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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 내 인생의 빅3 대회

원종배 기자2015.12.07 오후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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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KOTRA에서 강연하고 있는 유소연

유소연이 지난 1일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자신의 골프 인생을 소재로 강연을 했다. 유소연의 첫 강연이었다. “티잉 그라운드에 섰을 때보다 훨씬 떨린다”고 했지만 말은 술술 잘했다. 유소연은 자신이 참가한 대회 중 가장 중요한 3개 대회를 뽑았다.

유소연이 뽑은 첫 번째 대회는 2009년 두산 매치 플레이 챔피언십이다. 국내 여자 골프에서 유일한 매치플레이 대회였다. 2008년 유소연과의 신인왕 경쟁에서 이긴 최혜용이 상대였다. 유소연은 “살면서 처음으로 내가 원한 것을 얻지 못한 것이 KLPGA 신인왕이다. 그때 정말 우울하고 힘들었다”라고 했다. 꼭 이기고 싶었다고 한다.

4라운드까지 승부가 나지 않아 9홀 연장전에 갔는데 유소연과 최혜용 모두 체력이 다한 상태였다. 그래서 둘 다 샷이 아주 나빴는데, 또 필요할 때는 어려운 퍼트를 둘 다 성공했다. 마지막 홀 유소연은 5m 정도 되는 버디 퍼트를 넣었고, 최혜용은 이보다 약간 짧은 퍼트를 놓쳐 유소연이 이겼다.

이 대회에서 끈기있게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사람들이 유소연을 다른 눈으로, 강한 투지를 가진 파이터로 보기 시작했다.

화려한 승리의 부작용도 있었다. 당시 대회 중계 이후에 야구 중계가 예정돼 있었는데 연장전이 길어지며 야구 중계가 밀렸다. 유소연은 “처음으로 싸이월드 방문자 수가 5만 명이 넘었는데, 축하 글보다 너 때문에 야구를 못 봤다는 악성 댓글이 더 많았다. 그러면서 골프팬이 아닌 사람들도 내 이름을 알게 됐다”며 웃었다.

두 번째는 2011 US오픈 우승이다. 유소연은 2010년 US오픈에 처음 나갔다. 이 때 12오버파를 치면서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2011년엔 마음을 비우고 한 수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갔는데 의외로 경기가 잘 풀렸다.

2위를 달리던 중 마지막 라운드의 세 홀이 악천후로 하루 연기됐다. 서희경에게 1타 뒤져있어서 남은 세 홀 중 버디 하나는 무조건 잡아야 했다. 유소연은 그날 밤 16번 홀에서 티샷하는 꿈을 계속 꿨다. 그는 “16번 홀 티샷을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했다. 자기 전까지 그 생각뿐이었고, 꿈에서도 계속 티샷을 쳤다. 그런데 다음날 경기에서 그 티샷이 벙커로 빠지더라”라며 웃었다.

유소연은 “16, 17번 홀에서 버디를 놓치면서 사실상 포기상태였다. 18번 홀이 너무 어려운 홀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기적처럼 버디를 잡아 연장전에 갔고 우승했다”고 했다. 유소연은 ‘박세리 키즈’다. 처음 본 골프대회가 박세리가 우승한 US 오픈이었다고 한다. 꿈 같은 경험이었다.

세 번째는 2014 인터내셔널 크라운이다.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 대회라고 한다. 유소연은 “골프 선수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투어 일정에 따라서 돌아다닐 일도 많고, 개인전인데다 서로의 고충이 있으니 속 터놓고 고민을 나누기 힘들다”며 “당시 우리나라가 3위를 했다. 대회가 끝나고 최나연은 악플이 많이 달려 힘들어했다. 그걸 위로해주면서 서로 속내를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니 좋았다. 얘기를 할수록 마음이 편해졌다. 투어 생활을 하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는데,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다”라며 “진심으로 함께해주는 동료들을 얻게 된 대회다. 함께라서 즐겁고 기쁘다”고 웃었다.

원종배 기자
Won.Jo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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