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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와 '막내 동생' 세미

김두용 기자2015.08.11 오전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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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와 남기협 부부와 '막내 동생' 세미. [사진 박인비 제공]


‘골프 여제’ 박인비(27·KB금융)는 항상 ‘막내동생’과 함께 라운드를 한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도 막내는 곁에서 힘을 실어줬다.

막내동생은 바로 반려견 세미(암컷·코커스페니얼-진돗개 믹스견)다. 박인비는 클럽 스폰서인 스릭슨에 부탁해 만든 세미 모형의 드라이버 헤드커버를 2013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그는 “세미 헤드커버에서 드라이버를 꺼내면 힘이 난다”고 했다.

박인비는 2001년 시작된 미국 유학시절을 세미와 함께 했다. 세미는 외로운 타지 생활을 해야 했던 박인비에게 큰 힘이 됐다.

17년을 산 세미는 지금 많이 아프다. 박인비는 막내동생과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13일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틀랜드 클래식에 출전 예정이었던 박인비는 불참을 결정했다. 그는 “17년간 속 한 번 썩인 적이 없었다. 강아지라기보다 가족”이라며 애틋한 감정을 표현했다.

박인비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경기도지사배 골프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했다. 할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우승 선물로 강아지를 안겼는데 바로 세미였다. 유난히 박인비를 따랐던 세미는 대회 출전을 위해 짐을 꾸릴 때마다 트렁크 속에 웅크리고선 자신도 데려가 달라며 떼를 썼다. 박인비가 LPGA 투어에 데뷔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온 세미는 주인이 올 때마다 문 앞까지 나와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워낙 쇠약해져 힘없이 앉아 있었다고 한다. 세미는 브리티시 여자오픈 기간에 발작을 일으켰다. 박인비는 “5개월간 못 봤는데 한국에 갈 때까지 세미가 기다려준 것 같다”며 뭉클한 감정을 드러냈다.

10, 11일 국내에서 쉰 뒤 미국으로 건너가는 박인비는 “이틀 동안 세미와 함께 온종일 뒹굴고 싶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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