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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프로 골퍼 비거리 증가는 멈췄나?

남화영 기자2024.05.07 오전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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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1980년 최장타자 단 폴, 존 댈리, 행크 퀴니, 루크 리스트, 로리 매킬로이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장타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평균 비거리가 326.3야드였고 선수들 평균이 299.9야드였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다.

이같은 장타자와 프로 평균 비거리는 투어에서 비거리를 재기 시작한 1980년 이래 44년동안 꾸준히 증가해온 결과다. 1980년의 최장타자 단 폴의 평균 비거리는 274.3야드였고 투어 평균은 256.9야드였다. 44년을 압축시켜보면 1년에 평균 1야드씩 늘었다는 얘기다.

PGA투어는 통상 드라이버 샷 비거리를 측정할 때 한 라운드에 두 개의 홀만 사용해 거리를 측정해왔다. 드라이버를 잡을 만한 홀을 대상으로 거리를 재지만 그럼에도 어떤 선수는 우드를 잡기도 한다. 다만 가장 페어웨이가 넓고 드라이버를 잡을 법한 홀을 택해서 거리를 잰다.

매 시즌 최장타자와 PGA 평균 비거리 비교

여기서 두 개의 홀은 바람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가급적 반대 방향을 향하는 홀들을 선택한다. 그래야 뒷바람이나 맞바람의 영향으로 인해 비거리 결과가 덜 왜곡되기 때문이다. 2003년 샷링크가 일상화한 이후로 지금은 매홀 모든 샷(퍼트까지) 거리를 측정하기에 이르렀다.

PGA투어도 1980년대는 비거리 증가가 미약했다. 골프스파이닷컴의 최근 분석 기사에 따르면 PGA투어 평균은 매년 256~263야드였고, 최장타자는 그보다 대체로 20야드 정도가 길었다. 1990년대에 존 댈리라는 걸출한 장타자가 나타난 건 이색적이었다.

댈리는 1991년 평균 288.9야드로 최장타자에 오른 뒤 3년 연속 비거리 왕이었다. 대기선수로 출전한 메이저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게 바로 그해다. 배 나온 몸에 엄청난 오버스윙을 하며 전에 본 적이 없는 대포 샷을 뻥뻥 내질렀다. 1994년에 데이비스 러브 3세에게 정상을 뺏겻으나 1995년 디오픈 우승하던 해에 탈환해 2002년까지 8년간 더 최장타자였다.

용품의 소재, 기술 혁신으로 선수들 비거리가 증가한 내역 [자료=R&A]

최장타자보다는 투어 선수 평균 비거리 변화가 더 중요하다. 1996년부터 투어 평균 거리가 266.49야드가 되면서 3야드나 올랐다. 반발력이 좋은 티타늄 페이스 드라이버 GBB가 나온 시기다. 소재의 혁신에 헤드 체적이 커지면서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급상승했다. 1999년이 되면 5년 전보다 PGA투어 평균 거리가 10야드 이상 늘어났다.

골프공에서는 와운드볼이 멀티레이어볼로 대거 교체되는 2001년에는 한 해에만 무려 6야드 가까이 증가했으며 2003년에는 7야드나 늘어났다. 총 11년간 최장타자였던 존 댈리는 1997년에 평균 비거리 302야드로 최초의 3백 벽을 깬 뒤로 2002년 306.8야드까지 보냈다. 클럽과 공의 혁신으로 자신의 비거리가 12년간 23야드 증가한 것이다.

투어의 최장타자 계보는 댈리 다음 행크 퀴니(2년), 버바 왓슨(5년), J.B.홈즈(2년), 루크 리스트, 더스틴 존슨 등이 이었다. 최근 5년간은 매킬로이가 3년, 브라이슨 디섐보가 2년을 했고 카메론 챔프가 2019년에 평균 317.9야드, 2022년에 321.4야드에 이어 올해 현재까지 최장타자다.

올 시즌 최장타자 카메론 챔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지난달 RBC헤리티지까지 17개 대회를 집계한 결과 장타 1위인 챔프는 316.4야드에 그친다. 지난해 장타왕 매킬로이보다 10야드 가량 뒤지는 수치다. 매킬로이 역시 지난해보다 훨씬 줄어든 314.1야드로 3위로 내려갔다. 세계 골프 랭킹 톱20위권에 드는 선수들이 지난 RBC헤리티지까지 치른 결과 지난해보다 6.29야드가 줄었다.

골프스파이닷컴은 1월부터 시작한 올해 시즌이 아직 봄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해보다는 거리가 짧게 나온다고 추정했다. 올 시즌은 예년과 달리 가을에 시작하지 않고 1월에 시작했기 때문에 그렇다는 진단이다. 과연 그럴까? 날씨가 따뜻해지는 6월 이후 선수들의 비거리가 대폭 늘어난다면 확실히 계절적인 요인으로 거리가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골프용품 업체들은 선수들이 올해 용품이나 공을 의미있게 교체한 것이 아니라고들 했다. 하지만 용품 브랜드들이 올해 출시한 드라이버 모델들은 비거리보다는 관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말 발표된 골프공 표준 공인 규격에 따르면 오는 2028년까지는 현재의 비거리 성능보다 떨어지는 공이 사용될 것이다.

올해 시즌을 꽤 지난 시점에서 PGA투어 선수들의 비거리는 296.8야드로 지난해 평균보다 3.1야드가 줄어 있다. 여름 시즌에 과연 이 수치를 초과해서 평균 300야드 벽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를 기점으로 서서히 줄어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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