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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② "골프는 미스테리,호기심 많은 나와 맞아"

이지연 기자2015.10.08 오전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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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는 긍정적이다. 2013년 목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뒤 더 단단해졌다. [사진 고성진]

긍정의 힘

전인지는 지난 2013년 목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클럽을 잡을 수도 없을 만큼 통증이 밀려왔다. 힘들었던 시기에 그를 붙잡아 준 이는 스윙 코치이자 멘토인 박원 프로다. 4년 전 박원 프로를 만난 전인지는 “선생님으로 인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됐다. 골프 인생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 이야기를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굉장히 긍정적인 것 같다.
"골프를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4년 전에 박원 원장님을 만나면서부터 골프 인생이 달라졌다. 어렸을 때는 골프를 해야 하는 일이고 무작정 열심히 하기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원장님을 만나고, 부상을 겪고 다시 재활하면서 골프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삶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 가장 힘들었던 때는?
"2013년이다. 어깨 부상으로 5개월 동안이나 볼을 치지 못했다. 골프를 너무 열심히 했고 무리한 반복 운동이 지속되다 보니 어깨에 탈이 났다. 놀다가 다친 것도 아니고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한 건데 왜 아파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목이 돌아가지 않았고 5개월 동안 클럽을 내려놨다. 전지훈련에 가서도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훈련할 때 나는 그냥 재활을 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치료밖에 없었는데 심리적으로 힘들고 불안했다. 그럴 때마다 원장님이 해준 멘탈 트레이닝이 많은 도움이 됐다. 처음엔 막연히 서럽고 짜증나고 부정적이었는데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시작하니까 몸도 빨리 좋아졌다."

▲ 어떤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나?
"원장님은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다. 옆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닮아가는 것 같다. 원장님에게 ‘나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왜 잘 할 수 있고, 어떤 이유 때문에 잘 할 수 있는 지 이해시켜줬다. 그런 이야기들이 내 마음 속에 와 닿았다."

▲ 자신감은 골프 선수에게 매우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 내 플레이를 할 때는 확신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었고, 가치관도 바뀐 것 같다. 최근 몇 년 사이 작은 것 하나, 하나에 감사하게 됐고 스스로 삶의 질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던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물론 아직 채워나가야 할 부분도 많다. 지금은 변화를 겪고 있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부족한 것을 느끼고 변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긍정적인 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 언제 가장 달라졌다는 생각을 하나?
" 최근 가장 많은 듣는 이야기가 표정이 굉장히 밝아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말이 거의 없이 조용히 있는 성격이었다. 내성적이라기보다는 아예 말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대회에 나가도 내 볼만 치고 마니 ‘무섭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거의 듣지 않는다."

▲ 마냥 긍정적인 것을 좋다고만 볼 수는 없지 않을까?
"어떻게든 되겠지(anyway)는 절대 아니다. 다만 '잘 될 거야'라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생각도 심플한 게 좋을 때가 있다."

▲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는가?
"나노 블록 맞추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한일전에 나갔을 때 상대 선수가 선물에 줬는데 작품을 완성하면 너무 근사하다. 그렇게 한 개, 두 개 사 모으다 보니 이제 컬렉션 수준이 됐다. 블록을 맞추는 동안 시간 모르고 빠져 있다. 요즘엔 시간이 없어 많이 못 하고 있는데 집에 가면 완성해야 할 작품들이 쌓여 있다."

▲ US여자오픈 우승으로 팬이 더 늘어났다. 가장 많은 팬 클럽 회원이 활동 중인데.
"팬 앞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은 항상 즐겁고, 고마운 일이다. 팬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도 큰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에 더 전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골프는 퍼즐을 맞춰가는 재미

지난 6월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풀 시드를 획득한 전인지는 내년 시즌 미국 투어에 데뷔한다. 꿈의 무대에 입성하게 되는 그는 기대 반, 부담 반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처럼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한다면 그 발걸음은 빛나는 도전이 될 것이다.

▲ US여자오픈 우승 뒤 네 달이 흘렀는데.
"당시엔 머릿속이 하얘진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바뀐 거라고는 알아봐주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정도인 것 같다. 플레이를 할 때도 지나간 홀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성격이다 보니 US여자오픈 우승 순간도 그냥, 그렇게 지나간 과거인 것 같다. 그건 그냥 소중하고 갚진 경험이자 즐거운 추억으로 생각하고 있다."

▲ US여자오픈 마지막 날에는 몰입의 경지에서 플레이 한 것 같다.
"원장님이 여기까지 왔으니 마지막 날은 즐기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 말을 듣고 나서 평소처럼 즐기려고 했다. ‘즐겁게’라는 말은 누구나 해도 그걸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플레이했다. 파 퍼팅을 놓치고 보기를 해도 그 상황을 계속 즐기다 보니 우승까지 차지하게 된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으면서 플레이를 했는데 그런 기분은 느껴봤다는 것만으로 내 골프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골프는 어떤 의미인가?
"코스와 내가 스코어를 만들어내는 스포츠다. 매번 플레이가 달라지기 때문에 한 순간도 지루함을 느끼게 하지 않는 스포츠인 것 같다. 미스터리하지만 그래도 골프와 함께 하는 게 즐겁다. 물론 안 될 때는 화도 나고 짜증도 나지만 과정 없이 결과만을 바랄 수는 없는 것 같다. 미스터리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호기심 많은 나와는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 미국 투어 데뷔 준비는 잘 되고 있나?
"일단 미국 투어는 이동 거리가 많기 때문에 그 점을 고려해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올해 미국, 일본을 다니면서 대회에 출전했을 때 힘든 부분도 있었고 잘 몰라 실수한 부분도 있었다. 시차나 컨디션 관리 등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조언을 얻고 배우면서 준비해야 할 것 같다."

▲ 부담은 없나?
"기대감도 있고, 걱정도 있다. 하지만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에 충실하면서 지내고 있다. 일단 가기고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내가 지금 뭘 해야 할지만 생각하고 있다. 결정한 것을 고민해 봐야 달라질 것이 없다."

▲ 어떤 선수로 인정받고 싶나?
"이제 내 골프 인생에 있어 두 발 정도 내딛은 것 같다.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희망이 되고, 도움도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조금씩 더 성장해 나가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 앞으로 골프 인생에서 그리고 싶은 그림은?
"골프를 하면서 많은 성취감을 얻었다. 그리고 행복했다. 골프를 잘 하려면 내 삶의 밸런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밸런스를 맞춰가면서 인생도, 골프도 재밌게 즐기는 롱런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전인지 Profile
출생: 1994년 8월 10일 전북 군산
키: 175cm
소속: 하이트진로
취미: 맛집 탐방, 나노 블록 맞추기
이상형: 센스있고 매너있는 남자
좌우명: 신나고 재미있게 몰입하기
주요 경력
국가대표 2011년
프로 데뷔 2013년
통산 우승 10승
KLPGA 투어 8승
JLPGA 투어 2승
LPGA 투어 1승(US여자오픈)
*올 시즌 한·미·일 메이저 대회 석권 진기록
* 한·미·일 내셔널 메이저 타이틀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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