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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대회 골프공 규격 제한의 의미

남화영 기자2023.03.21 오전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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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투어의 연도별 드라이버 샷 비거리 증가 추세 [자료=USGA, R&A]

프로 골프 대회에서의 골프공이 3년 뒤면 현재보다 비거리가 줄어든 규격 제한 조치가 적용되면서 프로가 쓰는 공과 아마추어용 공이 달라질 전망이다.

세계 골프 규칙과 용품 규격을 정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지난 14일 프로 골프 대회에서 사용되는 골프공의 공인 비거리 기준치를 317야드 미만으로 줄이기로 했다.

양 기구가 내놓은 모델 로컬 규칙(MLR)은 오는 8월14일까지 피드백을 받아 2026년 1월에 발효될 예정이다. 규칙에 따르면 골프공은 클럽 헤드스피드 127mph(시간당 마일: 시속 204.4km), 발사각(타출각) 11도에 스핀은 초당 37회전(2220rpm)으로 쳤을 때 비거리는 3야드 오차를 포함해 최대 320야드를 넘겨서는 안 된다.

양대 기구가 조사한 비거리리포트를 보면 현재 드라이버 샷 비거리 320야드를 넘기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의 비율은 19.8%에 달한다. 비거리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3년에는 7.77%였으나 19년 뒤에 3배 가까이 늘어났다.

19년간의 프로 대회 비거리 증가표

지난해 투어 데이터에 따르면 평균 비거리에서 1%에 드는 장타자의 헤드스피드 평균은 지난해 127.5mph에 달했다. 평균 PGA투어 선수의 데이터를 보면 헤드스피드는 114.6mph, 발사각은 10.3도, 스핀은 2597rpm으로 볼 스피드는 171.9mph로 비거리는 평균 299.8야드에 달했다. 19년만에 13.9야드가 늘어났다.

이밖에 19년간 유러피언(DP월드)투어의 평균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299.3야드로 13야드가 증가했으며, 일본남자프로골프(JGTO)는 284.7야드로 5.7야드, PGA 2부 콘페리투어는 307.8야드로 무려 15.5야드까지 늘어났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257.1야드로 7.5야드,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는 254.3야드로 9야드 증가했다.

양 기구는 30년 동안 장비의 발전이 드라이버 샷 비거리를 대폭 늘렸다고 본다. 1993년부터 드라이버 헤드 사이즈가 증가했고, 1996년에 티타늄 소재 드라이버가 나오는 등 장비 발전이 평균 260야드에 머물던 선수들의 비거리를 280야드까지 20야드나 늘렸다.

2000년 말에 타이틀리스트 프로 V1 등장으로 멀티레이어 볼이 와운드볼을 대체하면서 골프공으로 인해 비거리는 10야드가 더 증가했다. 이후에는 장비의 고도화와 과학과 통계에 따른 스윙 최적화로 인한 스윙 스피드 증가가 10야드 정도 더 늘렸다.

투어에서 320야드를 넘기는 장타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자료=USGA, R&A]

트랙맨 등 다양한 측정기구가 이상적인 궤도를 제시했고 골프 피트니스 컨디셔닝이 신체 근육을 이상적으로 발달시켰다.

물론 골프 기구들은 2000년대부터 스프링 효과 제한, 공인구 기준 확립, 클럽 길이와 헤드 크기 제한 등의 조치를 쏟아냈다. 최근에는 드라이버 샤프트 길이까지 46인치 이하로 제한했으나 늘어나는 선수들의 비거리는 줄이는 데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골프 대회를 여는 코스의 전장 증가가 한정된 속에서 공인구의 비거리 규제는 예상됐다. 잭 니클라우스 등 많은 이들이 공의 성능 제한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무엇보다도 공의 규격과 관련해서는 미국, 유럽 투어가 변경해온 전례도 있다.

현재 골프공(왼쪽) 예전 유럽의 스몰볼

현재 골프공 직경은 1932년 USGA에 의해 직경 1.68인치(42.67mm)이상에 무게는 1.62온스(45.93g) 이하여야 한다고 정해졌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R&A는 직경 1.62인치(41mm)의 스몰볼을 허용해서 디오픈에 나가는 선수들은 이 볼을 선호했다. 크기가 작을수록 멀리 날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1974년에 R&A도 USGA규격에 맞췄다.

따라서 향후 프로가 쓰는 골프공은 조금 더 크거나 혹은 가볍거나 딤플 구조를 달리한 공이 나올 수 있다. 이미 모 용품사는 옛날 유럽에서 쓰던 스몰볼을 차용해 비거리 증가 볼이라고 출시해 마케팅하고 있는 상황이다.

PGA투어와 일부 선수들은 양대 골프기구의 선수용 골프공 거리 제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골프의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용품사 중에 타이틀리스트는 선수용 볼 점유율을 통해 아마추어 볼 시장에서도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기에 양대 기구의 조치에 반대할 만하다.

하지만 선수들의 기량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경기장을 키우는 스포츠는 찾아볼 수 없다. 골프장 전장을 더 키우게 되면 코스 관리비도 더 들고 무엇보다 골프에 더 오랜 시간을 써야 하니 일반 골퍼에게 더 불편하다.

프로가 쓰는 공의 비거리를 줄이면 과연 골프 인기가 떨어질까? 프로야구에서 공인구는 상황에 따라 변경한다. 지난 2019년 대한야구협회(KBO)는 시즌을 앞두고 전년도에 타고투저 현상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공의 반발계수를 일본프로야구와 동일하게 낮췄다. 그래서 야구공 둘레는 1mm, 무게는 1g씩 늘였다. 야구공은 프로 공인구와 아마추어가 쓰는 공이 달라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야구가 투수와 타자간의 게임이라면 골프도 ‘올드맨 파’라는 말이 있듯 골퍼와 홀 사이의 파를 두고 주고받는 게임이다. 비거리 리포트를 보면 프로 골프 경기에서 선수가 티샷을 드라이버로 사용하는 비율이 점차 늘었다.

아마추어 골퍼의 핸디캡에 따른 비거리 변화 [자료=USGA, R&A]

선수들이 드라이버로 멀리 공을 보내고 웨지로 공략하기 때문에 평균 타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2006년에는 ‘대포와 쐐기(Bomb & Gouge)’가 투어의 경향이라는 기사도 나왔다.

골프투어에서의 일률적인 비거리 증가는 벙커와 도그레그 홀 등 전통 골프장들이 가진 핸디캡을 무력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공에 대한 비거리 규제를 하지 않으면 프로들만을 위한 TPC코스를 더 지어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게 이번 공인구 거리 제한의 이유다.

엘리트들의 공간인 투어를 제외하고 골프라는 스포츠를 보면 골프용품의 발전과 스윙 스피드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양대 기구가 발표한 2018년의 남자 골퍼의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는 215야드였다. 1996년에 조사한 200야드에 비해 15야드 증가했다. 이번에 양대 골프기구도 여자 골프 대회 및 아마추어 골프에 대해서는 공을 규제하지 않았다.

기존의 공인구 기준 헤드스피드 120mph, 타출각 10도, 스핀량은 초당 42회전(2520rpm) 및 비거리 제한 317야드는 유지되나 아마추어의 300야드 돌파조차 꿈의 비거리인 셈이다. 시행 기간이 3년 남은 만큼 용품업체의 생산 시스템 변화 및 마케팅 방식의 변화에 대한 여유 시간을 줬다.

남자 선수들이 비거리가 줄어든 공을 쓴다면 아마추어로선 오히려 더 반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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