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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골절상 80바늘 꿰맨 이경환, 기적의 후유증 극복기

김두용 기자2015.06.04 오후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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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환은 4일 넵스 헤리티지 2015 1라운드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의 아담 스콧' 이경환(19)이 턱 하악 골절상으로 80바늘이나 꿰매는 큰 부상의 후유증을 털어내고 있다.

이경환은 4일 경기 여주 360도 골프장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넵스 헤리티지 2015 1라운드에서 무보기 플레이를 펼쳤다. 버디 4개만 낚은 이경환은 공동 7위로 모처럼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3개 대회에서 1차례만 컷을 통과했던 이경환은 달라진 모습으로 코스를 잘 요리했다.

185cm의 훤칠한 신장에 훈남 외모를 지닌 이경환은 롱퍼터를 사용해 '한국의 아담 스콧'으로 불린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시드 유지에 성공한 신예이기도 하다. 마지막 대회인 신한동해오픈에서 15위의 호성적으로 상금랭킹 69위에 올랐다. 60위까지 시드를 유지할 수 있는데 투어 카드를 잃을 위기였다. 군가와 규정 대회수 미달 등으로 60위 내 선수 7명이 빠지면서 62위까지 올랐다. 그래도 순위가 밀려 코리안투어 Q스쿨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드 유지 가능성이 없어 보였던 이경환은 노승열의 시드 포기와 김우현의 군가 신청으로 극적으로 60위 안에 들면서 ‘지옥의 관문’인 Q스쿨을 보지 않아도 되는 행운을 누렸다.

투어 카드 유지 후 메인(보성환경이엔텍), 서브스폰서(데상트)와 좋은 조건으로 계약한 이경환은 순조롭게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동계훈련까지 마치고 시즌 준비에 열을 올릴 시점에 ‘대형사고’가 터졌다. 지난 2월 11일 밤 갑자기 현기증에 쓰러져 얼굴이 으스러졌다. 공교롭게 부모님의 25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얼굴부터 떨어진 이경환은 턱 관절이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앰블런스에 실려 응급실로 향했다. 고막이 터져서 양쪽 귀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눈동자도 초점이 맞지 않을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청력까지 잃어버릴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상태가 위중해 처음에는 6개월 진단이 나왔다. 시즌 중반에야 투어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암담했다. 그러나 운 좋게도 응급처치를 잘 됐고, 분야 최고 전문의에게 발 빠르게 치료를 받은 덕분에 회복세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완전히 어긋났던 윗니와 아랫니를 제대로 맞추고 마우스피스를 껴야 했고, 한 달간은 식도로 연결된 호스를 통해 음식을 섭취해야 했다. 5주간은 훈련을 전혀 못하고 치료에 집중해야 했다.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 없어서 몸무게가 3kg 가량 빠졌고, 스윙 감각도 잃었다.

퍼트 연습부터 다시 시작한 이경환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한 의지로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4월 23일 시작된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 극적으로 출전해 컷을 통과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여전히 정상적인 체력과 컨디션이 아닌 이경환은 이번 넵스 헤리티지 2015 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다. 캐디백을 메지 않기로 했던 아버지는 고전하고 있는 아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명인열전’ 마스터스의 캐디처럼 점프슈트 캐디복을 입고 아들과 함께 필드를 누비며 코스 공략에 도움을 줬다.

이경환은 “그 동안 친구, 선후배들이 백을 멨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버지가 한 번 메겠다고 했는데 호흡이 잘 맞았다”며 “아직도 차가운 것을 못 먹고 잘 때는 마우스피스를 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있다. 잡생각 없이 매 샷에 집중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데 샷이 정말 잘 됐다”고 말했다. 체력도 이제 95% 정도까지는 올라왔다고 한다. 이경환의 아버지는 “1부 투어 경기 중 가장 잘 풀린 날이다. 페어웨어와 그린을 놓치지 않고 이상적인 플레이를 했다”고 뿌듯해 했다.

서서히 후유증을 극복해나가고 있는 이경환은 아직까지 큰 욕심은 부리지 않고 컷 통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JTBC골프는 대회 2라운드를 5일 낮 12시부터 생중계한다.

여주=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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