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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40주년 맞은 신한동해오픈

남화영 기자2024.08.19 오전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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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주년 맞이 역대 챔피언 포스터 [사진=신한금융그룹]

일본의 성공한 재일 교포들이 고향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던 대회 신한동해오픈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아 다음달 4일부터 개최된다.

한국남자프로골프(KPGA)투어는 올해 22개 대회를 개최하는데 가장 오래된 대회는 67회를 치른 KPGA선수권이고, 내셔널타이틀인 코오롱한국오픈은 66번 대회를 치렀다. 1982년 창설된 GS칼텍스 매경오픈은 43회였으니 단일 대회 횟수로는 신한동해오픈이 네 번째다. 그 뒤로는 27회를 치른 SK텔레콤오픈이다.

올해 신설되는 대회가 7개이고 10년이 안된 대회가 상당수인 KPGA투어 환경에서 40번 개최하는 건 의미가 크다. 게다가 단일 스폰서로는 30년간으로 가장 오랜 대회다. 다른 대회들은 주관처와 후원사가 종종 바뀌기도 했으나 후원사가 30년을 지속했다는 건 평가받을 일이다.

신한동해오픈은 15살에 일본에 건너가 오사카를 중심으로 교포들 사이에 신망높은 이희건 회장을 포함한 일본 나라현의 코마컨트리클럽(CC)의 싱글골프회(KGS)에서 고국에 골프 대회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하면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애초 대회 이름도 그들이 건너갔던 바다를 딴 ‘동해오픈’이었다.

골프장 입구와 다보탑 [사진=권상일]

고구려나 고려의 일본식 이름 ‘코마’를 딴 이 골프장은 1980년에 개장했다. 재일 교포들이 골프를 치고 싶어도 일본 회원제 골프장에서 쉽게 회원 가입이 되지 못하자 이희건 회장과 오사카의 교포들이 돈을 모아 만든 골프장이다. 그래서 골프장 입구에 다보탑이 있고, 그늘집은 팔각정으로 만들었고, 코스 로고는 무궁화를 그렸고, 식사로는 곰탕이 유명하다.

코마 골프장이 개장한 이듬해 교포들이 돈을 모아 동해오픈을 열었고, 또 이듬해인 1982년 7월7일에 민간 시중은행으로는 국내 최초로 신한은행이 창립되었다. 이후 일본에서 돈을 번 재일 교포들은 고국에 88올림픽 후원금도 내고 골프장도 지었다. 레이크사이드, 한성, 제일CC 등의 골프장이 교포들의 투자로 지어졌다.

동해오픈 제 1회 대회 총상금은 1500만원에 우승 상금 3백만원으로 한장상이 우승했는데 당시로서는 두 번째로 많은 상금을 받는 대회였다. 그러다 9회 대회인 1989년에 총상금 2억원에 우승 상금 4천만원의 대회로 성장했다. 신한은행이 메인 후원사가 되면서 대회명이 ‘신한동해오픈’이 된다.

재일교포들이 만든 코마 골프장

신한동해오픈은 시련도 겪었다. 1997년말 닥친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나라는 IMF구제금융 체제에 들면서 1998년과 99년 대회는 열리지 못했다. 빠르게 구제금융을 극복한 뒤 2000년의 18회 신한동해오픈부터 다시 이어나갔다. 하지만 2003~4년은 은행이 금융지주사로 재편, 통합되는 시기여서 골프 대회가 이어질 후원이 부족했다.

2005년에 21회 대회를 개최할 때는 총상금을 6억원으로 1억원을 인상하고 우승 상금도 1억2천만원으로 올랐다. 그 뒤로는 흔들림없이 대회가 매년 이어지고 상금도 꾸준히 올랐다. 최경주, 위창수를 비롯해 해외의 유명한 짐 퓨릭(미국),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가 초청 출전하기도 했다.

2017년 제33회 대회부터는 아시안투어와 공동 주관으로 열리면서 아시아의 최고 선수를 가리는 국제 대회가 됐다. 2019년부터는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프로골프투어(JGTO)까지 3개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대회로 격상되었다. 이에 따라 우승자가 받는 세계 랭킹 포인트도 국내에서 가장 높다.

이희건 회장 흉상 앞에 선 강정부 회장 [사진=권상일]

애초 대회를 설립할 때 자금을 냈던 후원자들은 신한금융이 후원사가 된 뒤로도 대회 때면 현장을 찾았고, 지난 2017년 대회에는 후원사가 없는 출전 선수들에게 임시 후원자 역할도 했다. 코마CC 개장 40주년을 기념해 일본에서 열리려던 이 대회는 2022년에 열렸다. 대회를 만들었던 교포들의 자부심과 감동이 대단했다고 한다.

대회를 무사히 마친 뒤에 이 골프장 로비에는 출전했던 한국 일본 아시아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보드가 걸렸고, 설립자인 이희건 회장의 흉상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2011년에 세상을 떠난 이 회장의 묘소도 골프장과 연결된 곳에 마련되어 있다.

대회 설립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올해 85세의 강정부 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부분적이나마 한국어로 말했다. 그는 “대회가 앞으로도 잘 성장해주기를 바란다”면서 “교포들의 후원금으로 시작한 대회가 40주년을 지나서도 계속 이어지기를 빈다”고 말했다. 이 대회의 슬로건은 ‘전통을 잇고 미래를 열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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