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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만족 최우선' 완벽주의자 박성현의 앞날

김두용 기자2017.11.21 오전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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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만족에 인색한 박성현은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LPGA 제공]

박성현은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를 마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시즌 마무리 소회를 밝혔다. 당시에만 해도 렉시 톰슨(미국)의 우승이 유력했기에 올해의 선수 수상이 힘들다는 전제 하에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는 “목표로 했던 신인상을 받았고, 2승을 수확했다.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점수를 매긴다면 80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갑자기 관계자가 달려오더니 박성현이 유소연과 함께 올해의 선수를 수상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래서 박성현은 “물론 너무 기쁘지만 아직 믿겨지지 않는다. 실감이 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얼떨떨한 소감을 밝혔다. JTBC골프는 올해의 선수 수상 기자회견이 진행된 뒤 다시 박성현에게 ‘올해 자신의 점수’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당시에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성적까지 반영된 세계랭킹 순위가 발표되기 전이라 박성현의 1위 탈환까지 점쳐졌던 순간이었다. 최종전에서 박성현은 6위에 오른 반면 세계 1위 펑샨샨이 21위에 머물렀다.

올해의 선수와 세계랭킹 1위 타이틀이 추가(인터뷰 진행 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펑샨샨 1위, 박성현 2위로 순위 변동은 없었다)됐다고 하더라도 박성현이 자신에게 내린 평가는 똑 같았다. 그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솔직하게 올 시즌 점수는 80점 그대로다. 타이틀보다는 자기 만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너무나 단호하고 냉정한 평가였다. 첫 해 신인상과 올해의 선수, 상금왕 3관왕을 달성했는데도 80점이라니 박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80점은 시즌 마지막 메이저인 에비앙 챔피언십이 끝난 뒤 자신에게 매긴 점수와 변동이 없었다.

박성현은 골프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주변에서 아무리 잘 했다고 해도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세계 무대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올라봤지만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습하는 노력형이다. 이런 자세와 마인드가 박성현 골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골프에 관해서는 피팅까지 섭렵할 정도로 폭 넓은 지식을 자랑한다. 또 골프 얘기라면 밤을 새워서 할 수 있을 만큼 애정이 넘친다.



LPGA투어 진출 전부터 쇼트 게임 부족에 대해서 끊임없이 얘기했다. 그래서 쇼트 게임 능력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을 살펴봤다. 2017년 LPGA투어에서 그린 적중률 75.7% 7위,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758개 9위, 평균 퍼트 수 29.54개 40위, 샌드 세이브율 45.31% 78위로 기록됐다. 그린 적중률과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는 정상급 수준이지만 부족한 부분이 제법 보인다.

US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그린 주변에서 시도한 칩샷은 정말 훌륭했다. 타수를 잃지 않고 우승을 확정 짓게 만드는 위닝 샷이었다. 박성현은 올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도 이런 트러블 상황에서 혀를 내두르게 하는 놀라운 샷들을 이따금 보여주며 ‘역시 남달라’라는 평가를 받았다. 순간순간 나오는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클러치 퍼트는 세계랭킹 1위의 자격이 충분했다.

하지만 일관성이 문제다. 박성현은 몰아치기에 능하고 퍼트를 잘 하는 편이지만 일관성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가끔 벙커에서 놀라운 샷들을 보여주지만 평균적으로 본다면 정상급 수준은 아니다. 샌드 세이브율이 45.31%로 떨어지는 부분이 이런 내용들을 뒷받침한다. 투어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도 박성현은 그린 주변 벙커에 세 차례나 빠졌지만 모두 2타 이내에 홀아웃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계속해서 정상급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선수가 그렇지만 퍼트의 일관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후반이 정말 아쉬웠다. 11번 홀부터 15번 홀까지 끊임없이 버디 기회를 잡고도 퍼트가 살짝 살짝 빗나가면서 추격의 힘을 잃었다. 퍼트 거리도 2~5m였다. 이 중 하나의 버디 퍼트만 들어갔어도 충분히 탄력을 받을 수 있었는데 아쉬운 대목이었다.

긍정적인 요소는 이런 부분들을 박성현 본인이 가장 잘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아쉬워했다는 것이다. 박성현은 “방금 경기가 끝나서 그런지 투어 챔피언십이 가장 아쉬운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기량만 제대로 보여줬다면 레이스 투 CME글로브 우승이 충분히 가능했고, 올해의 선수도 자력으로 확정 지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올해 박성현은 종횡무진한 활약으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신인상, 올해의 선수, 상금왕 3관왕을 비롯해 세계랭킹 1위 등극, US여자오픈 우승까지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하지만 박성현은 자신에게 칭찬은 했지만 만족감을 드러내진 않았다. 박성현의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성현은 “올해 팬들의 기대감이 많았는데 채워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 올해는 첫 해다 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발판으로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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