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정은 2009년 8월 세이프웨이클래식 우승 이후 소리소문없이 5년을 지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다시 우승의 꿈을 꾸고 있다.[사진 이지연기자]
"참 그동안 안 됐어요. 어디 다녀온 것도 아닌데..,"
13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르뱅 에비앙리조트골프장(파71)에서 끝난 시즌 마지막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 3라운드.
6언더파 단독 3위로 경기를 마친 허미정(테일러메이드)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허미정의 시원한 웃음을 보는 건 참 오랜만이다.
허미정은 국가대표 에이스(2005~2006)를 거쳐 지난 2007년 프로로 전향했다. 당시만 해도 신인은 2년 간 한국에서 뛰어야 한다는 규정이 싫었던 그는 곧바로 미국 무대로 향했다. 2008년 2부 투어를 거쳐 2009년 1부 투어에 데뷔했다.
첫해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만 5년이 넘도록 톱 10 아홉 차례에 그치면서 소리소문없이 지냈다. 허미정은 "어디 아프거나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열심히 했지만 샷이 잘 되면 퍼트가 잘 되고, 퍼트가 잘 되면 또 다른 게 안 됐다"고 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2주 전이다. 허미정은 8월 말 열린 포틀랜드클래식에서 공동 9위를 하면서 달라졌다.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를 치면서 역전패하긴 했지만 희망을 봤고 좋아졌다.
허미정은 3라운드 15번홀까지 보기없이 버디만 2개를 잡으면서 9언더파 단독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16번홀(파3)에서 두 번째 어프로치 샷이 톱핑이 나면서 공을 해저드에 빠뜨려 트리플보기를 적어냈다. 허미정은 "퍼터를 들려다가 벙커의 모래가 주위에 흩어져 있어 웨지를 잡았다. 늦은 후회지만 퍼터를 잡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선두 김효주(롯데)에게 불과 2타 차에 불과해 역전 우승의 가능성은 살아 있다. 허미정은 "챔피언조에서 치는 것보다 그 앞조인 것이 오히려 편할 것 같다. 2주 전 역전패를 당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그 때는 너무 오랜만에 챔피언조에 들어가 내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비록 3위로 내려앉았지만 최종라운드 허미정이 우승을 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허미정은 이번 대회 퍼트가 좋다. 라운드당 26-24-29개로 한 번도 30개를 넘지 않았다. 그린이 워낙 어려운 코스이기 때문에 샷이 좋은 선수 보다는 퍼트감이 좋은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유리해 보인다.
허미정은 한국 선수 중 박인비(KB금융그룹) 다음으로 퍼트가 빼어나다. 평균 퍼트 수 29.13개로 이 부문 4위에 올라 있고,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도 1.792개로 18위다. 그린적중률이 62.3%로 100위권 밖인 허미정은 다소 부족한 아이언 샷을 퍼트로 만회하는 경기를 펼치고 있다. 퍼트뿐 아니라 그린 주변에서 리커버리 능력에 빼어나 타수를 잃지 않는 경기로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다면 만 5년 1개월 만의 우승이 된다. 허미정은 "이야기만 들어도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만약 우승을 한다면 너무 기뻐 눈물을 멈추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J골프에서 대회 최종 라운드를 14일 오후 7시30분부터 생중계한다.
에비앙=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