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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결혼, 마케팅 열공 이미향의 '넥스트 플랜'

김두용 기자2017.05.10 오전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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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미소가 아름다운 이미향은 '얼짱 골퍼', '효녀 골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미향 제공]


이미향(24)은 ‘얼짱 골퍼’로 통한다. 귀엽고 상큼한 미소로 ‘삼촌팬’이 많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외모뿐 아니라 작지만 다부지고 당찬 매력도 돋보인다. 이미향은 프로 전향 후 곧바로 미국 무대를 노크했다. 2011년 시메트라(2부) 투어를 거쳐 2012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 입성했다. 2014년 미즈노 클래식에서 첫 승을 신고하는 등 LPGA투어에서 ‘최강 한국 자매’의 일원으로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다.

골퍼가 아닌 여자 이미향의 삶과 가치관도 매우 흥미로웠다. 솔직하면서도 또박또박 자신의 인생 플랜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JTBC골프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여자 이미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상형을 시작으로 결혼관과 제2의 인생 설계는 물론이고 최근의 고민까지 들을 수 있었다.

◇서른 살 결혼, 쌍꺼풀 없는 남자 선호

외동딸인 이미향은 “서른 살에는 결혼을 꼭 하고 싶다”고 깜짝 고백을 했다. 투어 생활을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기 때문에 결혼이 늦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이미향은 혼기를 놓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는 “원래 27~28세쯤 결혼을 하고 싶었다. 웨딩드레스 입으면 예쁠 것 같은 나이기 때문이다. 투어 생활을 하고 있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서른 살에는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또래 부모님보다 연로한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결혼을 서둘러야 한다는 마음이다. 아버지와 함께 미국 생활을 하고 있는 이미향은 “아무래도 아버지의 나이가 있고 외동딸인 영향도 있다. 아버지가 ‘손주가 보고 싶다’는 말도 하신다”며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 타이밍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향은 아버지 이영구(68) 씨가 마흔 넘어서 가진 늦둥이다.

뚜렷한 결혼 계획 때문인지 어떤 남편상을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이상형이 딱히 없었지만 ‘쌍꺼풀 없는 남자’를 선호한다고 했다. 그는 “볼수록 호감형인 사람이 좋다. 조각 미남보다는 귀여운 외모가 더 끌리는 거 같다”며 “드라마에 따라 이상형이 달라지는데 요즘에는 ‘힘쎈여자 도봉순’에 나오는 주인공 박형식 같은 스타일이 멋있는 것 같다”고 수줍게 웃었다.

배우자의 경제 능력에 대해서는 “밥 먹고 살고, 집안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만 가지만 괜찮다”고 했다. 선호하는 직업은 없었다. 그렇지만 이미향은 “골프 선수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향은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인 고교 3학년 때 마지막 연애를 했고 한다. 하지만 아직 첫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다고. 그는 “운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면 좋고, 순수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볼빅 공을 사용하고 있는 이미향은 선수 생활이 끝난 뒤 ‘볼빅 직원’이 되고 싶다는 깜짝 플랜도 털어놓았다. 이미향은 “몇 년 전 문경안 볼빅 회장님이 ‘나중에 은퇴하면 뭐할 거냐고’ 물어보셔서 ‘마케팅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라며 웃었다. 선수 출신들이 흔히 고려하는 선수 관리나 코치 쪽이 아니라서 조금 놀랐다. 그는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 아직 어떤 마케팅을 할지는 딱 정해지 않았다. 마케팅 관련 책을 많이 읽긴 하는데 분야가 정말 다양하더라”고 말했다.

선수 관련된 일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하지만 코치나 교수는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 그는 “적성에 맞지 않고 레슨을 잘 하지 못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흔들리는 멘털 잡고, 볼빅 챔피언십 준비

올해 골퍼 이미향의 성적은 썩 좋지 않다. 올해 9개 대회 출전해 5만2323달러를 벌어들이며 상금 순위 66위에 머물러 있다. 혼다 LPGA 타일랜드의 25위가 시즌 최고 성적. 컷 탈락도 3번이나 기록했다. 이미향은 “샷도 안 좋고, 퍼팅에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인 부분이 95%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요즘 퍼트가 워낙 뜻대로 되지 않다 보니 전에 꾸지 않던 꿈도 꾼다고. 그는 “최근 경기 중 라인 보고 퍼트 라인 살피는 꿈을 두 번 정도 꿨다”고 말했다. 이미향은 원래 퍼트가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심하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82개(100위), 평균 퍼트 수 30.38개(125위)를 기록하고 있다.

조급함이 더 문제다. 그는 “너무 결과에 집착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 있게 하는 날엔 성적이 좋다. 하지만 조금만 욕심을 부리면 집중력이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부분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미향은 올해 초부터 유소연과 조던 스피스의 코치인 카메론 매코믹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 그는 “코치를 바꾸고 요즘 기술적으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경기 중에 그런 부분을 자신 있게 믿고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제 자신을 믿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어프로치 교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어프로치를 하는 다향한 기술을 배웠고, 스윙도 정교하게 바꾸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향은 시간이 나면 남자 대회장도 찾는다. 지난 4월에는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도 방문했다. 그는 “톱랭커들 위주로 봤다. 역시 잘 하는 선수들은 행동에 변화가 없고, 항상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많이 느꼈다”며 “스스로 피드백을 잘 갖고 있었다. 반면 저는 실수를 하면 행동으로 바로 나타난다”라고 부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남자 대회에 가면 쇼트 게임과 샷 메이킹을 주로 본다. 샷 메이킹이 좀 더 다양하니까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미향은 26일부터 미국 미시건주 앤아버에서 열리는 자신의 후원 스폰서 대회인 LPGA 볼빅 챔피언십에서 반등을 노리고 있다. 후원사 대회라 더 잘 하고 싶다는 이미향은 그렇다고 우승을 목표로 세우진 않았다. 그는 “우승이라는 목표보다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하루하루 자신 있게 치는 게 목표다. 그 다음 자신감이 많이 생기면 우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2014 미즈노 클래식에서 5차 연장전까지 가는 숨 막히는 승부에서 보여줬던 이미향의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놀라운 승부근성이라면 자신감 회복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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