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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는 왜 코스 전장을 계속 늘리나

남화영 기자2022.11.26 오전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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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내셔널의 길어진 13번 홀 티. [사진=유레카어스]

내년 4월 열리는 골프계의 ‘명인열전’ 마스터스가 유명한 파5 510야드 13홀 전장을 50야드 가량 늘렸다. 이에 따라 내년 87회 마스터스는 파72에 7560야드 정도 전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레카어스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대회를 주관하는 오거스타내셔널이 이 홀의 티잉구역을 완전히 정비했다. 지난해까지 파3 12번 홀을 마치고 바로 옆 13번 홀 티로 갔는데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을 보면 내년에 선수들은 뒤로 40~50야드는 족히 더 걸어 들어가야 한다.

‘아젤리아(진달래)’라는 별칭을 가진 이 13번 홀은 마스터스의 대회 역사에서 중요한 승부처였다. 타이거 우즈의 멋진 이글과 필 미켈슨의 나무숲에서 친 샷 이글이 나오는 듯 환상적인 샷이 우승으로 이어지곤 했다.

1934년 파5 480야드에서 시작한 13번 홀은 이 코스에서는 15번 홀과 함께 가장 많은 10번의 수정을 거쳤다. 이번의 홀 조정으로 최다인 11번째 수정되는 것이다.

왼쪽 도그레그 형태인 이 홀은 전장이 늘어날 만했다. 선수들은 드라이버를 친 뒤에 숏 아이언이나 심지어 웨지로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리곤 했다. 드로샷이 나오면 언덕을 타고 내려가서 웨지로 투온을 노려 이글 찬스를 얻었다.

올해 치른 대회에서 파5 2번홀은 575야드, 8번홀은 570야드, 15번홀은 550야드였다. 13번 홀은 파4 홀 중 가장 긴 11번홀의 520야드보다도 짧았다. 대회 중에 쉽게 버디를 잡는 홀로 여겨지면서 마스터스에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얘기가 10년 전에 땅을 살 때부터 나왔다.

올해 치른 대회의 13번 홀 티잉구역 뒤는 담 하나를 두고 이웃 코스인 오거스타 컨트리클럽 홀이 이어졌다. 오거스타내셔널은 10여년 전 이 부지를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사들였다. 이후 나무를 심고 정비를 마친 뒤 내년 대회에 등장시키는 것이다.

1934년 첫 대회를 치른 이후 오거스타내셔널은 꾸준히 코스를 고쳐왔다. 현재의 아웃-인 코스 순서도 원래는 반대여서 9번 홀에서 대회가 끝났다. 전장을 크게 늘리기 시작한 건 지난 1997년 타이거 우즈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12타차 우승한 뒤부터다.

마스터스는 한 코스에서만 개최되는 유일한 대회다. 첫 대회부터 파72 4라운드 72홀 대회가 바뀐 적이 없다. 정해진 부지 안에서 대회가 치러지는 만큼 코스 전장이 시기마다 조정됐다. 장비의 발달과 과학적인 체력 관리로 인해 선수들의 비거리가 점점 늘어나면서 코스는 이에 대응해왔다. 페어웨이 폭을 좁혀 더 높은 정확도를 시험하거나 홀 길이를 더 늘리는 것이다.

따라서 오거스타내셔널은 쉬운 코스가 됐다는 얘기를 가장 싫어한다. 2020년 가을에 열린 대회에서 더스틴 존슨이 역대 최저타인 20언더파로 우승하자 그것도 못마땅해했다. 그 결과 올해 전장을 2년만에 35야드 이상 늘려 치렀다. 지난 2019년 대회에서 5번 홀 티잉 구역이 40야드 뒤로 물러나면서 7475야드가 된 데 이은 조치다.

올해는 후반 3홀을 조정해서 7510야드로 치렀다. 아멘 코너가 시작되는 후반 파4 11번 홀이 505야드에서 520야드로 15야드 늘렸다. 페어웨이는 등고를 조정하고 나무들을 페어웨이 오른쪽에 추가로 심었다.

또한 선수들이 투온에 성공하면서 이글이나 쉽게 버디를 잡던 후반 15번 홀이 530야드에서 550야드로 20야드 늘어났다. 오거스타내셔널은 페어웨이 굴곡을 조정해 투온이 쉽지 않도록 했다. 이 홀에서는 진 사라센이 제2회 대회인 1935년에 알바트로스를 하면서 역전승을 한 바 있다. 대회 역사상 첫 알바트로스였고 이 역전이 회자되면서 마스터스가 보다 큰 대회로 성장할 수 있었다.

파4 18번 홀은 길이 조정은 없는 대신 티를 낮춰서 13야드 정도 더 길어진 효과를 얻었다. 이 홀은 티잉구역에서 그린까지는 20미터 높이의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 홀이다. 이번 홀 조정으로 인해 이 홀은 더욱 까다로운 마지막 홀이 됐다. 그래서 올해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장타를 수없이 날렸으나 10언더파로 우승했다.

올해 후반 인 코스는 파36에 3745야드였으나 내년에 50야드가 더해져 3795야드까지 늘어나게 된다. 선수들의 늘어나는 평균 비거리에 대응하기 위해 한 곳에서만 개최하는 오거스타내셔널은 이같은 홀 전장을 늘리는 것으로 대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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