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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향의 첫 승 원동력된 무모한 도전, 틴컵

성호준 기자2014.11.20 오전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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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노 클래식에서 L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이미향.

2012년 미국 위스컨신 주 블랙울프런 골프장에서 벌어진 US 여자오픈 13번 홀.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바로 그 골프장이었고, 13번 홀은 2012년 우승자인 최나연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물에 빠질 뻔했던 공이 돌을 맞고 그린 쪽으로 튀어 파를 세이브하게 해준 곳이다.

당시 19살의 LPGA 투어 2부 투어 선수 이미향은 2라운드 이 홀에서 물 옆에 있는 핀을 페이드로 공략했다. 생각보다 페이드가 많이 걸려 물에 빠졌다. 빨간색 병행 헤저드 말뚝이었기 때문에 공이 물에 들어간 입구 근처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향은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는 공을 친 곳에 다시 드롭했다. 주위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장소에서 친 공은 또 다시 물에 빠졌다. 이번에도 이미향은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세 번째 공도 그 자리에서 쳤고 또 물에 빠졌다.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골프 영화 틴컵을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틴컵에서 코스트너는 US오픈에서 선두로 파 5인 마지막 홀에 와 2온을 시도하다 공이 그린 앞에 있는 호수에 계속 빠졌다. 그러나 헤저드 앞으로 가서 공을 치지 않고 있던 그 자리에서 치는 고집을 부린다.

이미향의 네 번째 공, 그러니까 벌타 3개를 포함해 8번째 샷은 예쁘게 페이드가 걸려 그린에 섰다. 이미향은 이를 1퍼트로 마무리했다. 이 홀에서 타수는 5오버파인 9타.

틴컵에서 코스트너는 12타로 마무리한다. 코스트너는 이 무모한 도전으로 잃었던 인생을 복원하고 미녀(르네 루소)를 얻었다. 이미향은 자신의 무모한 도전은 그의 첫 번째 LPGA 투어 우승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미향은 지난 9일 벌어진 LPGA 투어 미즈노 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연장 5번째 홀에서 두 번째 친 샷이 예술이었다. 페이드가 살짝 걸린 이 공은 190야드에서 3번 아이언 대용 하이브리드로 핀 50cm 옆에 붙었다. 혼자 버디를 잡았고 우승했다.

이미향을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 투어 챔피언십이 벌어지는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장에서 20일 만났다.

이미향은 “미즈노 클래식 연장이 벌어진 홀은 매우 어려운 홀이었다. 파를 하면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린 중앙을 보고 똑바로 샷을 해 2퍼트 파로 마무리하는 작전을 썼다. 그러나 연장에 들어간 세 명 모두 계속 파를 했다.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장 다섯 번째 홀에서 핀을 직접 보고 공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핀은 그린 앞 왼쪽에 꽂혀 있었다. 직접 공략하는 것은 모험이었다. 운이 나쁘게도 다섯 번째 연장에선 드라이브샷이 가장 좋지 않았다. 이전에는 5번 아이언 정도로 그린을 공략했는데 190야드나 남아 3번 아이언 대용 하이브리드를 쳐야 했다. 그러나 공격하기로 먹은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이미향은 그림처럼 예쁜 페이드샷을 걸어 공을 핀 50cm 옆에 세웠다. 그리고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이미향은 2012년 US여자오픈 13번 홀에서 친 페이드샷들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 때 압박감 속에서 페이드를 치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미향은 “세번 물에 빠졌지만 네번째 샷은 마음에 들었다. 이후 그 샷을 연습했다. 이제 결정적일 때 쓸 수 있는 무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미향은 또 이일희 선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5번째 연장에서 핀에 붙였을 때 이일희 선수가 와서 “정말 잘했다”고 칭찬을 해줬다고 한다. 그가 우승을 확정하고 나서는 이일희가 다가와 따뜻한 포옹을 해줬다. 이미향은“함께 경쟁했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포옹이었다. 나의 우승을 언니의 우승처럼 기뻐하는 마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네이플스=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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