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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개 대회만에 '준우승 징크스'떨친 루이스의 눈물

이지연 기자2017.09.04 오전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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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콜럼비아 에지워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최종 라운드.

전인지에 1타 차 우승을 차지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그린을 향해 걸어온 남편 제러드 채드웰을 와락 껴안았다. 남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루이스의 어깨가 가녀리게 떨렸다. 남편과 한참을 이야기하며 우승의 기쁨을 나눈 루이스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루이스는 "다시 우승을 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루이스는 아마추어 때인 2007년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LPGA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 LPGA투어에 데뷔한 뒤 10번의 우승컵을 더 들어올렸다. 2012년에는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고, 2013년에는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다.

2014년에는 베시 킹(1993년) 이후 미국 선수로서 21년 만에 올해의 선수상, 최저타수상, 상금왕에 오르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2014년은 루이스가 정점을 찍고 내려온 해이기도 했다.

루이스는 6월 월마트 NW 아칸소챔피언십에서 시즌 3승 째이자 통산 11승 째를 거뒀지만 이후 3년 3개월 동안 83개 대회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다. 우승 없이 준우승만 12번. 그 중 6번을 한국 선수들과의 우승 경쟁에서 밀렸다.

'준우승 징크스'가 이어지면서 세계랭킹은 내리막을 탔다. 지난 해 초까지만 해도 세계랭킹 3위였던 루이스는 지난 해 중반 10위로 내려앉더니 올 시즌에는 20위 근처까지 밀려났다.

퍼트 부진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전성기 시절의 루이스는 투어 내에서 퍼트를 잘 하는 선수였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10승을 거둘 때 온 그린 시 퍼트수 1,2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2016년 루이스의 온 그린 시 퍼트 수는 19위로 추락했다. 지난 해에는 9위에 그쳤다. 그린 위에서 얼굴이 벌개져 퍼터를 내리찍는 모습이 자주 비춰졌다.

루이스의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 준 사람은 지난해 결혼한 남편 채드웰이었다. 휴스턴대학교 여자골프팀 코치인 채드웰은 루이스의 마음을 어루만져줬다. 시간이 날 때면 LPGA투어 대회에 동행했고 코치를 자처했다. 이번 대회에도 아내를 위해 마지막 날 대회장을 찾아 떨리는 눈으로 18홀을 따랐다.

루이스는 이번 대회에서 전성기 못지 않은 퍼트 감을 보였다. 3라운드까지 76개의 퍼트 수를 기록하면서 83개를 기록한 전인지를 4타 차로 앞서나갔다. 최종일 7번 홀까지 3타를 줄인 루이스는 나머지 11개 홀에서 버디나 보기 없이 파만 잡아내면서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5타까지 차이났던 전인지가 무섭게 추격전을 펼치면서 2홀을 남겨두고 1타 차까지 좁혀진 상황. 그러나 루이스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17번 홀에서 2m 파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1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루이스는 "전인지의 퍼트감이 너무 좋았다. 16번 홀에서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을 때는 정말 긴장이 됐다. 이렇게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우승했기 때문에 이제 샷도, 퍼트도 자신감을 되찾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루이스는 우승 상금 19만 5000달러(약 2억1800만원) 전액을 텍사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내놓기로 했다. 루이스는 아이오아주 출신이지만 11살 때부터 텍사스주에서 살고 있다. 11세 때 척추가 휘는 척추측만증 판정을 받은 루이스는 18세 때 척추에 티타늄 고정물과 5개의 나사를 박는 대수술을 받은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다. 루이스는 프로로 데뷔한 뒤 미국 척추측만증학회 내에 자신의 이름을 딴 기부 창구를 만들어 자신과 비슷한 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돕는 등 선행에 앞장서 왔다.

루이스의 선행에 그의 메인 스폰서인 KPMG도 같은 금액을 기부금으로 내놓는데 동참하기로 했다. 루이스는 "많은 사람에게 힘을 주기 위해 힘을 낸 한 주였고, 나 역시 힘든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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