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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희 "은퇴 전 상금왕, 올해의 선수 하고 싶죠"

김두용 기자2017.12.07 오전 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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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희가 8년 만의 우승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포부도 밝혔다.


‘미키 마우스’ 지은희(31)는 상금랭킹이 10위 밖이고, 주요 타이틀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인 선수 중 한 명이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우승트로피를 8년 만에 품에 안았다. 정확히 203경기 만에 다시 한 번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LPGA 한국자매 최고령의 저력을 뽐냈다.

의미 있는 시즌을 끝내고 돌아온 지은희를 만났다. 지난 달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했던 지은희는 국내에 머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 그는 “요즘 골프가 아무래도 재미있죠”라며 빙그레 웃었다. 간절히 원했던 우승도 했고, 성적도 좋았으니 골프에 대한 흥미가 올라갈 만했다. 그는 “지난 8년을 되돌아보면 결코 슬럼프는 아니었다. 상금 70위권 안에 꾸준히 들어 시드를 잃지 않았다"며 "톱5에도 종종 들었기 때문에 포기가 안 됐다. 될 듯 안 될 듯 하다가 이번 우승으로 떨어졌던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번 우승이 골프인생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고 정리했다.

아마추어 시절 지은희는 최나연 박희영 송보배와 국가대표 4인방으로 활약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07년 LPGA 데뷔 후 2008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거둔 뒤 2009년 메이저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스윙 교정했던 게 오랜 부진으로 이어졌다. 2009년 93만7284달러로 상금 13위에 올랐던 게 최고 성적이었는데 이후 내리막을 탔다. 그리고 올해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 우승 등으로 상금 80만276달러를 벌어들이며 반등했다. 상금순위 23위였다. 2009년 이후 최고 상금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골프인생을 바꿨던 스윙 교정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지은희는 “예전에는 하체와 몸통을 같이 썼다. 그렇다 보니 하체의 안정감이 없어 일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스윙을 했다”며 “이제는 하체를 좀 더 고정시키고 상체의 이동으로 클럽을 더 많이 떨어뜨리는 스윙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힘이 더 실리고 스윙 스피드도 향상됐다. 콘택트 능력도 훨씬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2009년 20대 전성기에 비해 비거리도 늘어났다. 2009년 드라이브샷 거리가 246야드였지만 올해는 251야드를 기록했다.

오랜 시간 동안 부침을 겪었지만 스윙 교정이 롱런의 발판을 마련해준 셈이다. 지은희는 구옥희, 박세리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로 30대 나이에 LPGA투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국자매의 ‘맏언니’로서 여전히 우승 경쟁력을 뽐내며 새로운 희망을 선사했다. 그럼에도 지은희는 자신에게 박했다. 그는 “나름 기준이 있는데 70점만 줄 수 있는 시즌이다. 원하는 스윙과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내리는 지은희의 눈빛에서 발전 가능성이 엿보였다. 그는 “지금 잘 되고 있으니까 선수 욕심으로는 1년에 몇 번도 우승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오랫동안 보여주고 싶고, 하나의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의욕을 다졌다.



은퇴하기 전까지 선수로서 포부도 여전히 크다. 그는 “LPGA에 와서 US여자오픈도 했지만 아직 타이틀을 획득하진 못했다.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도 받아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체력관리를 잘 하고 스케줄 조정을 잘 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올해 가장 아쉬웠던 대회는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13언더파 공동 4위를 차지한 지은희는 한국 선수 중 최고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우승 기회를 놓친 게 못내 아쉽다. 그는 “1.5m 정도 짧은 퍼트 2개를 놓치지 않았다면 연장까지 가서 충분히 우승도 노려볼 수 있었다. 샷 실수가 아닌 3퍼트 2개가 보기로 연결돼서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지은희는 시즌이 끝나는 게 누구보다 아쉬웠다. 시즌을 마무리할 때 샷감이 좋았기 때문이다. 2018년 목표는 차분히 설정할 계획이다. 그는 “한 달 이상 연습을 하고 스윙을 다듬어본 뒤 목표를 세우겠다”고 진지함을 보였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아쉬움을 만회하고 싶은 열정이 있기에 지은희의 2018년도 맑음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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