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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구하기 어려워요” 코로나19가 불러온 골프 용품 대란

김지한 기자2022.02.09 오전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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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특정 회사와 관련 없음.

지난해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선 골프 장비를 구하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볼멘소리들이 이어졌다. 신제품이 출시된다 하더라도 구매 후 물건을 인수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려 불만을 터뜨린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골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골프 관련 업계가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골프 용품 업계는 최근 벌어지는 상황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양새다.

골프 용품 업계에서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 건 최근 1~2년 사이의 일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역설적으로 골프 인구가 크게 늘어났고 당연히 용품 수요가 급증했지만, 용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기존에 1달 정도 걸리던 커스텀 용품들은 지난해 상반기 3~4개월, 하반기엔 6~8개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샤프트, 그립 등 클럽 제작에 필요한 필수 부품들이었다. 부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원자재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졌다. 핑골프 강상범 마케팅팀장은 “대다수 클럽 회사의 부품, 조립 공장이 중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에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대부분 공장들이 셧 다운하면서, 부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같은 분위기가 축적되면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아이언에 필요한 스틸 샤프트 공급 문제도 장기화됐다. 주요 브랜드들은 미국, 일본산 샤프트를 장착한다. 그러나 샤프트 소재가 자동차 제작, 건축, 항공·우주 분야 등에도 사용되는 만큼, 공급망이 겹치는 현상이 빚어졌다. 날이 갈수록 소비자 수요가 커졌지만 샤프트 생산, 공급량이 더 늘어나지 못했다. 업계에선 1월 기준으로 일본 니폰샤프트의 N.S.PRO 샤프트를 확보하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립도 마찬가지다. 그립의 원료인 고무 생산량이 지난해 크게 준 영향이 컸다. 과거엔 각 브랜드사에서 주문하면 원하는 그립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그립 제조사에서 각 나라에 배당한 걸 나눠야 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전에 샤프트, 그립 물량을 확보한 일부 브랜드사들도 ‘커스텀 클럽 제작에 6주 가량 소요된다’고 안내하는 등 다른 곳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사진 Gettyimages]

골프 볼 생산 역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역시 원자재 수급 문제가 불거졌다. 골프 용품 A사 관계자는 “골프 볼 소재인 우레탄은 석유화학 제품이다. 이게 미국 정유 시설에서 생산하는데, 지난해 우레탄을 만드는 시설이 있는 미국 텍사스 지역에 한파가 닥쳐 정전 사태가 왔다. 정유 시설이 피해를 입으면서 복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후 소재 공급이 제한적으로 바뀌었고, 1년 가까이 상황이 누적되면서 볼 생산량 자체를 줄여야 했다”고 말했다. 이러다 시중에서 볼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질 거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해외 물류 대란도 빚어졌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국경 봉쇄로 물동량이 줄고, 부품 자체를 들여올 수 있는 경로가 제한적으로 바뀌었다. 1주일이면 해외 공장에서 웬만하게 받을 수 있는 용품이 최근엔 최소 2~4주 넘게 걸리고 있다. 브랜드사들은 최근 예년보다 최대 7배까지 뛴 해상 운임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 때문에 아예 골프 용품의 원가 자체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원자재 부족과 공급가 상승에 따라 올해 각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골프 클럽과 용품의 판매 가격이 대부분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골프 업계에선 대부분 이같은 용품 품귀 현상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를 지나 내년 상반기까지 기약 없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시선까지 있다. 각 브랜드사의 마케팅 전략도 달라질 전망이다. C사 관계자는 “보통 매년 3월 이내에 신제품을 대부분 내놓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 분위기는 다른 것 같다. 올해 아예 신제품을 내놓지 않는 곳도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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