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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미녀에게 반하다

기자2010.01.08 오전 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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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골퍼 안나 로손에게 물었다. 골프와 외모에 대해서
안나 로손 “김치찌개 잘 먹어요”

바야흐로 미녀 골퍼 전성시대입니다. 지난해 KLPGA투어 상금왕과 다승왕을 차지한 서희경은 얼굴도 예쁘고, 체격도 늘씬해서 별명이‘필드의 수퍼모델’이라지요. 김하늘과 이보미·이혜인 등은 또 얼마나 예쁜가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투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늘씬한 체격의 미셸 위가 LPGA투어의 최고 스타로 떠오르고 있고, 폴라 크리머와 내털리 걸비스 등도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선수들로 꼽힙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나치게 외모 지상주의에 빠져있는 건 아닐까요. 이번 주 golf&은 지구상에서 가장 섹시한 골퍼로 꼽히는 대표적인 ‘미녀 골퍼’ 안나 로손(29·호주)을 만나 그의 외모에 얽힌 에피소드와 골프 철학을 들어봤습니다.

샌디에이고=정제원 기자

섹시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걸까. 키 1m77㎝의 늘씬한 체격에 치렁치렁한 금발머리, 게다가 푸른색 눈동자는 뇌쇄적이기까지 하다. 안나 로손. 올해 스물아홉 살의 이 아가씨는 골프계의 안나 쿠르니코바에 비유되는 미녀 골퍼다. 군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피부도 깨끗한 편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골프팬들이 그의 뒤를 따른다. 우승을 한 번도 못 해봤는데도 프로암 때마다 아마추어들이 라운드하고 싶은 골퍼 1순위로 그녀를 지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 미국의 남성지 GQ는 한술 더 뜬다.

“타이거 우즈는 골프에서 소외된 사람들까지도 골프를 좋아하게 만든 주인공이다. 그런데 골프를 싫어하던 사람들도 이 선수를 보면 골프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의 이름은 안나 로손이다.”

이쯤 되면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라코스타 골프장에서 훈련 중인 로손을 만났다.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긴 뒤 전날 캘리포니아로 돌아왔다고 했다. 피부가 약간 그을린 듯했지만 여전히 그녀는 아름다웠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여성은 모델인지 프로골퍼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프로골퍼인지 모델인지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했더니 로손은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도 모델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엄연히 저는 우승을 꿈꾸는 프로페셔널 골퍼입니다. 사람들에게서 모델이냐, 프로골퍼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지요. 세상 사람들은 나의 외모만 볼 뿐 내 골프 실력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종종 외모가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프로골퍼로 성장하는 데 예쁜 얼굴, 빼어난 몸매가 방해되지는 않나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내가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내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지요. 75타를 쳤는데도 인터뷰는 물론 사인 요청이 쇄도하는 경우도 있어요. 성적이 좋지 않아 한참 화가 나 있는데도 어떤 팬은 다가와서 사진을 찍자고 합니다. 남들은 행복한 고민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저는 이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부담감을 느껴요.”

-그래도 외모가 뛰어난 건 분명 축복받은 일 아닌가요.

“물론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도 얼굴이 예쁜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이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지요. 대중으로부터 받는 그 시선이 저를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 달 수퍼보울(미국프로풋볼 결승전)을 앞두고 (하프 타임에 방영되는) 수영복 광고 촬영 제의를 받았다지요.

“맞아요. 광고 촬영 제의를 받은 건 사실인데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고 해서 거절했습니다. 저는 이제 실력으로 승부를 걸고 싶거든요. 사람들이 저의 실력에 대해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게 섭섭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모델로 활약한 경험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저는 이제 세계 최고의 여자투어인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프로페셔널 골퍼인데도 말이지요. 앞으로도 어떤 매체든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면 정중히 사양하고 싶어요.”

-그래도 당신은 가끔 노출이 심한 옷을 입지 않나요.

“수영복을 입는 것과 짧은 치마를 입는 건 분명히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여자 프로골퍼가 소매가 없는 티셔츠에 미니 스커트를 입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다리가 예쁜 사람은 미니 스커트를 입고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거지요. 그래서 저도 민소매 셔츠에 짧은 스커트를 즐겨 입는 편입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골프계의 안나 쿠르니코바라고 부르면 기분이 어떤가요.

“그런 말을 종종 들어요. 제가 아직 우승을 못 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모양인데 저는 이 말을 칭찬이라고 생각합니다. 쿠르니코바는 많은 테니스팬을 만들어냈잖아요. 저 역시 쿠르니코바처럼 골프팬이 늘어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멘털과 집중력을 키워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골프만 아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프로골퍼인 동시에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LPGA투어를 비롯한 여자골프가 지금보다 더 인기를 끌 수 있도록 하는 데 제가 도움이 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2010년에는 LPGA투어 대회 수가 줄어들었다고 우려하기도 하는데요.

“그건 사실이지만 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새 커미셔너를 맞아들인 뒤 LPGA투어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단, LPGA투어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뭔가 시끄러운 일(noise)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남녀가 각 60명씩 출전하는 성대결 대회를 만드는 건 어떨까요. 아니면 LPGA투어 대회 우승자에겐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가 만든 가운을 선물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요. 메이저리그에서 타자가 등장할 때 음악이 흘러나오듯 여자 골퍼가 1번홀에 들어설 때 노래를 틀어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미국과 유럽 투어를 오가며 활약 중인 로손은 2010년엔 LPGA투어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해 목표요? 톱10 안에 자주 입상하는 골퍼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세계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군요. 한국에도 가능하면 자주 가고 싶어요. 저는 김치찌개를 비롯한 한국 음식도 잘 먹거든요.” 정제원 기자 [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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