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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부활한' 이창우 "첫 우승이 너무나도 간절했다"

김현지 기자2020.09.27 오후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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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사진=KPGA]

이창우가 프로 데뷔 7년 만에 첫 승을 연장 접전 끝에 샷 이글로 만들어냈다. 오랜 기다림만큼이나 짜릿한 명장면으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이창우는 지난 2013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코리안투어 첫 승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우승은 프로 전향 후 프로 신분으로 기록한 프로 무대 첫 승이다.

이창우는 27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파72, 7216야드)에서 2020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를 쳤다. 최종합계 3언더파 285타를 기록한 이창우는 연장 네번째 홀에서 짜릿한 샷이글으로 전재한을 누르고 우승했다.

공동 2위 그룹에 1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이창우는 첫 홀부터 쓰리퍼트로 보기를 범하며 선두 자리를 내어줬다. 이후 아쉬운 장면은 계속해서 연출됐다. 7번 홀(파4)에서는 약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치며 선두 탈환 기회를 놓쳤다. 그러던 중 9번 홀(파5)에서 약 9m 거리의 버디 퍼트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어 12번 홀(파5)과 13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로 나선 이창우는 17번 홀(파4)에서 약 2.3m 거리의 파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하며 공동 선두가 됐다. 18번 홀(파5)에서도 타수를 줄이지 못한 이창우는 결국 동타로 경기를 마친 전재훈, 김태훈과 승부를 연장전으로 이어갔다.

연장 1차전에서는 김태훈이 보기를 범하며 준우승을 확정했다. 이창우는 약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남겨 우승에 가까워진 듯 했지만 이를 놓치며 파를 기록해 전재한과 연장 2차전에 나섰다. 연장 2차전에서는 두 선수 모두 약 2m 거리의 짧은 버디 퍼트를 놓쳤다. 연장 3차전에서 역시 이창우는 약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쳤다. 이창우의 퍼트는 계속해서 홀 컵을 외면했고, 연장 4차전에서 이창우는 결국 회심의 샷이글로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연장 4차전에서 이창우의 티 샷은 벙커에 빠졌고, 벙커에서 친 샷은 세미러프에 놓였다. 이창우는 핀과 약 85m 거리에서 핀을 향해 샷을 했고, 이창우의 공은 핀 앞에 떨어져 튕긴 후 굴러 홀컵으로 빨려가는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창우는 한국 남자 골프의 기대주였다. 2013년 아시아 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이자 꿈의 무대인 마스터스 무대도 밟았다. 그 해 가을에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코리안투어에 출전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프로무대 우승컵을 품에 안아 '골프 천채'라는 수식어도 달았다. 2014년 프로로 전향해 2016년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포인트 2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한 가지 흠이라면 우승이 없었다. 함께 국가대표 한솥밥을 먹던 친한 선배, 후배들이 우승하는 사이에도 이창우의 우승은 나올 듯 나오지 않았다.

긴 우승 가뭄 끝에 2018년에는 갑작스레 부진하며 2019년 시드를 잃기도 했었다. 시드전을 공동 14위로 통과해 코리안투어로 돌아온 이창우는 시즌 초반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자리하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다. 하지만 이후 2개 대회에서 컷탈락했다. 지난 8월 말 치러진 헤지스골프 KPGA오픈과 신한동해 오픈 등에서 톱20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기세를 이어 이번 대회에서 우승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이창우는 "3라운드를 1위로 마친 것을 안 뒤 우승이 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도 정말 열심히 쳤다"고 하며 "연장전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아보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최종라운드와 연장전에서 수차례 나왔던 아쉬운 퍼트들도 어찌보면 절박함에 쫓겨 나온 실수였다. 이창우는 "긴장이 안됐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너무 오랜만에 우승 경쟁을 하다보니 긴장을 많이 했다. 긴장을 하다보니 정확한 스트로크가 나오지 않았다. 또 찬스가 올 때마다 이 퍼트를 성공시키면 프로 첫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집중도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그린에서의 승부가 아닌 날카로운 샷으로 그림같은 첫 승을 만들어낸 이창우는 "사실 샷을 하고나서도 잘 쳤다는 생각만 했지, 그렇게 들어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운이 많이 따라줬던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이창우가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노력이다. 아마추어 시절 게으른 천재라는 별명도 있었을 만큼 연습보다는 재능이 우선이었던 이창우는 지난해 시드를 잃고 난 뒤 마음가짐을 달리했다. '남들만큼, 아니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자'라는 생각으로 연습에 전념했다. 시드전을 통과하며 올 시즌 1부 투어 출전권을 손에 넣었지만,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해 올해 1부 투어와 2부 투어를 병행하는 강행군을 치르기도 했다. 이창우는 "처음에는 2부 투어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왜 여기에 있냐?', '다시 1부 투어 올라가야지'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고 하며 "1부 투어를 계속 뛰었다면 시합에 대한 절실함이 없었을텐데, 시드를 잃고 나니 시합에 나서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됐다. 그래서 더더욱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게됐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그동안 믿고 의지했던 부모님과 주위 친구들, 여자친구도 많은 힘이 됐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호흡을 맞춘 여자친구 여채현의 경우 소문난 우승캐디다. 김우현과 박효원, 고석완 등의 우승을 함께 했던 베테랑 캐디다. 이창우는 "시드를 잃어 자포자기했을 때, 항상 연습장에 데려가 연습을 하게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정말 고맙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우승으로 시드 확보에 성공한 이창우는 "시즌 초반 내년 시즌 시드를 확보했다는 생각이 들 때 쯤, 목표가 없어졌었다. 그러다 생긴 목표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CJ컵 출전이었다"고 하며 "아마추어 시절 꿈의 무대인 마스터스를 밟은 적이 있다. 프로 전향 후에도 한 번은 가봐야한다고 생각한다. CJ컵은 출전 기회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CJ컵을 시작으로 언젠가는 마스터스 무대를 밟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여주=김현지 기자 kim.hyeonji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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