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키닝스 DP월드투어 대표 [사진= DP월드투어]
미국과 중동 프로 골프의 통합 논의가 답보 상태인 가운데 가이 키닝스 유러피언(DP월드)투어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임명됐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리브(LIV)골프의 힘겨루기 사이에 또 한 축인 투어 수장이 바뀐 것이다.
DP월드투어는 지난 2일 2018년부터 유러피언투어 부대표 겸 최고상업책임자(CCO) 겸 라이더컵을 통솔해던 키닝스가 공식 부임했다고 밝혔다. 10여 년 유럽투어의 다양한 혁신을 주도하던 키스 펠리 전 CEO에 이어 5번째다.
유럽 투어는 영국과 유럽의 각 나라별 투어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다가 1972년 유러피언투어라는 우산 아래 모였다. 초기 설립자 존 제이콥스(재임 1972~1975)를 시작으로 켄 스코필드(1975~2004), 조지 오그래디(2005~2015), 키스 펠리가 이어받았다. 펠리는 지난 1월 사임을 발표하고 후임을 키닝스로 정했었다.
키닝스는 “오늘은 저와 제 가족에게 매우 자랑스러운 날로 유럽 투어의 최고 경영자가 된 것은 진정한 특권이며 막중한 책임감의 자리”라면서 “우리 투어의 발전 과정에서 더 흥미로운 단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6년간 선수들과 이사회, 파트너들, 스태프들과 긴밀히 협력해왔다”고 덧붙였다.
옥스퍼드대 법학과를 졸업한 키닝스는 1989년 프레시필즈 로펌을 떠나 런던 IMG의 법률팀에 합류해 1991년부터 골프부를 맡으면서 업계에 발을 들였다. 지난 2018년 유럽 투어에 임원으로 합류한 이후로 PGA투어와의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데도 역할을 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캐나다 출신의 펠리는 2015년부터 9년간 DP월드투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PGA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투자기금(PIF)이 신생 투어를 만들기로 하면서 유럽의 목소리를 내기는 점차 힘들어졌다. 결국 그 와중에 펠리는 이달부터는 본국의 스포츠 단체 대표로 취임했다.
공교롭게 유럽 골프의 입장을 대변할 또 다른 오피니언 리더인 마틴 슬럼버스 영국왕립골프협회(R&A) CEO도 올해 말 물러나기로 했다. 지난 2015년부터 협회를 이끈 슬럼버스는 10년 임기를 꼬박 채웠다. 그의 최대 업적은 2019년 디오픈 개최지를 68년만에 북아일랜드 로열포트러시로 옮겨 관광과 흥행에서 성공한 대회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유럽 골프투어를 이끌던 베테랑들의 퇴진과 새 인물의 등장은 세계 남자 골프계 판도가 급변함을 시사한다. 유럽은 PGA투어의 2부투어로 굳어져가고 있다. 많은 부분에서 DP월드투어의 독자적인 결정 영역이 줄었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