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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무대 지각변동, 경제대국 인도-중국의 성장

김두용 기자2018.02.05 오전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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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슈방카 샤르마(오른쪽)과 중국의 리 하오통이 올 시즌 유러피언투어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에서 각 1, 3위를 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유러피언투어 홈페이지]


유러피언투어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레이스 투 두바이 포인트를 보면 골프 변방의 도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럽의 톱랭커들을 제치고 인도와 중국 선수가 상위권에 포진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2017-2018 시즌 유러피언투어에서 가장 먼저 2승을 챙긴 22세의 신예 슈방카 샤르마(인도)가 레이스 투 두바이 포인트 74만8074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리 하오통(중국)이 52만3650점으로 3위에 올라있다. 세계 정상급 랭커인 토미 플릿우드(잉글랜드)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각각 2위, 4위에 포진됐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아시아 선수들이 이처럼 두각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골프 변방인 인도와 중국에서 뜨거운 페이스를 보이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끈다. ‘아시아 골프의 맹주’인 한국의 경우 왕정훈이 29위로 레이스 투 두바이 포인트 성적이 가장 좋다.

물론 유러피언투어는 세계 최고 투어가 아니다. 코리안 브라더스의 경우 유러피언투어보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래도 PGA투어와 세계 양대산맥으로 통하는 유럽 무대에서의 맹활약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샤르마는 인도의 차세대 에이스 후보로 단숨에 떠올랐다. 2013년 프로로 전향한 샤르마는 주로 아시안투어에서 활약해왔다. 180cm 이상의 건장한 체격 조건을 지닌 샤르마는 2017년 12월 요버그 오픈에서 유러피언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유러피언투어 경기 10번째 출전 만에 수확한 쾌거였다. 인도 선수 중 최연소 유러피언투어 우승 신기록이기도 했다.

샤르마는 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끝난 메이뱅크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무려 10타를 줄이며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했다. 첫 승을 챙긴 뒤 3경기 만에 승수를 추가하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샤르마는 지브 밀카 싱(2006년)과 아니르반 라히리(2015년) 이후 세 번째로 한 시즌에 유러피언투어 2승을 올린 인도 선수가 됐다.

샤르마는 300야드의 장타는 물론이고, 쇼트게임과 퍼트도 잘해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유러피언투어에서 올 시즌 평균 퍼트 수 28.3개를 기록하며 이 부문 14위를 달리고 있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도 1.733개(24위)로 준수한 편이다. 스크램블 성공률이 70.5%(8위)에 달할 정도로 위기관리 능력도 돋보인다.

샤르마는 “지난 2개월 동안 내 삶이 바뀌었다. 유러피언투어 2승을 차지하며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꿈을 이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요버그 오픈 우승으로 올해 디 오픈 출전권도 처음으로 획득하며 골프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당분간 아시안투어에서 계속 활약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샤르마가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럽 본토 대회에서의 우승 여부가 중요해 보인다. 인도 골퍼 중 유럽 본토에서 우승한 선수는 지브 밀카 싱(2002 스코티시 오픈)이 유일하다.

대륙의 바람도 거세다. 중국의 에이스 리 하오통이 올 시즌 유럽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오통은 지난달 28일 끝난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매킬로이와의 정면 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차세대 골프황제’ 매킬로이와 챔피언 조 동반 라운드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두둑한 배짱을 뽐내 주목을 끌었다.

23세 신예 하오통은 이미 유러피언투어 2승을 올리고 있다. 세계랭킹도 30위권으로 진입했다. 하오통은 큰 대회에서 강점을 보이며 톱랭커로 성장 가능성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디 오픈에서는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인 3위를 차지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하오통은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이 2016년 23위, 2017년 17위로 점점 오르고 있다.

중국의 경우 하오통뿐 아니라 장신준과 더우쩌청이 PGA투어에서 활약하며 세계무대로 뻗어나가고 있다. ‘녹색 아편’ 중국 골프의 성장 가능성은 밝은 편이다. PGA투어 차이나를 통해 미국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된 점도 중국 골프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경제대국 중국과 인도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골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0억명이 넘는 인구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두 나라다. 풍부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최근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골프변방에 머물렀던 중국과 인도가 세계무대 에서 어떤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궁금하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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