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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6번, 한국의 US여자오픈 '우승 DNA' 비밀은?

김두용 기자2017.07.12 오후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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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왼쪽)와 유소연은 나란히 LPGA투어 첫 우승을 US여자오픈으로 장식했다.

“가장 어려운 숙제이자 진정한 챌린지.”(유소연)

“최고의 컨디션으로 초점을 맞추는 대회.”(박인비)

“한국 골퍼들의 성향에 딱 맞는 세팅.”(김세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 대해 선수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들이다. 1946년부터 시작돼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상금 규모도 최대인 대회다. 14일(한국시간)부터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2017 US여자오픈은 처음으로 총상금 500만 달러(약 57억원) 시대를 열었다. 우승 상금(90만 달러)도 여자골프 단일대회 최초로 10억원을 뛰어 넘었다.

한국은 메이저 중 으뜸으로 꼽히는 US여자오픈에서 유달리 강했다. 지난 10년간 무려 6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박인비(29·KB금융그룹)가 2008년과 2013년 우승을 차지했고, 2009년 지은희(31·한화), 2011년 유소연(27·메디힐), 2012년 최나연(30·SK텔레콤), 2015년 전인지(23)가 연이어 US여자오픈을 정복했다.

한국의 US여자오픈 ‘우승 DNA’는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US여자오픈에서 지난 10년간 쌓아올린 한국의 업적은 선수들조차도 깜짝 놀라는 사실이다. 최고의 대회에서 가장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는 자체가 한국여자골프의 위상을 의미한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은 “투어 전체를 통틀어서도 그렇지만 US여자오픈의 성적도 한국골프가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주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지난 10번 중 6번이나 한국이 가장 어려운 숙제를 잘 풀어낸 셈”이라고 설명했다.

‘선구자’ 박세리(40)가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보여준 ‘맨발의 투혼’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박세리의 극적인 장면을 보고 많은 주니어들이 골프를 시작했다. 이로 인해 ‘세리 키즈’들이 등장했고, 박인비 지은희 최나연 유소연 등이 대표적인 그 선수들이다. 유소연은 “처음으로 골프 경기를 봤던 게 1998년 US여자오픈이었다.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소녀들이 이 우승 장면을 보고 프로 골퍼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골프 여제’ 박인비는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US여자오픈을 두 차례 정복했다. 2007년부터 9년 연속으로 US여자오픈에 참가했지만 지난해 손가락 부상으로 연속 출전 행진이 끊겼다. 그는 “가장 크고 가장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 대회라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신경을 쏟는다. 지난해 출전하지 못해서 너무나 그리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인비 키즈’도 US여자오픈의 정상 등극을 노린다. 고교생 아마추어 최혜진과 성은정(이상 18)도 이 대회에 출전한다. 얼마 전 프로 대회에서 첫 승을 신고했던 최혜진은 “박인비 언니의 2008년 US여자오픈이 처음으로 접한 골프 대회였다. 아직 기량이 부족하지만 가장 욕심나는 대회인 건 분명하다”고 당차게 말했다.


김세영이 US여자오픈에 대한 출사표를 밝혔다. [JTBC골프 박진열]

US여자오픈은 어려운 코스 세팅으로 유명하다. 1997년 줄리 잉크스터(57·미국)의 16언더파를 제외하고 10언더파보다 좋은 스코어로 우승한 선수가 없다. 올해 역시 러프가 길고 그린이 까다로워 10언더파 이상의 우승 스코어는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도전적인 코스 세팅도 한국 자매들의 전투력을 끌어 올리는 요소다. 김세영(24·미래에셋)은 “US여자오픈은 밋밋한 것보다 다이내믹한 코스를 좋아하는 한국 골퍼들의 기질을 시험하는 대회다. 코스에 사업이나 정치에서 공격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이 그대로 녹아 있다. 물러서면 화를 당하기 쉽다”고 평가했다.

JTBC골프의 임경빈 해설위원은 “US여자오픈은 역사와 전통뿐 아니라 규모도 최대라 한국 골퍼들의 강인한 승부욕과 집념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회”라고 분석했다.

JTBC골프는 대회 1라운드를 14일 오전 3시부터 생중계한다.

베드민스터=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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