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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향-리디아 고 뉴질랜드의 악연

성호준 기자2015.09.13 오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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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향과 리디아 고. [골프파일]

비 때문에 최종라운드 경기 시간이 당겨지고 2인 1조로 경기하던 에비앙 챔피언십 대진표가 3인 1조로 바뀌었다. 10언더파 선두 이미향과 9언더파 렉시 톰슨이 챔피언조에서 경기할 예정이었는데 리디아 고도 슬며시 들어왔다. 8언더파 3위인 리디아 고는 리더보드 상위권에 위치한 선수 중 가장 거물이다. 세계랭킹 2위이며 최근 캐나디언 오픈에서도 우승했다.

그러나 이미향에게는 악연이 있다. 2014년 2월에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ISPS 한다 뉴질랜드 오픈에서 이미향이 리디아 고를 꺾고 우승했다. 이미향은 거물 리디아 고를 꺾으면서 자신감을 가졌다. 여세를 몰아 지난해 LPGA 투어 미즈노 오픈에서도 우승했다.

뉴질랜드 오픈에서 이미향은 우승권이 아니었다. 선두에 8타 뒤진 공동 22위로 “우승은 생각도 안했다”고 했다. 상위권에 리디아 고가 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이미향은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7개를 기록해 9언더파 63타를 쳤다. 대회장인 클리어워터 골프장 코스레코드이자 자신의 최저타 기록이다. 그러면서 최종합계 9언더파로 전년도 우승자 리디아 고를 1타 차로 꺾었다.

당시 리디아 고는 최종라운드 2타를 줄이는 데 그쳐 이미향에 한 타 졌다. 마지막 홀에서는 버디 기회를 잡았는데 넣지 못했다. 자신의 모국인 뉴질랜드 오픈이어서 더욱 아팠을 것이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상황은 다르다. 이미향은 뉴질랜드 오픈과 미즈노 오픈에서 모두 별 부담 없이 경기했다가 선두권이 무너지면서 비교적 쉬운 우승을 했다. 일종의 무혈입성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이미향은 모든 선수의 타깃이 되는 단독 선두의 압박감을 견뎌야 한다. 또한 메이저 대회다. 부담감은 일반 대회에 비해 훨씬 크다고 선수들은 말한다. 이미향은 최종라운드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경험이 없다.

이미향은 뱃심이 약한 선수는 아니다. 3라운드 1, 2번 홀에서 보기를 했지만 “오히려 보기한 것이 다행이었다”면서 털어버렸다. 이후 빗속에서도 기어이 점수를 줄여 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최종라운드라고 쉽게 무너질 선수는 아니다. 샷은 최고 수준이다. 파 5 모든 홀에서 2온을 시도할 정도로 거리와 정확성을 겸비했다. 퍼트는 문제다. LPGA 투어 최고 샷을 갖고 있지만 3라운드에서 넣어야 할 퍼트를 넣지 못해 경기를 쉽게 풀지 못했다.

반면 리디아 고는 샷은 물론 퍼트도 좋다. 에비앙 골프장은 그린이 까다롭기 때문에 리디아 고의 어드밴티지가 커질 수도 있다. 부담도 있다. 각종 최연소 기록을 세운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최연소 메이저 우승 기록도 만든다. 이번 대회가 그 마지막 기회다.

리디아 고에게 최연소 메이저 기록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메이저 우승 그 자체는 중요하다. 리디아 고는 일반 대회 8승을 했는데 아직 메이저 우승은 없다. 이제 사람들은 리디아 고가 메이저에서 우승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시각들이 리디아 고에겐 부담이다. 리디아 고는 2013년 에비앙에서 수잔 페테르센에게 우승을 빼앗겼다.

이미향은 리디아 고와 함께 경기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재미있겠다. 리디아 고와 얘기하면서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두 선수가 한 조에서 함께 재미있게 경기할 수 있지만 나중에 웃을 우승자는 한 명이다. 두 선수 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에비앙=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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