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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정 "아버지가 캐디라 우승 못한다는 말 속상했다"

김두용 기자2015.07.20 오전 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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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정은 캐디인 아버지와 호흡을 맞추면서 LPGA 투어 진출 7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사진 볼빅]

“아버지가 캐디여서 우승을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속상했는데 그런 시선을 해결하게 돼 너무 기쁘다.”

'오렌지 걸' 최운정이 LPGA 투어 진출 7년 만에 캐디인 아버지 최지연씨에게 은퇴 선물을 안겼다. 최운정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 메도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라톤 클래식에서 연장 접전 끝에 장하나를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LPGA 투어 157경기 만에 거둔 쾌거다. 시메트라투어(2부)를 포함해 8년간 캐디백을 멨던 아버지와 한 약속을 지킨 게 무엇보다 기뻤다.

최운정은 “아버지께 정말 감사하다. 다른 선수들이 최고의 캐디로 우승했던 것처럼 아버지도 캐디로서 엄청난 역량을 가지신 분이다. 실제로 다른 선수들이 가장 탐을 낼 정도로 능력을 인정 받고 있는 캐디”라며 “내 실력이 부족해서 우승을 못하는 것이었는데 아버지가 캐디여서 우승을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돼 아버지나 나나 마음고생이 심했다. 주위의 그런 시선이 오늘 해결되어서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다. 최운정은 지난해 말 잠시 전문 캐디를 쓰기도 했지만 심적인 안정을 찾고 싶어서 다시 아버지에게 캐디백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지난해 우승 없이도 상금랭킹 10위에 오른 최운정은 LPGA 투어 진출 후 준우승만 3차례 했다. 이번 우승으로 40위였던 세계랭킹을 26위까지 끌어 올리게 됐다. 그는 “미국 진출 9년, LPGA 투어 진출 7년 만의 우승이다. 믿을 수 없다. ‘드디어 해냈다’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며 가슴 벅찬 소감을 밝혔다.

올해 톱10에 2차례 들었지만 페이스가 다소 주춤했던 최운정은 퍼트가 좋아지면서 우승컵까지 들어 올렸다. 그는 “올해는 퍼팅에 집중하는데 노력했다. 보통 하루에 3시간씩은 꾸준히 퍼팅 연습을 했고, 자기 전까지도 그린 위에서의 퍼팅을 생각했다”며 “지난해까지는 공을 홀에 넣는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스피드를 맞추는데 최대한 집중했다. 이런 연습을 꾸준히 한 결과 지난주부터 퍼팅감이 살아난 것 같다. 퍼팅이 이번 우승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대회장에서 연습 그린에 끝까지 남아 퍼트 훈련을 하는 최운정의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최운정은 18번 홀(파5)에서 파 세이브를 잘한 덕분에 같은 홀에서 진행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도 크게 긴장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는 “4라운드에서 처음으로 티샷 실수가 있었다. 왼쪽으로 당겨 쳐서 두 번째 샷을 레이업 해야 했다. 3번 우드로 날린 세 번째 샷으로 그린 앞 90야드 앞까지 보냈고, 핀 4야드 거리에서 파 세이브를 기록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파 세이브 한 덕분에 연장 승부에서도 파 세이브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털어놓았다.

첫 승을 챙겼지만 2승도 욕심이 난다. 그는 “올 시즌 목표였던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두 번째 우승을 빠른 시일 내에 이루고 싶다. 더불어 올 시즌 종료 후 지난해 상금순위 10위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우승상금 22만5000 달러를 더한 최운정은 현재 상금랭킹 16위(50만 달러)에 올랐다.

그리고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동안 묵묵히 활약했던 최운정을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늦게나마 선물을 드려 기쁘다. 현지에서도 많은 팬들이 응원해주셨다. 한국과 미국 팬들의 힘으로 우승할 수 있었다.”




아버지 최씨도 “딸이 정말 대견스럽다. 사실 운정이는 크게 장점이 없는 선수다. 하지만 열심히 한 덕분에 우승컵을 품에 안은 것 같다”라고 기뻐했다. 올 시즌 초반 성적이 안 좋았을 때 최씨는 딸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길을 가다보면 터널이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도 있다. 지금이 오르막일 수도 있고 터널일 수도 있다.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내리막이 나온다. 힘들어도 언제나 그랬듯이 열심히 하자.” 그리고 지난 주 US여자오픈에서 9홀 최소타(29타) 기록을 세웠을 때 최씨는 “지금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것 같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라는 말로 힘을 북돋아줬다고 한다.

최씨는 당분간은 딸의 백을 계속해서 멜 전망이다. 그는 “캐디를 계속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다른 캐디를 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딸과 좀 더 이야기해보고 가장 순조롭고 문제 없을 시기에 캐디를 바꿀 계획이다. 벌써 다른 외국캐디로부터 하고 싶다는 전화가 온다”라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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