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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신지애, 세계랭킹 17위가 내포한 진실

남화영 기자2023.08.16 오전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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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가 AIG위민스오픈에서 3위로 마쳤다. [사진=R&A]

신지애(35)는 지난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마지막 메이저 대회 AIG위민스오픈에서 한국 선수 중에 가장 높은 3위로 마쳤다.

15일 발표된 롤렉스 세계여자랭킹에서 포인트 40점을 받아서 17위로 8계단 올랐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고진영(28)이 3위, 김효주(28)가 7위이고 신지애는 세 번째인 셈이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신지애는 이 대회가 올해 16번째 출전한 대회였는데 왜 그렇게 순위가 높아졌을까?

신지애의 최근 출전 대회들을 살펴봤다. 한 주 전에는 대회 출전 없이 쉬었으며 프랑스에서 열린 LPGA메이저 아문디에비앙챔피언십에서 공동 54위를 했다. 3주 전에는 미국 페블비치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서 공동 2위를 했다.

JLPGA투어에서 활동하지만 지난 6월말 어스몬다민컵에서 우승한 이후 거의 두 달여 일본 대회에는 나가지 않고 주로 LPGA투어 메이저만 출전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세계 랭킹은 올라갔다. 대회를 쉬면서 체력 관리를 충분히 하고 나갔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박민지는 US여자오픈에서 선전했다. [사진=US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대표하는 간판 스타 박민지(25)의 스케줄과 비교해봤다. 지난 2년간 시즌마다 6승씩을 올린 박민지는 올해는 6월에만 KLPGA투어 2승을 거두고 통산 18승을 쌓은 국내 투어 대표 선수다.

올해 큰 포부를 가지고 국내 투어와 해외 메이저를 병행한 점은 적극 응원할 일이다. US여자오픈과 에비앙챔피언십에 나가 공동 13위와 공동 20위라는 상위권 성적도 냈다. 하지만 박민지같은 톱 선수는 국내 투어를 오래 비워둘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페블비치에서 US여자오픈을 마치자마자 국내에 복귀해 한 주도 못 쉬고 에버콜라겐 더시에나 퀸즈크라운에 출전했다. 시차 적응이 힘들었는지 컷오프했다. 2주 후에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했고, 다시 2주 후에 두산E&C위브챔피언십에 출전했으나 다시 컷오프했다.

지난 두어달 박민지의 스케줄을 보면 미국 대회에 나갔다가 다음주 국내 대회 왔고- 2주 뒤 프랑스로 갔다가 다시 제주도 시합장으로 왔다. 박민지로서는 해외 메이저 투어 출전 경험에서 많은 것을 얻었고 성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빡빡한 스케줄을 굳이 짜야 했을까?

박민지는 지난주 대회에서 컷오프했다. [사진=KLPGA]

KLPGT 집행부에서는 국내 선수가 대회가 열리는 주에 해외 대회에 나가는 출전 여지를 넓혔다고 한다. 그런데도 무리한 스케줄로 인해 국내에 돌아와서는 연속 컷오프 되는 결과를 냈을까? 박민지는 올해 톱10에 5번 들었으며 컷오프는 세 번인데 그중 두 번이 미국, 프랑스를 오가는 일정 속에 나왔다.

박민지의 욕심이 과해 무리한 스케줄을 짰을 것 같지는 않다. 국가대표를 지낸 체육인 모친에 박민지 스스로도 체력 관리를 잘해 온 영리한 선수다. 그렇다면 무리한 스케줄을 짤 수밖에 없었던 무언의 압박과 후원사에 대한 의무감, 협회의 요구 등이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문체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KLPGA의 파행 운영에 대해 사무 검사를 시행하고 결과를 통보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소속 선수의 큰 해외 투어 출전을 기간이 겹친다는 이유로 1년에 3회로 제안하고 동일 주간 대회 출전에 벌금 1억원까지 부과하는 등은 선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정 개선을 권고했다.

물론 문체부의 권고가 강제성은 없다. 문체부는 사무검사 결과가 반영됐는지 여부를 파악해 정관 개정 승인 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선수 권익 보호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상반기 중에 점검해 모니터링한다고 했다. 하지만 박민지의 이번 사례를 보면 선수 권익이 충분히 지켜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JLPGA의 메르세데스 포인트 순위 신지애가 2위다.

신지애로 돌아가보자. JLPGA를 두 달간 결장하는 신지애의 JLPGA 메르세데스 대상 지수는 해외 포인트 429.6점을 더해 현재 총 1732점이다. 선두 야마시타 미유의 1887포인트를 바짝 추격하는 2위다. 야마시타는 JLPGA투어 18개 대회를 출전했고 시즌 4승을 올려 상금도 선두다.

신지애는 올해 JLPGA투어 12개 대회에 출전해 2승을 했다. 그런데 해외 메이저 출전만으로 대상 포인트 1위를 위협할 정도다. JLPGA는 해외(LPGA) 메이저 대회에서 거둔 성적에 대해 자국 메이저의 2배나 되는 가점을 주기 때문이다. 해외 큰 무대에서 성과를 낼수록 선수를 우대하고 해외 진출을 권하는 JLPGA의 구조라서 가능했다.

결론적으로 다시 박민지로 돌아와보자.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고 제주도 대회를 두 번 출전해 컷오프하는 동안 박민지가 쌓은 KLPGA 대상 포인트는 0점이다. KLPGA는 해외 메이저 대회의 성적은 포인트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12개의 국내 대회를 뛴 박민지의 포인트는 현재 7위로 내려가 있다.

박민지의 대상 포인트에서 해외 대회는 없고 최근 대회 두 번 컷오프로 지난 두달간 0점이다.

그렇다면 두달여 기간 박민지가 얻은 교훈은 무엇일까? 국내에서 기량을 키웠으면 해외 더 큰 무대로 나간다는 포부였을까? 아니면 해외 메이저 대회에 도전하다 포인트만 놓쳤다는 요즘 흔히 말하는 ‘현타’였을까? 열심히 미래를 개척하려 했을 뿐인 선수 본인은 잘못이 없다.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같은 기간에 KLPGA 대회와 LPGA투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이 열렸다. 원래 국내 대회가 없어졌는데도 KLPGA는 급하게 대체 대회를 만든 데 이어 BMW레이디스를 비공인 대회로 규정하고 선수들에게 출전 제한을 걸었다. 그 대회는 이전까지 고진영 등 많은 한국 선수들이 우승해 해외 무대로 나간 유일한 등용문 대회였다.

일본 JLPGA 뿐만 아니라 태국, 중국의 여자골프협회는 해외 큰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를 응원하고 적극 후원하는 노력을 한다. 반면 '세계 넘버원'을 로고송 첫머리에 놓은 KLPGA는 해외 큰 대회로 나가려는 국내 선수가 넘어야 할 힘든 관문이다. 올해 10월 국내에서 열리는 LPGA대회 역시 KLPGA는 비공인으로 규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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