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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 전설과 바통을 이어 받다

김두용 기자2016.11.18 오후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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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가 18일 LPGA 롤렉스 어워드에서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에게 신인상 트로피를 건네 받고 있다. [LPGA 제공]

1994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신인왕 수상자가 먼저 소개됐다.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46·스웨덴)은 박수 소리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장내에 울려 퍼진 환호와 박수는 소렌스탐을 위한 게 아니었다. 바로 소렌스탐이 소개할 주인공인 전인지(22)를 향한 응원과 격려의 울림이었다.

전인지가 1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LPGA 롤렉스 어워즈에서 소렌스탐에게 2016년 신인왕 트로피를 건너 받았다. 소렌스탐은 전인지에 대해 “첫 해에 대단한 기록으로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정말 재능 있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단상에 올라온 전인지는 ‘여배우’ 같았다. 양쪽 어깨를 훤히 드러낸 검정 드레스를 차려 입은 전인지는 레드 카펫이 아닌 ‘그린 카펫’을 밟고 영광의 자리에 섰다.

소렌스탐, 카리 웹(42·호주) 등 살아 있는 전설들의 시선이 전인지에게 쏠렸다.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준비한 영어 연설문을 시작한 전인지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LPGA에서 플레이하는 것은 제 꿈이었는데 모든 분들이 저를 반겨주시기까지 했습니다”라며 차분하게 읽어내려갔다. 이어 “제 이름이 전설들 옆에 나란히 새겨진다니 무척 설렙니다. 소렌스탐, 줄리 잉크스터, 박세리가 바로 대표적인 신인상 수상자들”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아직 발음은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줬다. 신인으로서 이겨내야 했던 코스 적응, 장거리 이동, 영어 공부 등의 내용이 나오자 격려의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신을 이 자리까지 이끌어준 박원 코치와 캐디 데이비드 존스 등 ‘전인지 팀’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후원사와 팬클럽 ‘플라잉 덤보’에게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기나긴 여정을 통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여러분의 도움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연설을 마쳤다.

홀가분한 표정으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전인지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한 마음으로 전인지의 앞날을 응원하는 박수였다. 단상을 내려오자 웹이 전인지를 끌어안았다. 웹은 “정말 멋진 연설이었다. 올해 정말 잘 했고 앞으로도 응원하겠다”며 전인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전인지는 “올 한 해 동료 선수들의 응원 덕분에 투어를 즐길 수 있었고, 신인상까지 받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챔피언 퍼트보다 더 긴장된다는 신인상 연설을 훌륭하게 소화한 전인지는 “진심을 담아 내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런 마음을 담아 한 문장씩 읽다 보니 어느 새 마지막 문장이었다”며 “전설들에게 상과 축하를 받으니 너무 영광이었다. ‘이 순간 이런 기분 느끼기 위해 열심히 했구나’는 보람을 느꼈다”며 미소를 지었다.

전인지는 올해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준우승, 3위를 세 차례씩 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3년 국내 무대에서는 김효주(21·롯데)에 밀려 아쉽게 신인상을 놓쳤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꿈을 이뤘다. 그는 “2013년 막판 부상으로 시즌을 접어야 했을 때 부모님이 굉장히 안타까워 하셨다. 이 자리에 오시진 못했지만 항상 저를 위해 희생해주신 부모님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말했다.

한편 전인지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4언더파 공동 4위에 올랐다. 펑샨샨(27·중국)이 6언더파 선두다.


◇다음은 신인왕 연설 전문

제일 먼저 마이크 완과 LPGA 관계자 여러분, LPGA 창립자분들, 대회 후원사들과 파트너들, 그리고 동료 투어 멤버들께 감사드립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함께 LPGA에서 플레이하는 것은 제 꿈이었는데, 모든 분들이 저를 반겨주시기까지 헀습니다.

루이스 석스 롤렉스 신인상을 받아 정말 영광스럽고, 제 이름이 이전의 훌륭한 선수들 옆에 나란히 새겨진다니 무척 설렙니다. 루이스 석스 신인상과 이 상을 받은 선수들이 LPGA 세계 명예의 전당에 올랐음을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줄리 잉스터, 아니카 소렌스탐, 그리고 물론 박세리 프로님이 바로 대표적인 분들입니다.

올해는 처음 가보는 코스들, 장거리 이동, 영어 공부 등 신인으로서 많은 것들을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팀이 정말 많은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최근 5년간 많은 성과를 이루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주신 박원 코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 분은 저의 코치이자 멘토입니다. 저의 캐디님 데이빗 존스, 매니저이신 카일리 프랫과 브라이트퓨처 윤성각 팀장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를 이만큼 키워주신 부모님께도 항상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의 모든 후원사들께도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LPGA의 많은 팬들과 한국에 계시는 저의 플라잉 덤보 팬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기나긴 여정을 통해 이자리에 왔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여러분의 도움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LPGA를 후원해주시고 오늘의 이런 시상식 자리까지 마련해주신 롤렉스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네이플스=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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