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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 칼럼-놀라운 박성현의 62타

성호준 기자2015.10.15 오후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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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은 처음 나간 LPGA 투어 무대에서 자신의 최저타 기록인 10언더파를 쳤다.

박성현이 LPGA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세운 10언더파 62타는 매우 돋보인다. 이 기록을 낸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토너먼트 코스다. 대회 개최를 목적으로 만든 어려운 코스라는 뜻이다. 스카이 72골프장의 하늘 등 다른 코스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는 변별력 있는 코스다. KPGA 투어인 SK텔레콤 오픈과 LPGA 투어인 하나은행 챔피언십만 이 곳에서 열린다.

10언더파는 흔히 나오는 숫자가 아니다. 올해 국내여자 투어에서 한 번도 없었다. 최저타는 조윤지의 63타였다. 박성현의 개인 최소타 기록은 7언더파 65타였다. 박성현은 지난 주 대회 통틀어 10언더파로 우승했다. 그걸 하루에 다 했다.

박성현이 좋은 성적을 낸 배경은 두 가지다. 첫째, 조건이 좋았다. 경기가 벌어진 15일은 날씨가 좋았다. 바람이 거의 없었고 따뜻했다. 코스도 짧았다. LPGA 투어는 코스 세팅을 6364야드로 했다. 장타를 치는 선수라면 이런 코스에서는 웨지, 쇼트 아이언게임을 할 수 있다. 무더기 버디를 만들 수 있다. LPGA 투어는 지난 주 프레지던츠컵이 열릴 때 매우 추웠기 때문에 이번 주에도 그럴 것으로 예상해 코스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박성현의 컨디션이다. 그는 최근 3개 대회에서 2승을 했다. 운동선수들이 무아지경의 몰입에 빠져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ZONE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성현은 적당한 긴장감 속에서 “인생 최고의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스테이시 루이스를 제외하고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참가한 대회인데 2위와 4타 차가 난 것을 보면 박성현의 기록은 매우 뛰어나다. 경기를 중계한 박원 JTBC 골프 해설위원은 “날씨가 좋고 코스가 짧은 조건이어서 앞으로는 잘 나오기 어려운 기록”이라고 말했다.

이전 이 대회 코스 레코드는 2012년 수잔 페테르센이 세운 9언더파 63타였다. 그 때도 매우 뛰어난, 깨지기 어려운 기록으로 꼽혔다. 그 이전까지는 청야니의 7언더파가 최저타 기록이었다. 남자 대회인 SK텔레콤에서는 올해 왕정훈과 이수민 두 명이 동시에 코스레코드인 9언더파 63타를 기록했다. 이전 기록은 2008년 최경주가 만든 8언더파 64타다.

박성현은 렉시 톰슨과의 장타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자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매우 공격적으로, 대부분 핀을 보고 쐈다. 파 3인 17번홀에서는 티샷이 홀 옆을 살짝 스쳤다.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프린지에서 친 버디 퍼트도 홀 옆을 스쳤다. 그만큼 박성현의 샷감과 퍼트감이 모두 좋았다.



김효주도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역시 10언더파를 쳤다. 기준 타수가 71타여서 62타가 아니라 61타였다. 남녀 통틀어 메이저 사상 최저타 기록이었다.

최저타가 우승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최저타에 대한 흥분, 나머지 라운드에서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주위의 관심 등은 불리하게 작용되기도 한다. 남자 메이저 대회에서 최저타를 쳐 놓고 그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20%에 미치지 못한다.

1996년 마스터스에서 그레그 노먼은 첫날 9언더파를 치고 최종라운드 6타 차 선두로 시작했으나 닉 팔도에게 5타 차로 졌다. 2010년 디 오픈 첫라운드에서 로리 매킬로이가 첫날 9타를 줄여 골프계를 놀라게 했지만 다음 날 80타를 치면서 사라졌다.

김효주는 지난해 에비앙에서 첫날 10언더파 고지에 올라갔으나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카리 웹에게 역전을 당하는 등 접전을 펼쳐야 했다. 결국 이겼다. 김효주는 10언더파 61타 보다는 웹과의 힘겨루기에서 이긴 것 때문에 더 주목을 받았다. 메이저 대회에 처음 나간 선수가 최종일 접전을 펼치면서 결국 우승을 일군 것은 10언더파를 친 것 못지않은 값진 퍼포먼스다.

박성현은 처음 나간 LPGA 투어 무대에서 자신의 최저타 기록인 10언더파를 쳤다. 그러나 국내 투어에서 우승할 때 보다 많은 선수들이 흔들어댈 것이다. 박성현이 지켜낼 수 있다면 한국의 정상급 선수가 아니라 세계 정상급 선수로 도약하게 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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