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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54 창시자 "쭈타누깐, 소렌스탐보다 매직샷 많아"

김두용 기자2016.12.06 오전 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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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54 창시자인 피아 닐슨(왼쪽에서 두 번째)은 안니카 소렌스탐(맨 왼쪽)과 함께 일했고, 지금은 쭈타누깐 자매의 멘털 트레이닝을 담당하고 있다. [네이플스=김두용 기자]

비전54의 창시자 피아 닐슨과 린 매리어트는 올 시즌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을 여왕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다.

닐슨과 매리어트는 쭈타누깐의 첫 인상에 대해“54타를 기록할 재능이 충분하다”고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이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만난 닐슨과 매리어트는 “안니카 소렌스탐보다 쭈타누깐의 54타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저 없이 말했다.

비전54 팀은 ‘골프 여제’ 소렌스탐의 54타 프로젝트를 위해 힘썼다. 닐슨과 매리어트는 소렌스탐이 전성기 때 만났다. 소렌스탐은 2001년 LPGA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2라운드에서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59타를 기록했다. 이후 소렌스탐의 비전54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비전54 프로젝트는 18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아야 가능한 ‘퍼펙트 스코어’다. 닐슨과 매리어트는 “소렌스탐은 이미 많은 것들이 만들어졌을 때 만났고, 쭈타누깐은 반대였다”고 설명했다.

갈고 닦아야 하는 원석이지만 쭈타누깐의 첫 인상은 소렌스탐보다 더 강렬했다고 멘털 코치들은 얘기했다. 이들은 “쭈타누깐은 소렌스탐보다 훨씬 더 많은 매직 샷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쭈타누깐은 3번 우드로도 270야드의 드라이브샷을 날리는 폭발적인 파워 덕분에 코스를 요리할 수 있는 카드가 많은 셈이다. 닐슨은 “쭈타누깐은 2번 아이언으로도 다른 선수들 드라이버 샷보다 더 멀리 보낼 수 있는 파워가 있다”고 말했다.

쭈타누깐은 비전54 팀의 권유로 골프백에서 드라이버를 뺐고, 골프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3월부터 닐슨, 매리어트의 집중 관리를 받은 쭈타누깐은 5월 대회에서 3연승(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 킹스밀 챔피언십, 볼빅 챔피언십)을 차지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매리어트는 “쭈타누깐이 자신의 드라이버를 ‘와이파이’로 표현했다.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너무 일관성이 없어서 불안감을 노출했는데 그럼 차라리 드라이버 없이 경기하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드라이버 없이도 쭈타누깐은 승승장구했다. 티샷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자 두 번째, 세 번째 샷도 잘 풀렸다. 닐슨은 “소렌스탐과 쭈타누깐은 정반대의 캐릭터다. 소렌스탐이 모범적이고 정돈이 잘 됐다면 쭈타누깐은 산만하고 강아지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쭈타누깐은 아직 정돈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엄청난 퍼포먼스를 내고 있다.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잘 다듬으면 소렌스탐과 같은 레벨의 선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쭈타누깐은 LPGA투어 진출 2년 만에 올해의 선수, 상금왕에 올랐고, 레이스 투 CME 글로브 최종 우승자가 되면서 100만 달러 보너스도 손에 넣었다. 올해 세계여자골프 최고의 주인공이었다. 닐슨과 매리어트는 “쭈타누깐과 최종 라운드 전날 항상 ‘끝장 상담’을 한다. 최종 라운드를 앞둔 토요일에 쭈타누깐의 불안감과 긴장감을 덜어주기 위해 가장 긴 멘털 상담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피아 닐슨(오른쪽)과 린 매리어트.

둘은 ‘웃음 루틴’에 대한 비밀도 공개했다. 어드레스 이전에 미소를 짓고 샷을 하는 루틴 방법이다. 이는 최종 라운드 공포증이 있는 쭈타누깐에게 큰 도움을 줬다. 매리어트는 “사실 웃음 루틴은 우리가 권유한 게 아니다. 대화를 하던 중 쭈타누깐이 ‘미소를 지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서 시도된 것이다. 본인이 자연스럽게 찾은 루틴”이라고 털어놓았다.

비전54 팀에서 닐슨과 매리어트의 역할은 다르다. LPGA투어 프로 출신인 닐슨이 아빠, 매리어트가 엄마 임무를 맡는다. 매리어트는 “닐슨이 단호한 유형이라면 저는 선수들을 포용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기본 프로그램은 있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선수들에게 맞는 최고의 멘털 트레이닝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닐슨은 올해 롤렉스 어워드에서 올해의 LPGA 교습가 상을 받았다. 1983~87년 LPGA투어에서 활약한 그는 멘털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전문가다. 그는 “TV를 해설하는 전문가들이 너무 기술적인 것만 보고 평가하고 해석하는 경향이 많다. 감성적인 부분을 놓치는 것이다. 감정의 변화로 인해 몸이 움츠려들고 제 스윙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비전54는 밸런스를 가장 중시한다. 둘은 “기술과 감성, 멘털의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 한 가지만 어긋나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비전54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54타 선수를 한 번도 배출하진 못했다. 그래도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둘은 “54라는 숫자는 상징적이다. 소렌스탐이 54타를 기록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건 아니다”라며 “꿈의 스코어 54타에 도전하기 위해서 필요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는 과정”이라고 ‘54’라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했다.

비전54 팀은 쭈타누깐 자매를 비롯해 최나연, 미야자토 아이(일본)와 PGA투어의 그라함 데라엣(캐나다) 등을 관리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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