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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와 브룩 헨더슨의 인연

성호준 기자2015.08.19 오전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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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캐나다 여자 오픈에서 우승과 베스트 아마추어상을 받은 유소연과 헨더슨. 헨더슨은 지난해 홈에서 열린 대회에서 처음으로 동갑나기 리디아 고에 앞섰다.

고보경의 아버지 고길홍씨는 딸이 여섯 살이던 2003년 캐나다로 이민을 가기로 했다. 이민 직전, 호주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딸에게 골프채 두 개를 사줬다. 샤프트를 절반으로 잘라서 만든 골프채를 고보경은 너무나 좋아했다. 골프 연습장 선생님이 아버지 고길홍씨에게 “보통 아이와는 완전히 다른 특별한 아이니 골프 여건이 좋은 나라에서 키우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고씨는 추운 캐나다가 아니라 골프장이 많은 뉴질랜드로 이민을 했다. 아이의 이름은 고보경에서 리디아 고가 됐다.

그 리디아 고는 9년이 지난 2012년 8월 캐나다에 갔다. 벤쿠버에서 열린 LPGA 투어 캐나다 오픈에서 우승했다. 리디아 고는 당시 신지애, 스테이시 루이스와 챔피언조에서 겨뤘다. 3타 차의 완승이었는데 2등은 박인비였다. 15세 4개월만에 거둔 LPGA 사상 최연소 우승이었다.

자신이 이민을 갈 뻔했던 캐나다에서 리디아 고는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캐나다는 리디아 고에게 약속의 땅이었다.

당시 캐나다 오픈에 브룩 헨더슨이라는 이름의 캐나다 골프 천재 소녀도 나왔다. 14살때 부터 캐나다 골프의 얼굴이다라는 칭찬을 들었던 그다. 리디아 고는 1997년 4월, 헨더슨은 같은 해 9월 생이다. 헨더슨은 대회 최연소 출전자였는데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리디아 고에 완전히 묻혔다.

헨더슨은 당시 1, 2라운드 각각 77타, 76타를 쳐 9오버파로 컷탈락했다. 리디아 고의 성적은 1, 2라운드 똑같이 68타였다. 헨더슨보다 17타가 앞섰다. 헨더슨은 자신의 나라에서 열린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동갑나기 리디아 고가 매우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리디아 고의 두 번째 LPGA 투어 우승은 또 캐나다 오픈이었다. 리디아 고는 2위와 5타 차로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헨더슨도 대회에 나왔다. 그는 파 70코스에서 72, 72타로 4오버파 컷탈락했다. 리디아 고는 6언더파로 컷통과했으니 1, 2라운드 스코어로 보면 10타 차가 났다. 그 때까지만 해도 두 선수의 차이는 매우 컸다.

리디아 고는 2014년에 LPGA 회원이 됐다. 회원이 되려면 18세가 넘어야 했지만 투어에서 “리디아 고는 특별한 선수”라면서 나이 제한을 풀어줬다. 리디아 고는 2014년 신인왕에 올랐고 올해 1월엔 잠시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헨더슨은 차근 차근 실력을 쌓았다. 2014년 LPGA 투어에 4번 나와 모두 컷통과했다. US오픈에서 10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2014년 캐나디언 오픈에도 당연히 헨더슨이 나갔다. 유소연이 무려 23언더파로 우승한 이 대회에서 헨더슨은 2언더파 공동 46위를 했다. 캐나다 선수 중 최고, 아마추어 중 최고였다.

이 대회에 참가한 10대 선수 중에서도 헨더슨이 최고였다. 10대 중 가장 잘 치는 리디아 고는 마지막 날 76타를 치면서 합계 1언더파로 헨더슨에 한 타 뒤졌다.

헨더슨은 19일(한국시간) 드디어 LPGA 회원이 됐다. LPGA는 리디아 고에 그랬던 것처럼 “특별한 선수이기 때문에 나이제한을 푼다”고 발표했다. 헨더슨은 지난해 말 LPGA 투어에 나이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리디아 고는 LPGA 회원이 되기 전 이미 우승을 했는데 헨더슨은 못했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헨더슨은 LPGA 대회에 비회원으로 초청을 받거나 월요 예선 등을 통해 대회에 나갔다. 2부 투어도 나갔다. 올해 4월 우승 기회를 잡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윙잉 스커츠에서였다. 우승도 우승이지만 LPGA 회원이 될 기회였는데 리디아 고에게 역전패했다. 헨더슨에게는 리디아 고가 악연이다.

헨더슨은 결국 지난 17일 월요 예선을 통해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21언더파로 기어이 우승했다. 8타 차의 완승이었다.

헨더슨은 이제 LPGA 회원이 됐다. 리디아 고는 물론 한국의 김세영, 김효주, 장하나, 또 전인지 등과 맞설 젊은 엘리트 그룹에 들어간다. 현재 세계랭킹은 리디아 고가 2위, 헨더슨 17위다.

올해 LPGA 대부분의 대회에서 리디아 고가 헨더슨 보다 잘 했다. 그러나 메이저 대회인 KPGA 여자 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는 헨더슨의 성적이 좋았다. 헨더슨이 우승한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두 선수의 타수 차는 17이었다. 3년 전 캐나다 오픈에서 두 선수의 타수 차이와 같다.

헨더슨이 LPGA 회원이 되어 맞는 첫 대회는 이번 주 열리는 캐나다 오픈이다. 3년 전 리디아 고가 우승했던 벤쿠버에서 대회가 열린다. 캐나다 미디어들은 헨더슨이 캐나다에서 우승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만약 헨더슨이 우승한다면 2주 연속 우승이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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