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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골프 올해의 뉴스]④쭈타누깐, 잠룡의 승천

김두용 기자2016.12.28 오전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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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야 쭈타누깐은 2016년 올해의 선수, 상금왕, 100만 달러 보너스를 석권하며 'LPGA 퀸'으로 우뚝 섰다.

'잠자고 있던 사자'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깨어났다.

쭈타누깐은 리디아 고, 김효주와 아마추어 시절부터 라이벌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10대에 우승컵을 끌어안은 리디아 고, 김효주와 달리 정상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2013년 2월 혼다 LPGA 클래식에서 첫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18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는 바람에 다잡은 우승컵을 놓쳤고, 그 후유증이 컸다.

다잡은 고기를 번번이 놓쳤던 쭈타누깐은 첫 우승컵을 품는데 그후로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한 번 우승 맛을 보자 거침없이 질주했다. 그리고 올해 마침내 LPGA투어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LPGA뿐 아니라 골프채널 등도 쭈타누깐의 비상을 세계여자골프의 지각변동으로 꼽았다.

쭈타누깐은 올해의 선수, 상금왕, 레이스 투 CME 글로브 보너스 10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LPGA의 퀸’으로 우뚝 선 그는 이제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를 위협할 가장 강한 상대로 지목되고 있다. 스타일은 리디아 고와 반대지만 쭈타누깐이 갖고 있는 폭발력이 더 크다. 이번 시즌에도 리디아 고보다 더 강렬한 임팩트를 뽐낸 쭈타누깐이다.

LPGA투어 역사상 쭈타누깐 같은 유형은 없었다. 3번 우드로도 270야드를 거뜬히 보내고, 드라이버로는 남자 투어프로보다 더 멀리 보낼 수도 있는 파워를 지녔다. 남자 투어에서 보는 창조적인 샷들이 쭈타누깐에게는 가능하다. 해가 거듭되고 자신감이 붙을수록 이런 창조적인 샷들이 더 나올 것이다. 쭈타누깐에겐 타이거 우즈가 보여줬던 ‘폭발적인 에너지’를 뽐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쭈타누깐은 ‘메이’라는 별명답게 5월에 대형사고를 쳤다.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에서 목 말랐던 첫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킹스밀 챔피언십에 이어 볼빅 챔피언십까지 3연승을 내달렸다. 쭈타누깐이 올 시즌 유일하게 3연승을 기록했다. 쭈타누깐의 멘털 코치인 비전54 팀의 ‘드라이버 제외’ 전략도 그대로 적중했다. 쭈타누깐은 드라이버 없이도 펄펄 날았다.

비전54 팀은 “쭈타누깐은 아직 정돈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엄청난 퍼포먼스를 내고 있다. 잘 다듬으면 소렌스탐과 같은 레벨의 선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평가하기도 했다. 비전54 팀은 소렌스탐과 함께 일을 하기도 했다.


시즌 최종전에서 올해의 선수, 상금왕, 100만 달러 보너스를 확정 지은 에리야 쭈타누깐.

7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쭈타누깐은 메이저 첫 승을 기록했다. 시즌 첫 메이저인 ANA 인스퍼레이션의 악몽을 말끔히 씻는 우승이었다. 당시 쭈타누깐은 3홀 남기고 2타 앞섰지만 3연속 보기를 범해 리디아 고에게 역전패를 허용했다. 쭈타누깐은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도 6타 차까지 앞서가다 13번 홀에서 더블 보기를 해서 이미림에게 1타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쭈타누깐은 17번 홀에서 8m 버디 퍼트를 절묘하게 홀컵에 떨어뜨리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 메이저 우승으로 쭈타누깐은 주요 타이틀 레이스에서 리디아 고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했다. 올림픽 이후 리디아 고가 부진하면서 결국 쭈타누깐은 레이스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LPGA투어 진출 2년 만에 달성한 쾌거였다. 쭈타누깐은 “올해의 선수가 가장 받기 어려운 상인데 정말 큰 영광”이라고 기뻐했다.

쭈타누깐의 ‘웃음 루틴’도 화제가 됐다. 어드레스 이전에 미소를 짓고 샷을 하는 루틴 방법이다. ‘웃음 루틴’은 최종 라운드 공포증이 있는 쭈타누깐에게 큰 도움을 줬다. 비전54 팀은 “대화를 하던 중 쭈타누깐이 ‘미소를 지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서 시작됐다. 본인이 자연스럽게 찾은 루틴”이라며 비밀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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