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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감성 STORY> 골프장 골프카트는 골퍼를 위한 운송수단일까 골프장 영업용 택시일까

기자2023.01.27 오전 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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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처음 배웠던 80년대 말이 생각난다. 설렘의 첫 라운드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실수의 연속이었다. 주변 눈동냥으로 어렵게 필드에 나가 티샷을 했지만 볼이 그렇게 쉽게 맞을 리 만무하다. 그 당시는 1캐디 1백 시스템이었다. 골퍼 한 명에 캐디가 한 명으로 골프백을 직접 메거나 아니면 수동골프카트를 끌었다. 평지 골프장은 백을 메고 업, 다운이 심한 골프장은 주로 수동 골프카트를 끌었다. 캐디피는 1만5000원이었고 골프카트는 무료다. 캐디 없이 골프카트를 갖고 나가면 3000원 받았다. 오르막 코스가 나타나면 캐디와 함께 끌고 가던가 아니면 골퍼 분이 클럽 몇 개를 꺼내들고 다음 샷 장소로 이동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1캐디 4백이다. 골프카트도 수동에서 5인승 자동카트로 바뀌었다. 골퍼나 캐디나 30년 전보다 참 편리해진 건 사실이다. 클럽을 여러 개 들어줘야 할 이유도 없고 골프카트를 함께 끌거나 밀어야 할 일도 없다. 캐디 역시 무거운 골프백을 만나도 이제는 골프카트가 알아서 싣고 운전을 해주니 편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진화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황금알을 낳는 골프카트에 대한 생각이다. 골프카트는 골퍼의 편리한 라운드를 위한 운송 수단이다. 그러나 골퍼들은 늘 골프가 끝나고 프런트 계산을 할 때 터져 나오는 공통적인 볼멘소리가 있다. 바로 카트 사용료에 대한 반감이다. 적게는 8만원에서 많게는 12만원까지 받는다. 이를 N분의 1로 하면 네 명이면 2, 3만원, 세 명이면 3, 4만원이 된다. 여기에 캐디피 15만원을 N분의1을 하면 4, 5만원이다. 그린피와 식당과 그늘집 이용료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1인당 7만원에서 9만원이 된다.

많은 골퍼들은 캐디피와 골프카트 이용료만 내려도 골프 칠 맛이 날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왜 골프장은 골프카트 이용료를 내리 않는 것일까. 골프카트는 소위 골프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골프장에서 운행되는 골프카트는 대략 3만7000대가 있다. 이중에서 10년 이상 된 골프카트도 무려 1만2000대라는 통계가 있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15년 된 골프카트도 있다고 한다. 골프카트 국산은 1500만 원 대, 외산은 1700만 원 대 가격을 형성한다. 골프카트 하루 이용료가 8만원에서 10만원 사이라고 보면 불과 6개월이면 원금이 빠진다. 시즌엔 보통 1일 2회 운영 한다. 라이트를 진행하는 곳은 3회까지 운행 한다. 1년 365일 운행한다고 해도 8만8000원 카트 비용으로 계산해보면 3212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후에 얻어지는 매출은 고스란히 수익이 되는 구조이다. 그러니 골프카트는 골퍼를 위한 운행수단이 아니라 골프장 영업용 택시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보통 7년 주기로 골프카트를 바꿔줘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하루 1회 운행 기준으로 말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5년에 한 번을 바꿔야 안전하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어떤 골퍼는 1년도 안 된 골프카트를, 또 어떤 골퍼는 10년이 넘은 위험한 골프카트를 타고 똑같은 8만 원 대 이용료를 낸다. 공평치 않다. 운행 년 수가 많을수록 가격을 깎아줘야 마땅하지 않은가. 적어도 골프카트 운행 연도 표기를 의무화시킬 필요도 있다고 본다. 실제로 국내서 골프카트를 이용했던 고객이 브레이크 고장 등 골프카트 결함으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은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본다.

공명지조(共命之鳥)'란 말이 있다.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상상 속의 새이다.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는 '운명공동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골퍼가 없으면 골프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익만 추구하다가는 되레 공멸할 수 있다. 골퍼는 사라지고 골프장은 폐허가 될 터인데. 한 머리가 시기와 질투로 다른 머리에게 독이 든 과일을 몰래 먹였다가 결국 둘 다 죽고 마는 것이 바로 공명지조이다.

골프카트는 골퍼의 편안한 라운드의 운송 수단이다. 골프카트가 골프장 영업용 택시로 계속 이용된다면 그 끝은 명약관화이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는 골퍼와 골프장에서는 진정 어려운 것일까.


⚫이종현 시인은…
골프전문기자 겸 칼럼니스트.
‘매혹, 골프라는’ 외에 골프 서적 10여권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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