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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돌이들의 교과서 채널, 37만 인기 유튜브 ‘박하림프로’

박수민 기자2022.04.05 오후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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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림. [사진 JTBC골프매거진]

유튜브 채널 ‘박하림프로’는 레슨 프로 박하림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유튜브 채널이다. 4월 5일 기준으로 구독자가 37만4000여 명이나 된다. 대한민국 골프 유튜브 채널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구독자수다. 박하림이 유튜브 채널을 처음 만든 건 일반 레슨 채널처럼 자신이 운영하는 스튜디오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채널을 운영하면서 차츰 범위를 좁혔다. 그의 쉬운 설명은 많은 공감을 이끌었고 ‘백돌이들의 교과서’가 됐다.

차량 전복 사고로 뒤바뀐 늦깎이 골퍼의 꿈

박하림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던 1997년에 처음으로 골프를 배웠다. 골프를 시작하기엔 다소 늦은 나이였지만 열정이 컸다. 2년 정도 골프를 배웠을까. 박하림은 타이거 우즈, 박세리 등을 보고 ‘골프는 미국이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침 미국에 친척도 살았던 터라 캘리포니아주 LA 한인타운으로 건너가 골프를 배웠다.

2000년 군입대 이후 2년 만에 제대한 박하림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골프 클럽을 잡았다. 그러나 2005년 그에게 불운이 닥쳤다. LA 인근의 스키장에 가다가 눈길에 차가 뒤집히는 전복사고를 당했고,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완전히 파열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절름발이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만큼 심각한 사고였다. 골프 선수로서의 꿈을 한창 키웠던 꿈 많던 20대 박하림에게 당시의 사고는 절망스러웠다. 다행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재활까지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지기까지… 박하림은 3년 가량의 시간을 어둠 속에서 지냈다.

다행히 몸이 나아지면서 골프에 대한 열정이 다시 살아났다. 오히려 전과 다른 새로운 꿈이 생겼다. 미국에서 열심히 골프를 배운 박하림은 2012년 한국으로 돌아왔고, 2014년 한국프로골프(KPGA) 프로가 됐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늦깎이 프로 자격을 얻은 박하림은 선수가 아닌 레슨 프로로 자신의 길을 정했다. “늦게 골프를 시작하며 얻은 저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교통사고를 통해 알게 된 재활 훈련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듣보잡 골퍼’에서 37만 ‘인기 유튜버’가 된 박하림. [사진 JTBC골프매거진]

국내에서 골프 레슨을 했던 박하림은 여러 타석 속에서 레슨 프로 한 명이 여러 명의 골퍼를 상대하는 기존의 레슨 방식에 의문을 품었다. 그러다 2018년 세종시에 ‘박하림골프스튜디오’라는 프라이빗 골프 레슨 스튜디오를 차리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레슨을 도입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미쳤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 처음 레슨 스튜디오를 차렸을 때 주변 사람들은 잘 안될 것 같다고 말했어요. 따지고 보면 어릴 적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도 아니고, 늦게 골프를 시작했는데 그런 반응이 당연했죠. 흔히 말하는 ‘듣보잡 골퍼’였으니까요.”

박하림은 다른 레슨과 차별성을 두며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박하림의 주된 타겟층은 ‘백돌이’ 아마추어 골퍼였다. “저는 아마추어들이 골프를 쉽고 재밌게 즐기면 좋겠어요. 기존의 레슨들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고 수강생들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어떤 말로 어떻게 설명하면 스윙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요즘 많이 쓰는 다운스윙에서의 ‘수직낙하’라는 용어도 제가 제일 먼저 사용했죠.”

박하림은 유튜브 채널을 잘 활용했다. 그는 “아마추어의 스윙과 프로의 스윙은 차이점이 많다. 단순히 프로의 스윙을 보고 따라 하기만 한다면 골프 실력이 늘기 어렵다”며 “스튜디오를 알리려고 만든 유튜브에 영상을 한 두 개씩 올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특히 아마추어들이 쉽게 따라하고 고칠 수 있는 영상을 많이 찍었는데, 그게 반응이 좋았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혜택도 꽤나 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하림은 “메타버스 활용해 더 많은 구독자와 소통 원한다”고 말했다. [사진 JTBC골프매거진]

한때 ‘듣보잡 레슨 프로’였던 박하림은 이제는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유명 레슨 프로가 됐다. 박하림에게 레슨을 받으려면 몇 달 동안 대기해야 할 정도로 유명세가 대단하다. 그가 올린 유튜브 영상 댓글에는 ‘이것만 고쳤는데 진짜 타수가 줄었네?’ ‘아마추어에게 꼭 필요한 선생님’이라며 칭찬 일색이다. 박하림은 이러한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선물을 증정하거나 직접 찾아가는 레슨 등을 진행하며 구독자와 열심히 소통한다. “지난 겨울에는 구독자 몇 분과 사이판으로 7박8일 전지훈련도 갔다 왔어요. 진짜 놀러간 게 아니라 실력 향상을 위한 전지훈련으로 진행했죠. 새벽같이 일어나서 골프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의외로 반응이 엄청 좋더라고요. 다음에 또 갈 계획이에요.”

박하림은 “아무래도 프라이빗 레슨 스튜디오를 운영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가르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며 “수도 없이 많은 메시지와 레슨 문의를 받는데 전부 해드릴 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 박하림에게 요즘 화두인 메타버스는 많은 관심이 가는 분야다. 평소 구독자와 소통을 자주 하지만, 직접 만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갖던 박하림이기에 더 그렇다. 박하림은 “메타버스 세상에서 구독자와 마주하며 레슨을 진행하면 더 많은 아마추어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메타버스가 상용화될 수 있다면 누구보다 빨리 입문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37만 아마추어 골퍼들의 족집게 강사’ 박하림을 메타버스 속에서 만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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