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뉴스

[인터뷰] '코리안투어 8승' 최진호의 도전은 'ing'

김현서 기자2022.11.26 오후 1:43

폰트축소 폰트확대

뉴스이미지

최진호.

2022 한국프로골프( KPGA) 코리안투어가 11월 중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1개 대회, 총상금 203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으며 총 17명의 우승자가 탄생했다. 챔피언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단연 최진호(38)다.

최진호는 2005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이래로 쉼 없이 달렸다. 이제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연차임에도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며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는다. 코리안투어 8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최진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0월, 스튜디오에서 만난 최진호는 데뷔한 지 18년이나 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한결같은 미소를 유지하며 촬영에 임했다. 쑥스러워하면서도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자 다양한 스타일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현장 관계자들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두 가지에 깜짝 놀랐다. 잘생겨서, 또 터무니없이 겸손해서.

5년 4개월 만에 통산 8승(9월18일 비즈플레이전자신문오픈)을 달성했다. 축하한다. 프로 무대에서 1승도 하기 힘든데 통산 8승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우승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동계 훈련을 열심히 했던 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 같다. 사실 내 위치에서는 많은 대회에 나가는 것보다 성적이 잘 나오는 게 중요하다. 작년에 성적이 너무 안 나와서 올해도 부진하면 앞으로 우승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혹독하게 훈련했고 우승이라는 좋은 선물을 받았다.

시즌 하반기부터 '마법의 빗자루'로 불리는 롱퍼터를 들고 나왔다. 이것도 우승에 한몫한 셈인가?
전반기부터 컨디션은 좋았는데 퍼트가 따라주지 않았다. 방법을 찾다가 동계 훈련을 같이한 김도훈 프로가 공을 똑바로 보내기 쉬운 롱퍼터로 바꿔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하더라. 처음에는 연습할 때만 롱퍼터로 하고 경기 때는 일반 퍼터를 들고 나갔다. 그러다가 지난 8월 말 군산CC오픈 대회에 나갔는데 그린이 느린 편이었다. 느린 그린에서는 더 자신이 없어서 롱퍼터로 바꿨는데 그때부터 퍼트감이 서서히 올라왔다. 롱퍼터로 바꾸고 4개 대회 만에 우승했으니 한몫했다고 할 수 있겠다.



벌써 투어에 데뷔한 지 18년이 됐다. 2006년 처음 우승할 당시와 올해 8승할 당시를 비교해보면 어떤 점이 달라진 것 같나?
우선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 내가 2005년 투어에 데뷔할 때만 하더라도 20대 선수는 10명이 채 안 됐다. 대부분 30대였고 40대 초반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투어에서 뛰는 선수 절반 이상이 20대다.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투어 첫해만 하더라도 선수들에게 용품을 지원하는 브랜드는 별로 없었다. 신인 선수에게는 공, 장갑만 지원했고 유망주나 베테랑 선수 정도 돼야 클럽까지 줬다. 지금은 브랜드에서 100% 용품을 지원한다. 많은 변화가 있다.

어느덧 삼촌뻘(?)의 선배가 됐다. 어린 후배들과 함께 활동하는 소감은 어떤가?
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주형이는 내 첫째 아들과 9살 차이밖에 안 난다. 그런데도 나를 보면 반갑다고 손 흔들고 어깨동무하고 장난을 많이 친다. 나에게 선배란 항상 어려운 존재였다. 혼낸 적도 없는데 당시 분위기가 그랬다. 대회장에서 퍼트 연습할 때도 그린 구석에서 조용히 연습만 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김주형 선수가 PGA투어에서 벌써 2승을 기록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특별 임시 회원 자격으로 가서 우승하고 시드를 받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거기에다 최근에 또 우승했으니까 정말 대단하다. 미국에서 잘할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빠르게 해낼 줄은 몰랐다. 워낙 준비가 잘 되어있는 친구이고 실력, 멘털 등 삼박자가 고루 맞아떨어져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 멋있다.

경쟁력 있는 국내 선수가 또 있을까?
많다. 그런데 지금 생각나는 건 김한별, 배용준, 정찬민 세 명이다. 요즘 어린 선수들은 피지컬도 좋고 실력도 출중하다. PGA투어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또 주니어 때부터 전문 트레이너한테 훈련받고 국제무대 경험을 많이 해본 것도 큰 경쟁력이다.



최진호는 2016년과 2017년 KPGA코리안투어에서 가장 뜨거웠던 선수다. 2016년에는 4관왕에 올랐고 2017년에는 상금랭킹은 2위였지만 대상을 2년 연속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듬해 유러피언 투어(현 DP월드투어)에 뛰어들었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더 큰 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비록 활약은 미미했지만 2019년 커머셜뱅크카타르마스터스에서 투어 진출 2년 만에 개인 최고 성적인 2위에 오르는 성과는 있었다.

유럽에서의 생활이 힘들었겠다.
아니다. 힘들었던 점은 딱히 없었다. 유러피언투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경험했다. 훌륭한 선수들과 겨뤄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매주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 대회가 열리니까 대회가 끝나면 유럽 곳곳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힘든 점이라고는 바람이 많이 불어 날씨가 추웠고 코스가 낯설었던 점이다. 또 호텔에서 생활하니 빨래를 해결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웃음).

'눈물 젖은 빵'이 아니라 '눈물 젖은 빨래'였나(웃음). 유럽에서 뛴 경험이 통산 8승을 달성하는 데 원동력이 되기도 했나?
당연히 그렇다. 최근 우승했던 대회가 제주도에서 열렸다. 대회 기간 내내 제주도에는 강한 바람이 불었다. 사실 유럽 투어에서 활동할 때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꼭 겪는 날씨다. 후배들은 날씨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나는 오히려 수월하게 경기했다.

한국 나이로 벌써 39세, 불혹을 바라보고 있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대회장에서 외롭진 않나?
나보다 형인 홍순상 선수와 또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는 이원준 선수가 있다(웃음). 두 선수와 연습 라운드 파트너이기도 하다. 전혀 외롭지 않다.

투어 베테랑으로서 협회나 대회 관계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대회를 치렀으면 좋겠다. 남자 대회는 여자 대회보다 경기도 하루 더 치르고 샷을 하면 디봇도 크게 생겨 개최할 골프장을 섭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 연습장이 있는 골프장은 더 어렵다고 들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대회 기간 중에도 밖에서 연습할 수밖에 없다. 대회 기간만이라도 후배들이 대회장에서 자유롭게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한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아야 멋진 경기가 나오고 대회 흥행과도 직결된다. 투어 발전을 위해서라도 후배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기량을 쌓을 수 있도록 협회와 골프장 관계자들이 배려해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투어의 인기와 활성화를 위한 선수들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팬이 없다면 프로 선수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골프 종목 특성상 골프 선수들이 예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유러피언투어 메이저 대회인 BMW PGA 챔피언십은 선수들이 훈련하는 레인지 한쪽에 음향 장비를 갖춘 부스를 설치하고 DJ에게 음악을 내보내도록 한다. 선수들도 환영한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도 갤러리가 대회장에서 조금이라도 떠들면 뭐라고 하는 분위기다. 선수들이 지금보다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 골프 관람 문화도 바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많은 팬이 대회장을 찾아줄 것으로 생각한다.

바람대로 빠른 시일 내에 투어 환경이 나아지길 바라며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투어를 뛰는 동안은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앞으로 10년 뒤에도 우승 경쟁 능력이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EDITOR 김현서
PHOTO 조병규(BK스튜디오)
HAIR 정유진(에이라빛)
MAKEUP 원지현(에이라빛)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