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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녀프로골프투어 2008년 vs 2018년

김경수 기자2018.12.05 오후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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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생 동갑내기인 배상문과 서희경. 이들은 나란히 2008년 투어에서 높이 날았다. [사진 KPGA, KLPGA]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격변하는 세상에서는 10년이면 강산이 한 번이 아닌, 두 세 차례 변할 듯 싶다.

한국 남녀프로골프투어는 최근 10년간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10년 전인 2008년에 비해 2018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짚어본다.

변화의 척도는 무엇보다도 투어에 편입된 대회수와 총상금 규모를 들 수 있다. KPGA 코리안투어는 2008년에 19개 대회를 치렀으나 올해는 17개로 시즌을 마감했다. 대회 수는 10년 전 대비 2개가 줄어 들었다. 그러나 제네시스 챔피언십 등 굵직굵직한 대회 신설과 기존 대회의 상금 증액으로 총상금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 10년 전 총 83억원이었던 것이 올해는 143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60억원, 72.3%나 늘었다.

KLPGA투어는 10년 동안 장족의 발전을 했다. 2008년 대회 수는 25개, 총상금은 85억여원이었으나 올해는 대회 수 28개, 총상금은 206억원에 이르렀다. 10년 새 대회 수는 3개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상금은 124억원, 145.9%나 폭증했다. 대회 스폰서십을 하려고 해도 좋은 계절엔 들어갈 자리가 없을 지경이다. 또 대회 상금은 적어도 7억∼8억원을 제시해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10년 전에는 치러졌다가 지금은 없어진 대회수를 통해서도 그 투어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10년 새 없어진 대회는 KPGA투어가 13개, KLPGA투어가 9개다. KPGA투어의 경우 메이저급 대회만 명맥을 유지할 뿐 여타 군소대회는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 반면 KLPGA투어는 14개 대회가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존속되고 있다.

대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챔피언들의 면면을 보자. ‘골프는 평생 스포츠’라고 한다. 다른 종목 같으면 은퇴할 나이의 선수들이라도, 젊은 선수들과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종목이 바로 골프다.


2008 한중투어 2차전에서 우승한 김대섭. 그는 2017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사진 KPGA]

10년 전 KPGA투어에서 우승한 선수들은 최경주, 황인춘, 배상문, 김형성, 앤드루 매킨지(이상 2승씩), 허인회, 김형태, 이승호, 강욱순, 김대섭, 김위중, 최호성, 강경술 ,앤드루 추딘 등이다. 이 중 국내선수들은 강욱순, 김대섭, 김위중, 강경술을 제외하고는 지금도 투어에서 활동 중이다.

황인춘은 지난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군 복무를 마친 배상문은 지난 9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2부인 웹닷컴투어에서 우승하며 2018-2019시즌 PGA 투어카드를 다시 확보했다.

KPGA투어에서 6년째, PGA투어에서는 7년째 우승이 없는 최경주는 시니어투어에 합류하기 전에 승수를 추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PGA투어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다인 8승을 기록 중인 최경주는 1년 반 뒤에는 시니어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최경주는 시니어투어에 합류하기까지 통산 상금랭킹 상위권자(25위·3231만여달러) 자격으로 미국PGA투어에서 뛸 수 있는 시드를 지니고 있다. 최경주는 2008년 소니오픈에서 PGA투어 7승째를, 2011년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8승째를 거뒀다.

올해 45세인 늦깎이 최호성의 활약도 돋보인다. 안양CC에서 일하다가 남들보다 늦은 만 28세에 프로가 된 최호성은 딱 10년 전인 2008년 하나투어챔피언십에서 투어 첫 승을 거뒀다. 2011년 레이크힐스오픈과 2013년 인도네시아PGA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통산 4승을 기록 중이다. 올해는 일본 투어 카시오월드오픈에서 우승했다.

최호성은 지난 6월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갤러리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낚싯대를 던지듯하는 특유의 스윙동작으로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마지막까지 후배들과 우승경쟁을 벌이는 ‘노익장’도 보여주었다. 최호성의 스윙폼과 인기는 일본과 미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2008년 한국여자골프는 신지애·서희경의 ‘양강 구도’였다. 그 해 신지애는 7승, 서희경은 6승을 올리며 둘이 투어를 쥐락펴락했다. 지금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신지애는 최초로 한·미·일 3개 LPGA투어 상금왕 석권을 노리고 있다. 서희경은 2010년 초청 선수로 나간 LPGA투어 KIA클래식 우승 덕분에 그 이듬해 미국무대로 진출했다. 그러나 서희경은 KIA클래식 이후로는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채 다시 국내로 돌아온 후 결혼과 함께 은퇴했다. 지금은 해설자로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08년 프로 데뷔전인 김영주여자오픈 우승으로 화려한 시작을 알린 유소연.[KLPGA]

2008년 KLPGA투어 챔피언은 신지애, 서희경, 김하늘(3승), 홍란(2승), 유소연, 안선주, 김보경, 김혜윤, 최혜용 등 모두 11명이다. 그 중 서희경, 조아람, 오채아 세 명만 은퇴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지금도 필드에서 뛰고 있다.

현재 한국 남녀프로골프투어를 보면 ‘여강남중’(女强男中)이라는 표현이 적절해보인다. KPGA투어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대회 수 15개 안팎으로 상대적 빈곤에 시달렸으나 지금은 그나마 구색을 갖춘 모양새다.

10년 후인 2028년 한국 남녀프로골프투어의 기상도는 어떨까. 우선 지금처럼 여자골프의 인기가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인기는 부침한다. KLPGA투어는 지금이 절정이다. “KLPGA투어는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올해 치를 예정이었던 두 대회(팬텀오픈, 카이도시리즈)가 취소된 것은 그 조짐일 수 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톱10’에 한국선수들이 4∼5명이나 포진하는 일은 그야말로 ‘옛날 옛적 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태국·중국·일본 선수들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다. 2028년 KLPGA투어의 우승자 명단에는 중국선수 이름이 올라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KLPGA투어가 현재의 인기를 유지하려면 갤러리들을 더 배려하고, 플레이 속도 단축을 포함해 대회 운영을 더 세련되게 할 필요가 있다.

남자골프는 기지개를 켜야할 때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남자골프는 안된다’는 인식을 걷어내야 한다. 걸출한 스타가 나타나면 그 투어의 인기도 금세 올라가게 마련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PGA투어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CJ에서 제2의 PGA투어 대회를 수도권에 유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장(場)이 섰을 때 그 곳에 내보낼 ‘상품’을 개발·육성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10년 후에는 우리도 미국처럼 남자골프가 여자골프를 능가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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