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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미소 찾은 최나연 "슬럼프는 오히려 하늘이 준 기회"

김두용 기자2017.07.15 오전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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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시 골프의 즐거움을 되찾아가고 있는 최나연은 한국의 최고령 LPGA투어 선수를 꿈꾸고 있다. [JTBC골프 박진열]

US여자오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1998년 박세리의 ‘맨발의 투혼’을 떠올리는 골프 팬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박세리와 더불어 US여자오픈과 가장 인연이 깊은 스타가 ‘원조 얼짱’ 최나연이다. 박세리의 우승 장면을 보고 프로 골퍼의 꿈을 키웠던 그는 14년 뒤 전설이 탄생한 바로 그 장소에서 똑 같이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이 1998년과 2012년 US여자오픈의 개최 장소다. 이곳에서 탄생한 두 명의 스타가 바로 박세리와 최나연이다. 제72회 US여자오픈에 출전하고 있는 최나연도 골프 인생의 베스트 장면으로 2012년 우승을 꼽았다. 그는 “평생 기억에 남을 순간이다. US여자오픈에는 수많은 챔피언이 있는데 거기에 저도 이름을 함께 올렸다는 자체가 영광”이라고 강조했다.

최나연은 대부분의 ‘세리 키즈’가 그랬듯이 1998년 우승 영상을 수없이 봐왔다. 그는 “초등학교 때 세리 언니의 우승 순간을 보고 무작정 미국 무대에 가고 싶다는 꿈을 꿨다. 정확히 14년 후 그 코스에 가서 운명적으로 우승을 했다”며 “언니가 코스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라서 더욱 감동이었다. 안아 주면서 ‘수고했어, 축하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동안 노력했던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고, 보상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을 기억하면 항상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20살의 최나연에게 US여자오픈은 너무 높은 벽이었다. 국내 무대에서 활약했던 최나연은 2007년 처음으로 US여자오픈에 출전했다. 1, 2라운드에서 각각 4오버파를 적은 최나연은 컷 통과에 실패했다. 그는 “당시 컷 탈락한 뒤 미국 무대의 벽이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LPGA투어 진출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졌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첫 대회 경험을 통해 새로운 꿈이 생겼다. 최나연은 “예선에서 떨어지고 주말에 갤러리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로레나 오초아와 안니카 소렌스탐의 경기를 봤는데 플레이가 정말 눈부셨다. 오초아, 소렌스탐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된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첫 출전 당시의 떨림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떨렸던 것은 물론이고 한편으론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당시 영어를 잘 못했기 때문에 외국 선수가 말을 걸면 의기소침해 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꿈 많은 소녀였던 최나연은 “줄리 잉크스터를 예전부터 좋아했는데 직접 만나보니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었다. 오초아를 너무 좋아해서 감명 깊게 봤고, 크리스티 커도 멋있었다”고 기억했다. 2007년 우승자가 바로 크리스티 커였다.

2012년 US여자오픈은 최나연이 유일하게 메이저 정상에 올랐던 대회다.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던 최나연이지만 2016년과 올해 상반기에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드라이버 입스’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성적도 좋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하지만 코치와 마음가짐 등을 바꾸면서 정신적인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있는 최나연은 최근 웃음을 되찾았다. 그는 “허리에 무리가 왔던 것 같다. 부상 슬럼프를 겪으면서 기대하지도 못했던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들이 보내준 응원의 말들을 생각해보면 부상이 온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미소를 보였다.


2012년 US여자오픈 정상 등극 후 박세리가 최나연을 끌어 안으며 축하해주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

최나연은 2004년 프로 전향 후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왔다.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LPGA투어 우승트로피를 9개나 들어 올렸고, 메이저도 정복하는 등 세계적인 스타로 도약했다. 그는 “하늘이 오히려 쉬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 같다. 슬럼프로 인해 마음이 불편했다. 스스로에게도 스트레스를 많이 줬다”고 털어놓았다. 아직 성적이 신통치 않지만 최나연은 조금씩 제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다. 그는 “슬럼프를 이겨내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즐기면서 골프를 하고 있다. 루키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최나연은 2008년 LPGA투어 데뷔 후 처음으로 아시안 스윙 출전이 불투명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다. 잘못 하면 올 시즌이 9월에 끝날 수도 있다. 그는 “골프를 좋아하는 선수로서 시즌이 일찍 끝나게 되면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올해 목표를 최대한 시즌을 길게 보내는 것으로 잡았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최나연의 꿈은 한국의 최고령 LPGA투어 선수로 활약하는 것이다. 비록 예전 같은 성적과 샷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최나연이 다시 골프의 즐거움을 찾으면서 그 꿈에도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최나연은 이번 대회에서 2오버파로 컷 통과에 성공했다.

베드민스터=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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