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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혼혈 선수 비키 허스트 "말 춤은 내가 퍼뜨린 것"

가시고지마(일본)=오세진 기자 기자2012.11.03 오후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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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스타일 말 춤은 제가 퍼뜨린 거라니까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중인 비키 허스트(미국)는 한국 대중 가요를 즐겨 듣는다. 걸그룹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좋아하고 후속 곡이었던 ‘애니바디’는 가사를 줄줄 외울 정도다. 최근 허스트는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말 춤을 LPGA 투어 선수들에게 퍼뜨리며 투어 전체의 분위기를 ‘업(Up)’시키고 있다.

허스트에게 한국은 특별하다. 그가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허스트는 “한국에 가는 걸 좋아한다. 경기를 하러 가기도 했었지만 엄마를 따라서 여행으로도 자주 간다. 한국에 가면 또 하나의 고향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과도 친하다. 그 중 김인경(하나금융그룹)과는 각별한 우정을 자랑한다. 지난 4월 김인경이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한 뼘짜리 퍼트를 놓치며 우승에 실패했을 때는 김인경을 끌어안으며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고 한다. 허스트는 “한국 선수가 우승하면 나도 들떠서 우승 축하파티에 간다. 한국 선수들도 다른 외국 선수들보다 내게 더 친밀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웃었다.

허스트의 주식은 서양식이 아니라 쌀과 찌개가 주된 한식이다. 특히 김치 없이는 밥을 잘 먹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그는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 아침에는 꼭 된장찌개와 김치를 곁들여 쌀밥 한 그릇을 해치우고 경기에 출전한다. 올해 최고 성적을 거뒀던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4위) 때도 김치를 먹고 힘을 냈다”고 말했다.

올해 22세의 허스트는 2009년 LPGA 무대에 데뷔한 이후 아직 우승이 없다. 2부 투어인 퓨처스 투어에서는 5승을 거두며 최연소 우승, 최저타 우승 기록과 함께 상금왕에 오르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허스트의 주무기는 장타다. 173cm의 큰 키에 시원하게 뻗은 팔과 다리로 드라이브샷 비거리 300야드를 넘기곤 했다. 그러나 최근 비거리를 줄이는 대신 샷에 정교함을 더하는 연습을 하면서 과도기를 겪고 있다. 올 시즌에는 톱 10에 세 차례 이름을 올리며 상금순위 35위(약4억1331만원)에 올라 있다. 허스트는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장타도 필요하지만 정확한 샷 감도 갈고 닦아야 한다. 아직 확실한 경기 스타일을 찾지 못해 우승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마지막까지 1승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허스트는 3일(한국시간) 일본 미에현 시마시의 긴데쓰 가시고지마 골프장(파72)에서 벌어진 LPGA 투어 미즈노 클래식 2라운드에서 1오버파를 쳤다. 중간합계 6오버파를 기록중인 그는 공동 62위로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하지만 허스트는 “한국 선수들은 세계 무대에서 정말 강하다. 내 몸 속에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나 역시 LPGA의 강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며 “조만간 꿈에 그리던 1승을 거둘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허스트는 4일 미즈노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루이 키타다, 카오리 오(이상 일본)와 함께 경기한다.

J골프가 미즈노 클래식 최종라운드를 4일 오후 6시30분에 위성 녹화 중계 한다.

가시고지마(일본)=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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