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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루퍼트, 유럽 골프투어의 막후 실력자

남화영 기자2024.10.07 오전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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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트(가운데)와 모나한 PGA투어 커미셔너(맨 왼쪽)와 빌리 호셜, 매킬로이 부친

지난 주말 세계 골프투어를 이끄는 최고 파워맨들이 스코틀랜드의 DP월드투어 대회로 모였다. 그걸 가능하게 한 막후 실력자는 요한 루퍼트 리치몬드 그룹 회장이었다.

목요일에 시작한 유럽 투어 알프레드던힐링크스챔피언십에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 리브(LIV)골프 후원사인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 야시르 알 루마얀 총재, 가이 키닝스 DP월드투어 최고경영자(CEO)가 프로암 형식의 이 대회에 출전했다. 모나한과 루마얀은 지난해 6월 공동 인터뷰 이후 처음 모인 공식 이벤트였다.

올해 74세의 골프광인 재벌 루퍼트가 이들을 초대했다. 그는 DP월드투어의 명예 부사장이면서 고국 남아공에서는 남아공PGA투어 회장이다. 자국 선수들은 물론 영미 지역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매년 남아공 음푸말랑가 사파리 야생공원 인근에 있는 자신의 레오파드크릭 골프장에서 매년 12월 DP월드투어 알프레드던힐챔피언십도 개최한다.

리치몬드는 1988년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한 시계, 보석, 패션 상품을 파는 럭셔리 브랜드 그룹이다. LVMH과 에르메스에 명품 업계 3위지만, 특히 명품 시계 부문에서는 바쉐론 콘스탄틴 등 고가 브랜드를 다수 보유해 스와치 그룹과 함께 빅2로 여겨진다. 패션 가죽용품 브랜드로는 알프레드던힐, 주얼리 브랜드도 피아제, 까르띠에 등을 보유하고 있다.

콜사르트에게 축하받는 해튼 [사진=DP월드투어]

루퍼트가 23년째 후원하고 있는 이 대회는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와 인근 킹스반스와 카누스티 골프링크스의 3개 코스에서 순회하며 열린다. 프로 선수와 아마추어 선수가 짝을 이뤄 시합하는데 1라운드는 모나한이 PGA투어의 빌리 호셸(미국), 루마얀은 리브골프의 딘 버미스터(남아프리카공화국)와 한 팀을 이뤘다.

3라운드에서는 모나한이 리브골프의 루이 우스투이젠(남아공), 루마얀은 PGA투어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파트너가 되기도 했다. 매킬로이는 공공연하게 리브골프에 거부감을 표명했던 만큼 이번 조합은 절묘하면서도 관심을 받았다. 투어의 통합 협상이 결론나지 않았는데 존 람(스페인) 등 리브골프 선수 14명이 출전해 초미의 주목을 받았다.

마지막날 대회는 리브골프 테릴 해튼(잉글랜드)이 니콜라스 콜사르트(벨기에)에 한 타차 우승했다. 토미 플릿우드(잉글랜드)가 3위에 리브골프 존 람(스페인)이 공동 7위, 브룩스 켑카(미국)가 공동 10위로 마치는 등 각 투어 대표 선수들이 리더보드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관심은 우승자보다는 투어 수장들의 라운드에 더 쏠렸다.

루퍼트는 현대 남자 골프 투어의 미래가 어느 때보다 불분명한 지금 상황에서 PGA투어 커미셔너와 PIF 총재를 설득하거나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파워맨이다. 가이 키닝스는 지난 며칠간 투어 운영위와 선수간 협상에서 확실히 진전이 있었다고 판단한다.

루퍼트와 루마얀 총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키닝스는 “요한과는 정말 잘 통하는 사이”라면서 “그는 대통령과도 정기적으로 대화하는 사람으로 넬슨 만델라는 가까웠고, 마이클 보널락(전 R&A 회장)의 절친한 친구였고 마크 맥코맥(IMG 설립자) 등과도 친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어에 참여한 캐디들의 사랑을 받았고, 모든 수준의 사람들을 알고 이 비즈니스를 잘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루퍼트는 개인적으로 많은 선수들을 후원한다. 레오퍼드크릭 골프장 인근에서 자란 트리스톤 로렌스는 “프로 데뷔 후 RSA골프협회를 통해 요한을 만났는데 그는 어디에나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면서 “인종과 상관없이 고군분투하는 선수를 돕고 모든 사람이 꿈을 좇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키닝스 CEO는 “이번 주 경기장을 보시면 DP월드투어 선수, PGA투어, 리브선수들이 섞여 있고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이라면서 “요한은 모든 사람을 하나로 모으고 있고, 대회를 후원하면서 경기를 전 세계로 이끌고 싶어하는데 우리가 기회를 잘 활용해 골프를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평가했다.

이 대회는 25위로 마친 로리 매킬로이는 “많은 훌륭한 선수들이 그에게 많은 빚을 지는데 저도 그렇다”면서 “17년 전에 이 대회에 초청 출전했고 그게 내 인생을 바꾼 한 주였으니 앞으로도 항상 감사할 것”이라고 회고했다. 매킬로이는 투어 진출을 위한 예선전 없이 2007년 이 대회에서 3위로 마치면서 이듬해 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루퍼트가 마련한 무대에서 PGA투어 커미셔너와 PIF 총재, DP월드 CEO, 그리고 함께 경기한 매킬로이, 우스투이젠, 람 등 각 투어 대표 선수들은 서로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투어의 통합이 멀지 않았다는 청신호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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