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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웃는 법을 찾아가고 있는 청야니

이지연 기자2017.05.10 오후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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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에 빠진 지 4년. 청야니는 지난해에 비해 밝아졌으며 슬럼프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사진 고성진]

2008년 청야니가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 처음 등장했을 때 남자 같은 그의 공격적이고 폭발적인 플레이는 ‘충격’에 가까웠다. 청야니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5승을 거두었으며 거칠 것이 없었다. 2011년에는 한 해에만 7승을 올리면서 ‘올해의 선수’를 일찌감치 확정지었고, 7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최연소 메이저 5승(22세) 기록도 세웠다. 2013년 3월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을 앞뒀던 기아클래식 프로암 날 늦잠을 자다 5분 지각하면서 실격을 당하기 전까지 그의 추락을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2008년 투어에 등장한 청야니의 폭발적인 플레이는 충격에 가까웠다.

그러나 기아클래식 이후 4년 1개월. 청야니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109주간 세계 랭킹 1위였던 청야니는 기아 클래식 다음 주에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1위 자리를 내준 뒤 슬럼프에 빠졌다. 그는 2013년 3월 기아 클래식 이후 4년 넘게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느새 그의 세계 랭킹은 116위까지 밀려났다.

청야니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아웃오브바운스(OB) 지역 근처에 떨어진 공을 찾는 것과 같은 어려운 일이 되었다. 청야니의 카리스마는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으며, 평범한 선수가 된 느낌이다.

청야니는 지난해 LPGA투어에서 티샷 정확도 50.5%로 투어 선수 158명 중 꼴찌인 158위였다. 함께 경기를 한 선수들은 청야니의 드라이브 샷이 워낙 악성으로 휘어져 도저히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티샷이 흔들리면서 아이언 샷도 난조에 빠졌다. 청야니는 지난해 그린 적중률 61.3%로 139위였다. 드라이버보다는 그나마 낫지만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기는 마찬가지였다.

청야니는 원래 드라이브 샷 정확도가 높은 선수는 아니었다. 전성기 시절에도 100위 안에 한 차례도 들지 못했다. 그러나 전성기 때는 티샷이 페어웨이에서 벗어나더라도 크게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언 샷 적중률이 높았다. 2008년 7위(68.3%)였고, 2009년에는 11위(71.7%), 2010년 20위(69.4%)였다.

그러나 티샷과 아이언 샷이 점점 더 흔들린 청야니는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었던 폭발적인 장타도 자취를 감췄다. 청야니는 투어 첫해였던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단 한 해도 드라이브 샷 부문에서 10위권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었지만 지난해 그의 기록은 259.9야드로 전체 36위였다.


티샷과 아이언 샷의 정확도가 떨어진 그는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수렁에 빠진 청야니는 지난해 우울한 연말을 맞았다. 상금 109위에 그치는 부진으로 80위까지 주는 풀 시드마저 처음으로 놓쳤다. 벼랑 끝에 선 청야니는 마지막 기회를 택했다. 역대 상금 랭킹 상위자(12위-1039만8748달러)에게 주어지는 투어 카드를 받기로 하면서 다시 투어 무대를 밟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마지막 카드를 받은 청야니는 지난해 말 캐디 제이슨 해밀턴을 찾아갔다. 해밀턴은 청야니의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함께 보낸 동반자였지만 청야니가 슬럼프에 빠지면서 2014년 헤어졌다. 청야니와 헤어진 뒤 리디아 고를 만나 10승을 합작하면서 리디아 고를 세계 랭킹 1위로 만든 해밀턴은 마침 리디아 고와 결별했던 참이었다. 청야니는 “해밀턴은 가장 좋았던 시간을 함께해 온 친구 같은 캐디다. 리디아 고와 헤어진 뒤 많은 선수들에게 제안을 받았지만 나와 같이 해주기로 했다. 그와 다시 함께하게 돼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청야니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해밀턴을 비롯해 오랜 코치인 게리 길크라이스트를 찾아가 그들과 함께 전성기 때의 샷과 플레이를 다시 찾기 위한 시간을 보냈다. 청야니는 “정상의 자리에 있었을 때 그 자리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세계 랭킹 1위를 지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너무 잘 하려고 했다. 스트레스가 컸다”며 “아직 멘털적으로 100% 회복되지 않았지만 날 믿어주고 끌어주는 팀이 있기 때문에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이제 골프가 다시 즐거워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캐디 제이슨 해밀턴과 코스 공략을 상의하고 있는 청야니.

그러나 과거의 영광을 함께했던 드림팀과 다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올 시즌에도 청야니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청야니는 올 시즌 출전한 6개 대회에서 5번 컷 탈락을 당했다.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공동 14위를 했지만 초청 선수 신분은 공식 상금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그가 벌어들인 돈은 ‘0’원이다. 기록상으로 보면 올 시즌 청야니의 드라이브 티샷 정확도는 151위(56.1%), 아이언 샷 그린 적중률은 133위(63.9%)로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나마 희망이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드라이브 샷 비거리가 269.7야드(8위)로 다시 장타가 살아났다는 점이다.

물론 청야니의 코치 길크라이스트는 그의 샷에 대해 훨씬 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길크라이스트는 “청야니는 그동안 스윙 플레인을 벗어난 스윙을 했다. 드라이버를 칠 때도 너무 가파르게 다운스윙이 내려오는 현상이 보였다. 그러나 함께 스윙을 교정하면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척추 각을 세우면서 편안한 회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임팩트도 나아져 공을 좀 더 똑바로 치게 됐다. 너무 급했던 템포를 교정하면서 샷이 안정되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길크라이스트는 청야니의 부활은 샷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회복에도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최고의 자리에 섰던 선수들은 대개 스스로는 물론 주위 사람들의 기대감 때문에 스스로 더 엄격한 잣대를 세우기 마련. 청야니의 난조도 그런 부분에 한 원인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길크라이스트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듯 청야니도 일관성이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심리적인 요소가 스윙은 물론 골프 경기 전체에 영향을 미쳤고 너무 서두르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누구도 18홀 동안 완벽한 샷을 할 수는 없다. 청야니에게 여유를 가지면서 한 샷, 한 샷에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한다. 지나간 샷은 잊어야 하는 법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청야니도 길크라이스트의 말에 동의하고 있다. 그는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게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유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슬럼프에 빠진 뒤 지난해까지 청야니의 얼굴엔 먹구름이 가득했다. 선수들 사이에서는‘청야니가 컷 탈락을 당한 뒤 클럽 하우스 라커룸에서 대성통곡을 하는 모습을 봤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그러나 올해 청야니는 분명 지난해에 비해 밝아졌으며 슬럼프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청야니는 “매우 행복한 날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은 굉장히 힘들다. 그게 골프다. 그러나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안다. 나 자신을 의심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고 했다.

캐디 해밀턴과 코치 길크라이스트는 “청야니의 심리 상태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샷도 지난해에 비해 나아지고 있다. 6개월 내에 다시 부활할 거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야니는 “다시 세계 랭킹 1위가 되지 않더라도 우승은 하고 싶다. 아직은 너무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세계 랭킹 1위는 쉽지 않겠지만 청야니가 다시 LPGA투어에서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는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을 논하기엔 올해 스물여덟 살인 청야니는 아직 너무 젊고 재능이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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