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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렸지만 뿌듯했던 이정은의 첫 공식 인터뷰

김두용 기자2017.07.15 오전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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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통과 목표를 달성한 이정은은 남은 이틀 동안 최선을 다해서 우승을 노려보겠다는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JTBC골프 박진열]

신예 이정은이 US여자오픈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정은은 15일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인터내셔널에서 열린 US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타를 줄여 중간 합계 6언더파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어려운 코스 세팅으로 악명이 높은 US여자오픈에서 이틀 연속 3타를 줄인 이정은은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의 신인왕 출신인 이정은은 LPGA투어 첫 출전 대회에서 ‘사고’를 치고 있다. 심지어 미국도 첫 방문이다. 지난 7일 미국에 도착한 이정은은 시차 적응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10일 첫 연습 라운드에서 18홀을 돌았고, 남은 이틀 동안 9홀씩 돌며 대회를 준비했다.

개막 직전까지 이정은은 “지금까지 플레이를 한 골프장 중 코스 난이도가 가장 높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대회가 시작되자 정교한 드라이브샷을 앞세워 코스를 훌륭하게 요리했다. 이번 대회에 가장 티샷을 잘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는 2라운드까지 페어웨이 안착률 86%를 기록했다. 페어웨이를 잘 지킨 이정은은 그린도 수월하게 공략할 수 있었다.

이정은은 정교한 아이언 샷에 이은 날카로운 퍼트로 타수를 줄여나갔다. 이날 전반에 1타를 줄인 이정은은 14번 홀에서 4m 버디를 낚으며 5언더파가 됐다. 15번 홀(파5)에서 3m 버디를 추가해 6언더파까지 치고 올라갔다. 타수를 잃지 않고 라운드를 마친 이정은은 선두를 2타 차로 추격했다. 이날 가장 길었던 버디 퍼트가 4m일 정도로 핀 가까이에 아이언 샷을 떨어뜨려 타수를 줄였다. 퍼트 수는 27개였다.

이정은은 라운드 후 미디어센터로 향했다. 해외 언론들 앞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매니지먼트의 통역 담당자와 함께 인터뷰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정은은 차분한 어조로 인터뷰를 소화했다. 이정은은 “티샷이 좋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바람보다는 비오는 날에 플레이하는 게 더 편하다”며 “전 드라이버 정확도가 좋은 선수”라고 설명했다.

이번 US여자오픈에는 이정은5와 이정은6 2명의 선수가 출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름과 관련된 질문도 쏟아졌다. 이정은5는 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이정은6는 “회원 번호 순으로 번호가 부여된다. 제가 아는 선수는 이정은5 뿐이라 그렇게 헷갈리진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미디어센터의 공식 인터뷰를 소화하고 있는 이정은. [JTBC골프 박진열]

이정은은 올 시즌 국내 투어의 평균 타수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톱10 피니시율도 단연 1위다. 그는 “드라이버가 강점이기 때문에 실수를 잘 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컷 통과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이정은은 신예다운 당찬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2개월 전 US여자오픈 출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모든 초점을 US여자오픈에 맞춰왔다. 쇼트게임에 더 집중해서 이젠 우승을 바라보고 남은 이틀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효녀 골퍼’로도 유명하다. 이정은의 아버지 이정호씨는 하반신 마비 등으로 몸이 불편하다. 대회장에서 이정은이 아버지 휠체어를 미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정은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자신을 뒷바라지한 부모님에게 항상 고마움 마음을 갖고 있다. 딸의 첫 US여자오픈 출전 여정에는 아버지가 동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정은은 매일 아버지와 통화하며 안부를 전한다고 한다. 이정은이 1라운드에서 3언더파로 선전하자 아버지는 “어떻게 이렇게 잘 했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정은은 “나도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나이는 어리지만 담담하고 차분한 이정은은 '대형 사고'를 준비하고 있다.

JTBC골프는 US여자오픈을 매일 오전 3시부터 생중계한다.

베드민스터=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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