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분석] 셰플러는 어떻게 '퍼트 귀재'가 됐나

남화영 기자2024.10.09 오전 9:38

폰트축소 폰트확대

뉴스이미지

더플레이어스에서 퍼트하는 셰플러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이른바 '퍼트의 귀재'로 변모했다. 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시즌 7승을 거두면서 압도적인 한 해를 마친 비결은 퍼트에 있었다. 한때 182위까지 내려간 퍼트 순위는 46위까지 올라섰기 때문이다.

단년제로 바뀐 올해 초반 아놀드파머인비테이셔널부터 시그니처 대회에서 무려 4승에, 메이저 마스터스, 가장 큰 상금이 걸린 더플레이어스와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투어 최종전까지 제패했다. 공식 상금만 2923만 달러에 달했고 PGA투어 보너스로 2500만 달러를 받는 등 한 시즌 역대 스포츠 스타 중 최고의 상금 수입액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원래부터 샷 메이킹은 투어 최고였던 셰플러가 올해는 퍼트 실력까지 평균 이상을 장착한 것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전성기에 맞먹는 성적을 가능하게 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최근 셰플러의 샷 데이터 통계 기사를 실었다. 미국 UCLA 브루인스 스포츠 애널리틱스 연구소에서 그의 지난해와 올해 타수 이득(SG:Stroke Gained) 분석을 바탕으로 했다.

셰플러는 지난 2022~2023년 시즌에 2승을 올렸다. 이는 대부분 티에서 그린까지의 라운드당 타수 이득 2.615타로 거둔 성과다. 4라운드로 확장하면 대회 당 그린에 도달하기까지 그는 평균 선수들보다 10.46타를 더 줄였다는 얘기다. 길고 똑바로 날아가는 티샷에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아이언샷과 예리한 어프로치는 투어 최상위였다.

셰플러의 2년간 티에서 그린까지 타수 이득 변화

놀라운 볼 스트라이킹 능력과 달리 그린 위의 공을 굴리는 퍼트 부문에서 셰플러는 지난해 평균 이하의 성적을 냈다. 그린에서의 타수 이득은 162위에 불과했고, PGA투어 한 라운드 퍼트 부문 성적이 최하위인 평균 31타였다. 그런데 올해는 이 분야 전체 퍼트가 69위로 올라섰다.

이 연구소는 셰플러의 티샷부터 그린에 이르기까지 데이터와 퍼트 스트로크의 지난 2년간 출전 대회 전부의 타수 이득을 비교했다. 지난 두 시즌에 출전한 40개 이상의 대회에서 나온 타수 이득을 비교하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티에서 그린까지의 라운드당 타수 이득은 0.005타의 개선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에 2.84타였으며, 2024년에는 2.845타로 올랐다.

두 시즌 모두 티샷에서 그린에 이르기까지는 투어 1위였다. 2년 연속 평균 선수들보다 매 대회마다 10타 이상씩 뛰어났다는 의미다. 그런데 퍼트에서는 지난 시즌 –0.13타에서 올 시즌은 0.16타로 상승했다. 평균 0.29타 차이는 4라운드로 넓히면 1.16타로 늘어난다. 지난해는 평균보다 못했으나 올해는 평균 이상으로 올라섰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셰플러의 그린위 퍼트 게임에서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이 매체는 셰플러가 퍼트 코치 필 캐년과 함께 이룬 변화를 추적했다. 변화의 시작은 지난해 6월초였다. 더플레이어스에서 시즌 2승을 올린 뒤로 퍼트가 영 불만이었던 셰플러는 헤드 모양으로는 블레이드와 말렛을 헤드 크기와 디자인도 각종 모델을 번갈아 테스트 했다.

셰플러의 2년간 퍼트의 타수 이득 변화

그런 뒤에 지난해 9월 말에 라이더컵을 앞두고 캐년의 조언에 따라 셋업에서 기술적인 조정을 시도했다. 팔뚝을 샤프트에 맞추고 셋업 자세에서 퍼터의 토를 낮추려 했다. 그러기 위해 더 큰 그립으로 바꾸고, 헤드 위의 넥을 편하게 조정했다. 그렇게 안정적이면서 일관된 퍼트 스트로크 자세를 잡아나갔다.

지난 3월 초 플로리다 베이힐에서 열린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직전에 퍼터를 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 투어X로 최종 선택했다. 지난해 페덱스 플레이오프에서 짧게 테스트한 적이 있었다. 2024년 모델은 이전 퍼터보다 0.5인치 더 길고 상단에 라인 조준선이 있는 L-넥에 로프트 3도에 72도의 라이각이 나왔다.

셰플러는 까다로운 베이힐 그린에서 타수 이득 4.88타를 기록하며 5타 차로 우승했다. 이후로 더플레이어스에서는 마지막 날 5타차 역전극을 달성했고, 유리알 그린으로 악명높은 마스터스까지 휩쓸었다. 지난해 그린에서 짧은 거리 퍼트를 놓치고 모자 챙을 내리던 셰플러가 더 이상 아니었다.

이 매체는 중장거리 클러치도 종종 성공시키기에 이른 셰플러의 퍼트의 변화 기간을 네 단계로 나누고 기간 별 퍼트 성적도 분석했다.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반년의 기간에 셰플러는 평균 선수들보다 못한 퍼트 성적을 내면서도 2승을 올렸다. 당시 퍼트의 타수 이득은 –0.055타로 퍼트 순위 107위였다.

셰플러의 2년간 퍼트 개선 4단계의 타수 이득 변화

두 번째 기간인 6월부터 9월까지 셰플러는 불확실한 퍼트를 개선하려 다짐하고 다양한 퍼터를 바꿔가며 테스트 하던 기간이다. 그 과정에서 퍼트 성적은 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린에서의 타수 이득은 라운드당 –0.43타였고 퍼트 순위는 182위로 투어 최하위에 가까웠다. 물론 우승이 없었다.

세 번째 단계는 기술적 변화 기간으로 시즌을 마친 9월에서 올해 3월까지의 반 년간에 걸친 셋업 변화와 적응 기간이 이에 해당한다. 그 보답인지 올 초부터는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라운드마다 타수 이득은 –0.175타로 올라갔으나 퍼트 순위는 142위에 그쳤다.

마지막 단계는 3월에 첫승을 거두고 평균 이상으로 올라선 지금의 기간이다. 셰플러는 퍼터 교체와 셋업의 자세 변화를 두고 “지난 1년 동안 거의 평생을 살아온 것 같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3월부터 스파이더 투어 X를 사용한 5개월간은 타수 이득 +0.275타였고 퍼트 순위는 46위였다. 4라운드로 넓히면 평균 선수들보다 1.1타를 더 줄였다는 의미다.

셰플러의 타수 이득 그래프를 보면 앞으로 압도적으로 투어를 지배할 것 같다. 우선 일관된 볼 스트라이킹이 놀랍다. 티에서 그린까지 큰 차이로 선두를 지킨 가운데 올해의 빨간색 점이 검은색 점보다 중앙에 더 단단히 모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변동성이 더 줄었음을 방증한다.

특히 2024년의 티에서 그린까지 타수 이득(SG:TTG)값은 지난 시즌보다 그룹 중앙값 주위에 43% 더 긴밀하게 모여 있다. 두 시즌 모두 최고였으나 올 시즌에 일관성이 43% 더 높아졌다. 게다가 퍼트 부문도 3월부터는 대회당 한 타 이상 뛰어나다. 우승 순간 클러치 퍼트를 넣고 포효하는 셰플러의 카리스마는 내년 시즌부터는 더 늘어날 것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