피스톤과 같은 추진력을 발휘하는데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정확한 감각으로 양팔과 어깨, 퍼터를 앞뒤로 움직여줘야 한다. 이로 인해 충분한 적응 시간과 연습량이 필요하다. 최나연은 “아직까지 롱퍼팅은 정상 그립으로 하고 있다. 바뀐 그립을 완벽히 구사하려면 더 많은 연구와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0년 LPGA 상금랭킹 1위를 차지했던 최나연이 퍼팅 교정으로 다시 세계를 호령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