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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만큼 성숙한 최나연 "평생 골프하고 싶다"

김두용 기자2015.12.18 오후 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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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연은 투어 데뷔 후 11년째 아름다운 선행을 이어나가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고성진]

평소 ‘얼짱 골퍼’로 불리는 최나연(28·SK텔레콤)은 연말이면 ‘기부 천사’로 변한다. 시즌 중에는 세계 각지를 돌며 골프에만 집중하지만 비시즌에는 따뜻한 나눔 실천에 앞장서는 마음씀씀이까지 아름다운 골퍼다.

올해도 최나연은 시즌 후 단 11일 한국에 머무는 동안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찾아가 따뜻함을 전했다. 팬미팅 행사에서 진행된 소장품 자선경매로 3000만원을 모았고, 여기에 자비 3000만원을 더해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프로에 뛰어든 2005년부터 11년째 선행을 이어가고 있는 최나연은 2012년에는 프로 골퍼 최초로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에 가입했다. 지난 16일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만난 최나연은 “나눌 수 있다는 자체가 기쁘고 행복하다. 나눌수록 따뜻함과 뿌듯함이 커지기에 기부는 중독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최나연은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성장했다. 그래서 상금을 받기 시작한 후부터 적극적인 기부 활동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롤모델도 ‘기부 여왕’으로 불리는 로레나 오초아(34·멕시코)다. 미국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서 27승을 거둔 오초아는 은퇴 후에도 재단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최나연은 “3년 만에 로레나 오초아를 멕시코 대회에서 만났는데 자신의 재단 운영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학교를 짓고, 의료 지원 등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등 범접할 수 없는 규모였다. 재단은 개인이 혼자서 운영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대단하고 존경스러웠다”고 털어 놓었다. 최나연도 재단 운영의 꿈이 있지만 신경을 써야 하는 게 너무 많기 때문에 투어 생활과 병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 살이 되는 최나연은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풍기고 있다. 단발머리에 보이시한 느낌이 강했던 최나연은 2년 반 동안 머리를 길렀고, 트레이드 마크였던 바지가 아닌 예쁜 치마를 입으면서 색다른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이제 여성스러워지고 예뻐지고 싶은 나이다. 머리 기른 모습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신감을 얻었다. 1년 더 기른 뒤 주위의 평가를 다시 듣고 싶다”며 이미지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진 한 해였다. 19년 동안 골프를 해오면서 2개월 간 휴식기를 가진 게 이번이 처음이다. 허리 디스크로 5개 대회를 건너 뛰며 마음고생을 많이 했지만 쉬는 동안 골프에 대한 사랑은 더 커졌다. 그는 “바로 앞에 골프채가 있는데 잡지 못하고 쉬어야 했다. 정말 괴로웠는데 당시 제가 골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며 “2, 3년 전만 해도 은퇴시기를 정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평생 골프를 하고 싶고 오랫동안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내년 올림픽도 기회가 있지만 2020년 올림픽 출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올해 2승을 거뒀다. 톱10이 3번이었는데 그 중 2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강한 집중력을 뽐냈다. LPGA 투어 통산 9승을 챙기고 있는 최나연은 현재 세계랭킹이 19위다. 세계랭킹 순으로 4명의 올림픽 출전이 결정되는데 최나연은 한국 선수 중 박인비, 유소연, 김세영, 양희영, 김효주, 전인지, 장하나, 이보미에 이어 9번째로 랭킹이 높다. 내년 시즌 초반에 우승 등 꾸준한 성적을 올려야만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랭킹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 상황을 너무도 잘 아는 최나연은 “조급하게 나를 몰아치진 않을 것이다. 중요한 대회, 큰 대회를 중심으로 집중해서 잘 준비해 랭킹을 끌어 올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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