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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희망을 찾고 있는 청야니

이지연 기자2015.08.28 오전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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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 1라운드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는 청야니. 109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했지만 75위까지 밀린 그는 "다시 세계랭킹 1위에 오르지 못해도 좋다. 그러나 우승은 하고 싶다"고 했다.[사진 LPGA]

전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가 다시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29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프래트빌의 로버트 트렌트존스 골프트레일(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 2라운드. 청야니는 이글 1개와 버디 6개로 무려 8타를 줄이며 중간 합계 10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섰다.

지난 해까지 청야니의 얼굴엔 먹구름이 가득했다. 109주간이나 세계랭킹 1위를 했지만 극심한 슬럼프가 빠졌고 수렁 속에서 혼돈을 겪는 모습이 역력했다. 청야니는 "세계랭킹 1위를 지켜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너무 잘 하려고 했다. 스트레스가 컸다"고 말했다.

올해 청야니는 달라졌다. 코치는 물론, 트레이너와 멘털 코치까지 바꿨고 그동안과 달라진 마음으로 시즌을 보냈다. 마음을 비운 사람처럼 실실 웃는 날이 많아졌다. 투어 동료들은 물론, 대회 관계자, 팬들 앞에서도 잘 웃는다. 청야니는 "안 해본 노력이 없다. 그러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오히려 스코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레이가 안 되는데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청야니는 2012년 3월 기아클래식에서 통산 15승을 거둔 뒤 추락했다. 이후 85경기에 출전해 25%인 21번의 컷 탈락을 당했다. 만 22세의 나이에 최연소 메이저 5승을 거두며 가장 강력한 지배력을 보였던 과거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슬럼프를 겪기 전 22개 메이저 대회에서 5승을 거두면서 딱 한 번 컷 탈락을 당한 그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뒤 12개 메이저에서 기록한 컷 탈락은 무려 10번이나 됐다. 2011~2012년에 청야니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청야니는 여자 골프의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만든 선수다. 그 누구도 치지 못하는 티샷을 날리고 자신감 있게 퍼팅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감이 사라져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청야니는 올 시즌에도 19개 대회에 출전해 절반에 가까운 8번의 컷 탈락을 당했다. 톱 10은 한 차례(2월 혼다 LPGA 타일랜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복이 심했던 상반기와는 확연히 다르게 하반기에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시즌 중반 3개 대회(US여자오픈, 아칸소 챔피언십,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연속 컷 탈락한 그는 마라톤 클래식부터 좋아졌다. 나흘 내내 오버파 없는 스코어로 공동 22위를 했다.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시즌 첫 메이저 컷 통과를 했고, 4일 내내 오버파 없는 스코어로 공동 13위를 했다. 이어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는 시즌 처음으로 4라운드 내내 언더파를 치며 공동 18위에 올랐다. 청야니의 세계랭킹은 현재 75위다. 청야니는 "아직도 완전히 힘든 상태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매우 행복한 날이 있는가하면 어느 날은 굉장히 힘들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내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을 안다. 나 자신을 의심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고 했다.

청야니는 2라운드에서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17번째 홀인 8번홀(파5)에서 190야드를 남기고 6번 아이언을 잡아 두 번째 샷을 홀 1.2m 정도에 붙여 이글을 잡는 등 장타를 앞세워 8타를 줄였다. 한 홀을 남기고 낙뢰로 인해 96분이나 경기가 중단됐지만 다시 재개된 경기에서 마지막 9번 홀까지 버디를 잡아 어스틴 언스트(미국)에 1타 차 단독 선두로 2라운드를 마쳤다. 청야니가 주말에 선두로 라운드를 시작하는 것은 2년 여 만이다. 1~2라운드에서 청야니와 동반 플레이를 한 세계랭킹 3위 루이스는 "청야니가 돌아온 것은 전혀 놀라운 게 아니다. 이미 최근 경기와 어제 경기에서 그 조짐을 보였다"고 했다.

청야니의 꿈은 다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다시 우승을 하는 순간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는 "다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르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다시 우승을 하지 못한다면 정말 힘들 것 같다. 그건 나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정말 큰 아픔일 것"이라며 "아직 8~9개의 대회가 남아있다. 그건 너무 늦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은 한 명도 톱 10에 들지 못했다. 5언더파 공동 11위에 오른 김세영의 성적이 가장 좋다. 이미향과 김효주는 4언더파 공동 16위다.

JTBC 골프에서 대회 3라운드를 30일 오전 5시45분부터 생중계한다.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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