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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감독, "세리 키즈에게 세리 우산 씌워주겠다"

성호준 기자2016.01.25 오후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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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사진 하나금융그룹 제공]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가 25일 리우 올림픽 골프 여자 감독에 공식 선임됐다. 대한골프협회는 이날 총회에서 남자 감독 최경주(46.SK텔레콤), 여자 감독 박세리를 확정 발표했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우승하며 한국에 골프를 알린 박세리는 112년 만에 열리는 첫 올림픽 골프에서 감독으로 ‘박세리 키즈’를 이끌고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훈련중인 박세리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생각해 놓은 작전 같은 것이 있나.

“골프는 개인운동인데다 이번 대회는 개인전만 있고 한국 선수 실력은 뛰어나다. 박인비 같은 정상급 선수의 실력을 내가 향상 시켜줄 수는 없다. 작전을 짜는 대신 후배들이 든든하게 믿고 의지할 감독이 되어야 한다. 코스 공략법도 그렇다. 선수들 골프 스윙 다르듯 경기 스타일 다 다르다.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좋지 않은 것 같다. 코스 공략에 대해서 질문을 하면 알려주는 정도가 될 것이다.”

-박세리는 연장전 6전6승 연장불패 기록을 가진 정신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다. 선수들에게 어떻게 전수해 줄 것인가.

“내가 가진 걸 다 주고 싶다. 그런데 쉽지 않다. 이론적으로 연장전 같은 긴장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선수들 다 안다. 그렇다고 그 이론을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골프는 하루에 7~8시간씩 30년 연습해도 똑같은 실수가 나오고, 실수하고 좌절한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편하게 해주는 게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선수들이 박세리 키즈니까 박세리 감독이라는 우산을 씌워주면 좀 낫지 않을까, 그렇게 위안해 본다.”

-어떤 성적을 예상하나.

“속으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한국 선수들 그럴 실력 된다. 그래도 ‘우승’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면 선수들이 부담된다. 일단 다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 내는 걸 목표로 하겠다. 하지 말라고 해도 선수들이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진짜 속마음으론 금, 은, 동메달 싹쓸이를 하고 싶지만 부담 주고 싶지 않다. 선수들이 금메달을 훨씬 더 원할 것이다. 실력을 120%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게 내 몫이다.”

-한국 선수 중 누가 나오면 성적이 더 좋을지 기대하는가.

“누가 와도 다 좋다. 미국에서 뛰는 선수든 한국이든 일본이든 좋은 선수들이 아주 많다. 올림픽 데려 나가고 싶은 선수 수십 명 꼽을 수 있다. 그래서 누굴 꼽기는 어렵다. 큰 대회에서 잘 하는 선수들이 금메달 가능성이 크긴 할 것 같다. 세계랭킹으로 뽑으니까 세계랭킹 점수 큰 메이저대회 등에서 잘 치는 선수가 나올 것이다.”

-교포이자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의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예측이 나온다.

“골프는 마지막 홀 끝나봐야 안다. 누가 우승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스포츠다. 컨디션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올림픽은 다른 대회와 달리 선수촌에 입주한다. 숙소, 음식이 영향을 미친다. 리우의 날씨도 매우 큰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런 차이가 후배들한테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지원하겠다.”

-올해 LPGA 투어 일정이 매우 빡빡하다. 선수들이 올림픽 코스 답사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 갈 건가.

“협회에서는 가봤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약간 어려운 문제다. 올해는 내 LPGA 투어 마지막 해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게 된다. LPGA 투어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스폰서를 위해서도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그럼에도 가능한 시간을 내서 리우에 다녀오려고 생각중이다. 나는 후회 없이 선수생활을 했다. 누린 것도 많다. 후배들이 잘 되게 하기 위해 가능한 노력할 것이다.”

-나이 차가 있는 후배들과 가까워져야 할 것 같다.

“특별히 선수들과 서먹서먹한 것 없다. 요즘 후배들은 예전 같지 않아 선후배가 편하게 지낸다. 서로 의지도 많이 한다. 그러나 나라를 위해 나간다는 부담감을 줄여주는 것은 필요하다. 후배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 중요한 건 내가 리더가 아니라 선수를 믿고 따라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 똘똘 잘 뭉친다. 사실 걱정이 별로 안 된다. 든든하다.”

-남자 감독인 최경주 선수와는 연락을 하나.

“2004년 타이거 우즈가 왔던 라온 인비테이셔널 스킨스 게임에서 함께 경기했고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그 때 종교가 뭐냐고 해서 불교라고 했더니 그럼 교회 다니라고 2시간 넘게 얘기하셨다. 교회 다니면서 선수로서 큰 도움을 받았다면서다. 나는 불교신자라 종교 안 바꿨다. 그 다음 최프로님을 만났을 때 농담으로 ‘아직도 안 믿느냐’고 그러신다. 이후 최프로님과는 ‘아직도?’라는 농담이 인사다. 골프계에서 큰 일을 하셨고 좋은 일도 많이 하신 분이니 호흡을 잘 맞춰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둘 다 현역 선수 입장이니까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걸 잘 안다.”

-1998년 US여자오픈으로 골프가 많이 대중화됐다. 올림픽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이미 골프가 대중화 된 것은 확실하다. 스크린 골프도 많이 보급되어 젊은이들도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올림픽으로 인해 또 다른 변화와 발전이 필요하다. 골프에 세금이 너무 많다. 골프가 너무 비싸 주니어 선수 수가 줄어들고 있다. 돈이 없는 선수들도 골프장에 접근하기 좋게 만들어줘야 한다.”

-이번 주 LPGA 개막전에 출전하나.

“못 나간다. 어깨를 다치고 3년이 지났는데 계속 쓰니까 아직도 아프다. 체력훈련하면서 어깨 상태가 좋아질 때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 주 경기 준비하고 있는데 기다려 보겠다. 늦어도 3월 JTBC 파운더스컵에는 나갈 예정이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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