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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감성 STORY> 누가 더 잘못한 것일까.

기자2023.01.06 오전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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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1월 1일 첫날 새해를 맞는 모든 순간은 그 어떤 누구도 미움과 증오를 먼저 떠올리지 않는다. 희망과 사랑 그리고 모두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선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또 사람들은 다시 증오하고 미워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갇혀버린다.

생각해면 우린 살아가면서, 골프를 치면서도 칭찬보다는 지적과 비난을 더 많이 한다. 내 생각과 달라서, 내 행동에 맞지 않아서, 내 기준에 따라오지 않아서 그를 비난하거나 싫어한다.

또 하나 재미난 것은 우린 꽃이나 풍경 등, 사물을 대할 때는 신기하게도 부정적 표현보다는 긍정적 표현을 먼저 사용한다. “꽃이 예쁘다”, “산이 너무 아름답다”, “골프코스가 정말 예술이다”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저 꽃이 왜 저래” “산이 왜 못생겼어” 등등의 표현은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사람에 대한 표현은 매우 부정적이며 더 먼저다. 생각해보자. “누가 잘한 것일까”와 ‘누가 잘못한 것일까“를 놓고 나는 어떤 표현을 더 많이 쓰고 있는지를.

비가 많이 내린 후 코스가 질펀한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한 적이 있다. 함께 간 골퍼 A는 뭔지 모를 불만이 가득했다. 몇 홀을 가도 그 불만과 표정이 바뀌지 않았다. 그에게 물었다.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이걸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털어놨다. 아니 저 B가 계속해서 골프 볼에 손을 댄다면서 저런 매너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에게 오늘은 골프장 로컬룰로 '프리퍼드 라이 룰(Preferred lies rule)'이 적용된 것임을 이야기해줬다. 구력이 짧은 A는 로컬룰 용어를 몰랐고 그렇기에 유난히 볼에 손을 많이 대는 B 때문에 골프가 짜증이 났고 골프를 뭐 저따위로 치느냐고 생각했다고 한다. 캐디가 설명해줄 때라도 귀 기울였다면 오해는 없었을 터인데.

'프리퍼드 라이 룰(Preferred lies rule)'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아무 고민도 아니었다. 바꿔 말해 볼을 옮기는 이유에 대해 먼저 긍정적 공감을 했다면 쉽게 풀릴 일이었다. 아마도 우리의 잘못된 부분부터 보고 생각하기에 빚어진 일이라 생각한다. 결국 오해는 풀리고 '프리퍼드 라이 룰’을 적용해 즐겁게 끝냈던 기억이 난다.



우린 모든 사고의 시작이 ‘나’로부터이다. 그러니 가려져 있는 ‘너’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몇 년 전 큰아이가 아르바이트를 커피숍에서 한 적이 있다. 정상적으로 주문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주문데스크 아래서 아이가 울고 있었다. 키가 작은 어린이인 탓에 보이지 않아 주문을 놓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단다. 하지만 아이 어머니가 나타나 아이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라며 점주까지 불러 소동을 피워 재차 사과했다고 한다.

우린 살아가면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그랬겠구나” “그럼 그럼”을 먼저 말하고 대화를 하면 절대 싸울 일이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누가 더 잘못 했어’로 시작하는 습관적 사고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골프장 캐디와 손님 사이에 참 많은 충돌과 사건사고가 점철되고 있다. 조금 빠르게 재촉한다고 욕하는 골퍼나, 기왕 하는 거 ‘지시형’이 아닌 ‘권유형’으로 진행을 부탁한다면 다툼과 잡음은 반감될 터인데.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화법이 가장 옳지 않은 곳이 바로 국회이다. 사람을 불러놓고 망신 주기 식 호통 화법과 자신의 답과 다르면 중간에 자르고, 그만 됐다고 무시하는 몰상식한 소통은 사라져야 한다. 어린이들과 국민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나만 옳고, 내 이야기만 전달하면 된다는 식의 국회의원들의 국회 화법은 사라져야 한다. 나만 옳고 너는 틀렸다는 화법은 언젠가 국민들로부터 된서리를 맞을 것이다.

2023년 계묘년엔 ‘누가 잘못한 것일까’가 아닌 ‘누가 더 잘한 것일까’의 시대이기를 바라본다. 골프장에서도 상대의 말을 먼저 들어주고 다 듣고 난 다음에 이야기를 이어가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상대방의 표현과 행동 그리고 좋은 부분을 많이 관찰하기를 빌어본다.

레오나드도 다빈치는 “관찰이 전부이며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면 눈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에서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좋은 것을 관찰하고 그것을 배울 수 있는 것 역시 골프장에서 즐기는 또 하나의 골프 바이블이 아닐까.


⚫이종현 시인은…
골프전문기자 겸 칼럼니스트.
‘매혹, 골프라는’ 외에 골프 서적 10여권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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