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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모중경 시크릿레슨 "스윙 열쇠는 체중 이동"

성호준 기자2016.05.22 오후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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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왼쪽)에게 체중이동 동작을 가르치는 모중경. 그는 체중이동은 스윙의 엔진으로 가장 핵심적인 동작이라고 강조한다. 슬럼프에 빠졌던 김경태는 모중경의 도움으로 부활했다. [사진 민수용]

요즘 한국 골프계에서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와 모중경(45)이 화제다. 김경태는 21일까지 일본 투어 3개 대회에 나가 우승-준우승-우승을 했다. 지난해 상금왕에 이어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김경태는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고 미국 PGA 투어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김경태는 몇 년 간 극심한 부진에 빠졌었다. 그러다 20년 베테랑 투어 프로인 모중경의 도움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모중경은 ‘스윙 박사’로 통한다.

일반적으로 스윙을 잘 아는 교습가들은 스윙을 잘하지 못한다. 선수들은 스윙을 멋지게 하지만 이론에 해박하지는 않다. 그러나 모중경은 스윙을 잘 알면서 실제로도 잘 한다.

김대현은 “모중경 선배는 드라이버를 아주 잘 치고 아이언은 가지고 노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나 퍼트 등 쇼트게임이 그리 좋지는 못했다. 그린 적중률 3위였던 지난해 상금랭킹 68위로 투어 출전권을 잃었다. 그는 다시 Q스쿨을 통해 투어에 겨우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 15일 대전 유성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매일유업오픈에서 18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투어에서 10년만에 맛본 우승이었다.

모중경은 자신의 스윙 노하우를 감추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경쟁자들인 다른 선수들과도 공유한다. 그는 김경태를 부활시켰을 뿐 아니라 유러피언투어 센젠 인터내셔널 우승자인 이수민 등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스윙 비밀을 전달해준다.

한국 남자 투어의 플레잉코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플레잉코치를 하면서 오히려 성적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쉽게 말해 가르치면서 배운다.

모중경은 지난 해 김경태 옆에 거의 붙어 살았다. 몇 달간 하루 너댓 시간씩 김경태의 스윙을 고쳐줬다. 영하의 날씨에도 김경태가 원하면 연습장으로 나갔다. 김경태는 “공을 치는 나는 덜 추운데 가만히 서 있는 프로님은 많이 추웠을 것”이라고 했다.

김경태는 아마추어 시절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올랐다. 프로에 진출한 2007년 데뷔전 포함 2연승을 하면서 괴물이라고 불렸다. 한국과 일본 투어에서 상금왕에도 올랐다. 그러나 김경태 같은 훌륭한 선수도 어려움에 빠지는 게 골프다. 김경태는 2013년부터 드라이브샷을 늘리려다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모중경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경태는 아마추어처럼 팔로 클럽을 들어서 팔로 치는 동작을 하고 있더라. 체중 이동이 되지 않아 아웃사이드-인 궤도가 됐으며 커트가 점점 심해져 악성 구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모중경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체중이동이다.

스포츠과학 연구자인 마크 스미스가 펴낸 책 『골프의 과학』에 의하면 아마추어와 프로의 스윙 간에는 뚜렷이 구분되는 다섯 가지가 있다.

백스윙 탑에서 발견되는 현상이 세 가지, 임팩트 때 두 가지다. 백스윙 시 프로의 척추는 타깃 반대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반면 골프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척추는 타깃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른바 역피봇 현상이다. 두 번째는 골반의 위치다. 아마추어는 목표 반대방향으로 많이, 프로는 최소한 이동한다.

세 번째는 발에 가해지는 압력이다. 아마추어는 (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발 바깥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뛰어난 스윙을 하는 사람은 양쪽 발의 안쪽에 고루 압력이 간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백스윙시 몸이 버티지 못하고 타깃 반대쪽으로 밀리는 이른바 ‘스웨이 현상’이 생긴다.

임팩트 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첫째가 골반 회전이다. 프로는 골반이 목표방향으로 회전하고, 아마추어는 회전하지 않는다. 두 번째 차이는 골프 실력이 좋은 사람은 체중이 왼발에, 그렇지 않은 사람은 오른발에 있다는 점이다. 프로는 체중이동을 하고 아마추어는 체중이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정리하면 좋은 스윙은 백스윙시 체중과 골반이 밀리지 않아야 하며 임팩트 시엔 체중이 왼발에 있어야 하고 골반이 회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중경은 이중 백스윙 보다는 다운스윙에 가중치를 둬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백스윙은 다운스윙을 잘 하기 위한 준비과정일 뿐이다. 백스윙이 완벽하지 않아도 다운스윙을 잘 하면 좋은 샷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짐 퓨릭처럼 백스윙이 이상해 보여도 공을 잘 치는 선수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골프 레슨은 백스윙 동작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골프 교습가들은 백스윙 때 팔을 어떻게 뻗고 코킹을 어떻게 하라는 등에 대해 세세하게 가르친다. 반면 다운스윙에서의 체중 이동과 회전에 대해서 언급하는 양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다운스윙이 더 중요하고 『골프의 과학』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체중 이동과 회전은 골프 스윙의 핵심이기도 하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이를 잘 못 한다. 특히 체중 이동을 못한다. 샷을 한 후에도 무게중심이 오른발에 남아 있는 골퍼가 대부분이다. 그냥 팔로 친다.

모중경의 스윙에 대한 이론은 『골프의 과학』과 흡사하다. 체중이 뒷발 쪽에 있는 상태에서 임팩트가 일어나면 슬라이스, 뒤땅, 섕크, 훅, 약한 샷 등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고 모중경은 말한다. 물론 백스윙에서도 체중이동은 중요하다. 그는 “백스윙 시 체중이 오른쪽으로 밀리지 말고 버티고 있어야 하며 혹시 밀렸다면 다운스윙 시 그만큼 반드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골프의 과학』에서는 실력이 좋지 않은 골퍼의 다섯 가지 문제 중 두 가지가 체중 이동과 관계가 있다고 했다. 모중경은 “아마추어 골퍼의 90% 정도가 체중 이동을 못한다. 그래서 힘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몸이 길을 막고 있어 스윙 궤도가 정상적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중요한 체중 이동이 왜 강조되지 않을까. 프로 선수들은 체중 이동과 회전을 대부분 잘 한다. 기본 중 기본이기 때문이다. 레슨프로들은 주말골퍼들에게 체중 이동의 중요성을 가르치기는 한다. 그러나 아마추어 골퍼 상당수가 체중 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이를 충분히,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는 증거다. 체중 이동은 너무나 당연해서 덜 강조되는, 혹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골프 스윙의 비밀 아닌 비밀이다.

모중경은 그 당연한 체중 이동이 스윙의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김경태는 그 이론으로 스윙을 고쳤다. 김경태는 승승장구하고 있고 모중경도 10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두 선수가 중앙SUNDAY에 시크릿 레슨을 연재한다. 너무나 당연하면서 너무나 중요한 것들, 하지만 오히려 강조되지 않는 레슨을 위주로 다룬다. 그래서 연재 기사의 제목도 시크릿 레슨이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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