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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메이저 첫 날 무효 결정과 근거들

김두용 기자2017.09.14 오후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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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완 LPGA 커미셔너가 14일 미디어 센터에서 첫 날 경기 전면 무효와 54홀 축소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JTBC골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서 사상 초유의 라운드 무효 사태가 발생했다.

마이크 완 LPGA 커미셔너는 14일 에비앙 챔피언십의 미디어 센터에 찾아와 첫 날 라운드 전면 무효와 대회 54홀 축소 사실을 알렸다. 완 커미셔너는 “첫 날 진행된 경기를 전면 취소하고 둘째 날 똑 같은 티타임으로 새롭게 대회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그는 “다행히도 금요일과 토요일에 비가 오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요일에는 비가 올 가능성도 있다. 예정된 일정대로 오후 5시께 최종일 경기가 끝날 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LPGA투어 사상 초유의 전면 무효 사태에 취재진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일반 대회가 아닌 메이저 대회에서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에 의아하다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완의 공식 발표가 나온 시점에는 이미 비가 그친 상황이었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3시35분께 예정대로 경기가 속개됐다면 4시간 정도 플레이가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러면 충분히 오전 조 선수들이 일몰 때까지 라운드를 마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됐다.

첫 날 악천후 탓에 대회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1라운드 경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진행하지 않고, 섣불리 결정을 내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둘째 날부터 티타임 조정과 샷건 방식 진행 등 그 어떤 노력조차 해보지 않고 너무나도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날까지 경기를 진행한 뒤 날씨 등을 고려해 54홀 축소를 발표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껏 진행된 전 세계 투어의 대부분의 대회가 이 같은 방법으로 운영된 뒤 대회 축소 등의 결론을 내려왔다.

완 커미셔너는 “바람이 시속 45마일로 강하게 몰아쳤고, 내린 비로 인해 안전사고의 위험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완은 “완벽한 페어웨이와 그린 상태에서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을 모두가 희망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몇 년간의 노력으로 예전보다 배수 상황들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선수들과 충분한 교감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아쉽다. 완은 선수와 캐디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전면 무효 소식을 알렸다. 일부 선수들이 반발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완은 ‘선수들의 피드백이 있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결정하기 전에 분명한 피드백은 있었다. 몇몇의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협의가 이뤄졌다는 말은 아니다”고 답했다.

전면 무효 결정이 난 뒤 현장에서 만난 선수들은 LPGA와 스폰서들이 합의한 뒤 ‘통보’ 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선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는 “다른 대회도 아니고 메이저 대회”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다수의 캐디와 매니저, 관계자들이 이런 결정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취소 규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LPGA투어는 이 같은 경기 무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답했다. ‘만약 누구라도 9홀을 끝낸 선수가 있다면 라운드를 취소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며 단호하게 밝혔다. 이어 완은 “어느 누구도 9홀 이상 플레이를 하지 않았고, 날씨, 코스 컨디션 등을 고려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첫 조로 출발했던 카트리나 매튜(스코틀랜드)는 유일하게 9홀을 마친 상황이었다.

일부 선수들도 ‘누구라도 9홀을 끝냈다면 라운드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규정을 들은 적이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LPGA는 선수와 캐디에게는 “18홀을 끝낸 선수가 한 명도 없다면 취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운드 취소로 오전 조 선수들은 하루 더 워밍업을 한 꼴이 됐다. 일부 선수들은 경기 무효의 덕을 봤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홀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날씨와 조건 등도 골프 경기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대회 취소의 권리는 주최 측인 LPGA와 LET가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는 ‘스포츠 정신’에 벗어나지 않기를 희망한다.

에비앙=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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