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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LPGA투어를 주목해야 할 이유

남화영 기자2022.12.25 오전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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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가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이 올해 한국 여자 선수의 마지막 우승이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의 우승은 4승으로 마쳤다. 지난 6월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에서 전인지가 트로피를 들어올린 게 결국 마지막이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3월의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에서 고진영의 우승을 시작으로 4월 롯데챔피언십에서 김효주, 5월 BOH 매치플레이의 지은희의 우승까지 합친 결과다. 미국 선수가 9승을 했고 뒤이어 한국 선수들이 그 다음이었으나 그동안 거둔 탁월했던 성과와 비교해 ‘우승 가뭄’이라는 말들이 난무했다.

태국의 아타야 티띠꾼에 이어 넬리 코다가 고진영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미국에서는 이밖에 렉시 톰슨, 제니퍼 컵초, 캐나다의 브룩 핸더슨,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 호주 교포 이민지 등이 올해 세계 여자 무대를 장악했다.

그렇다면 한국 선수들이 LPGA투어 무대를 주름잡으며 매년 10승 이상씩 올리던 시절은 이제 지나간 것일까? 경기 때마다 매번 새벽잠을 깨워 TV앞에 눈 비비고 앉아 응원하곤 했는데 혹시 내년에도 우승 가뭄이 이어질까?

1998년 박세리 이후 한국 선수들 25년의 LPGA투어 우승 궤적

25년간 우승 사이클이 말한다
그렇지 않다. 긴 사이클로 보면 올해는 한국 선수들의 우승 곡선 사이클의 최하단에 걸렸을 뿐이다. 박세리가 1998년 미국에 진출해 루키로 메이저 2승에 시즌 4승을 거둔 1998년부터 지금까지 25년간의 LPGA투어 역사를 돌아보면 그런 현상이 뚜렷하다.

한국 선수들은 3~4년을 주기로 10승 이상을 올리던 해와 그렇지 않은 해로 진폭을 가지면서 사반세기동안 메이저 35승에 통산 202승을 쌓아 올렸다. 가장 우승이 적었던 해는 2000년의 2승이었고, 2004년과 2007년(4승씩)과 2011년(3승)도 부진했다. 하지만 저조한 성과는 오래 지속된 적이 없었다. 게다가 2년 뒤에는 2002년의 9승, 2006년과 2009년의 11승이 뒤따랐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 주식시장의 격언처럼 2015년부터는 격년 주기로 15승식 달성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 이후로 2년 연속 7승을 하다가 올해 4승으로 하락한 건 외부 영향이 크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선수들이 해외 활동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해외로 나가지 못하니 우승은 당연히 줄어들었다.

한국 선수 중에 장정, 신지애, 김효주, 전인지, 김아림이 국내 투어에서의 성적을 바탕으로 해외 대회나 메이저에 출전해 우승하면서 미국 투어 출전권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19년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집행부는 소속 선수들에게 해외 투어로의 진출을 더 어렵게 하고 동일 기간에 출전 대회수도 제한했다.

국내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미국으로 직행한 고진영.

국내 우승이 해외 진출에 기여
한국 선수들의 우승에는 국내에서 열린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이전까지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이 9승으로 큰 기여를 했다. 2003년 안시현을 시작으로 이지영, 홍진주, 최나연, 백규정, 고진영이 이 대회를 통해 해외 무대로 진출했고 자연스럽게 국내에서 해외로의 성공 방정식을 쌓았다. 하지만 올해는 KLPGA투어에서 같은 기간에 별도의 대회를 동시에 여는 바람에 출전해야 할 한국 선수 35명이 10명으로 대폭 축소되면서 홈 코스의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KLPGA투어는 국내 대회가 늘어나고 스폰서가 증가하자 ‘세계 넘버원’을 표방하기에 이르렀고 일부 선수들은 해외로 나가기 보다는 국내에 안주하는 현상도 나오고 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성적은 LPGA투어보다 더 쪼그라들었다. 2011년 15승에 이어 2013년 16승, 2016년 17승, 2019년 15승을 거두던 한국 선수들이 올해 JLPGA투어에서는 지난 8월 이민영의 홋카이도메이지컵 우승 하나에 그쳤다.

국내 투어에만 안주하면 해외 경쟁력이 약화한다는 건 진리다. 한국 선수들이 해외 무대로 활발하게 뻗어나가던 시기에 JLPGA가 자국 투어에만 집중한 결과 마치 남미 갈라파고스 섬에 사는 동물들처럼 진화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고 한국 선수들의 우승 텃밭으로 변모했었다. 이를 깨달은 JLPGA가 체질을 바꾸고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후원하고 스윙을 미국식으로 바꾼 결과 유카 사소, 하타오카 나사, 후루에 아야카 등 LPGA투어에서도 통하는 선수들이 늘었다.

오크밸리에서 열린 아시안스윙의 정점 BMW레이디스.

돌아온 아시안 스윙
새로운 LPGA투어 시즌을 집중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우선 한국 기업이 후원하는 대회가 늘었다. 한화 라이프플러스가 내년 5월 초 국가 대항전 격인 인터내셔널크라운의 메인 후원사가 됐다. 지난 2018년 태극기를 단 한국 선수들이 외국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했던 만큼 5년만의 타이틀 방어에 관심이 쏠린다. 그밖에 한국 기업 및 한국계 기업들이 메인 후원사로 다수 참여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완전체가 되지못하고 지체되던 아시안스윙이 본격 재개된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중국에서 2개의 대회와 대만의 대회가 복귀한다. 많은 대회들이 상금을 조금씩 더 올렸다. 1월19일부터 총상금 150만 달러의 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TOC)를 시작으로 일정이 시작되며 2월말부터 태국의 혼다LPGA타일랜드, 싱가포르의 HSBC여자월드챔피언십에 이어 중국 하이난에서 블루베이LPGA가 재개되면서 봄의 아시안 스윙이 3개국을 순회한다.

10월 한 달 동안은 가을의 아시안스윙 시즌이 투어의 절정을 이루게 된다. 12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뷰익LPGA상하이가 210만 달러 규모로 열리고 19일부터 나흘간 한국에서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이 나흘간의 열전을 벌인다. 26일부터는 대만에서 스윙잉스커트LPGA가 재개되고 11월2일부터 일본에서 토토재팬클래식이 열린다.

내년에 LPGA투어를 집중해야 할 이유는 역대 어느 해보다 커진 상금 규모에도 있다. 내년에는 솔하임컵과 인터내셔널크라운을 제외하고도 33개 대회에 올해보다 800만 달러(107억원) 늘어난 1억140만 달러(약 1362억원) 규모로 열린다.

첫번째 메이저 대회인 쉐브론챔피언십은 4월20일부터 나흘간 텍사스주 우드랜즈에 있는 칼튼우즈로 새롭게 옮겨 총상금을 510만 달러(10만 달러 인상) 규모로 열린다. JM이글LA챔피언십이 로스앤젤레스 윌셔 컨트리클럽에서 총상금 300만 달러로 열리고 6월초에는 미즈호아메리카오픈이 275만 달러 상금으로 신설됐다.

6월말 두번째 메이저인 KPMG여자PGA챔피언십이 9백만 달러, 7월초에는 프로메디카가 후원하는 US여자오픈이 페블비치에서 총상금 1천만 달러 규모로 열린다. 네번째 메이저인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650만 달러)은 7월말에 열리며 8월초에 마지막 메이저인 AIG여자오픈은 730만달러 규모로 치러진다.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자는 여자 골프 역사상 가장 큰 단일 상금인 200만 달러를 받는다.

지난 퀄리파잉테스트에서 1위로 통과한 유해란. [사진=엡손투어]

더 강해진 한국 여자 선수들
세계 랭킹 50위 이내 우승 가능한 한국 선수들이 20여명에 이른다. 올 시즌이 펜데믹 이후의 몸풀기 기간이었다면 국내 KLPGA투어 무대를 평정하고 더 큰 무대로 나간 최혜진, 안나린이 투어에 적응해 본격적인 우승 사냥에 나선다. 부상으로 세계 1위를 놓친 고진영은 겨울 시즌에 체력을 길러 다시 정상에 도전한다.

올해 우승한 김효주, 메이저 챔피언 전인지 등이 내년에는 다승 행진을 예고했다. 이밖에 국내 무대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더 큰 무대인 LPGA투어의 문을 두드린 국내 투어의 기대주 유해란, 박금강 등 4명의 선수가 루키로 활약한다.

내년의 LPGA투어는 상금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올해 US여자오픈의 총상금 1천만 달러는 웬만한 남자 대회보다 높았다. 한국은 물론 일본, 유럽 여자 투어들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세계 여자 골프 대회의 중심이 더더욱 LPGA투어로 집중되는 이유다.

LPGA투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더 많아졌다. 올해가 특별한 다승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였다면 이 난국을 헤치고 존재감을 보일 여제의 출현이 기대된다. 박세리, 박인비를 잇는 여제는 노리는 한국 선수들이 무궁무진하다. 누구에게 대운이 찾아올지 모른다. JTBC골프 중계를 보기 위해 여전히 새벽 시계 알람을 챙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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