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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경기 3번 기권' 멘털 무너진 최나연, 슬럼프 정면돌파

김두용 기자2016.10.26 오후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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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연은 2008년 LPGA 투어 진출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6~7월에는 6개 대회 연속 컷 탈락 수모도 겪었다. [사진 KLPGA]

최나연이 최근 5개 대회에서 세 차례나 기권하는 등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최나연은 27일부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골프 앤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 대회에 출전한다. 최나연은 2011년 열린 이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우승 후보가 아니다. 최근 부진한 성적을 고려하면 컷 탈락이 없는 대회인 게 오히려 다행일 정도다.

최나연은 시즌 마지막 메이저인 에비앙 챔피언십 기권을 시작으로 레인우드 LPGA 클래식 80위,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 기권(1라운드 9오버파),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73위, 블루 베이 LPGA 기권(1라운드 10오버파)을 기록했다. 레인우드 클래식부터는 70~80명이 출전하는 대회였기 때문에 최근 5경기 성적은 기권 아니면 최하위권이었다.

2008년 LPGA 투어에 진출한 최나연은 통산 9승에 통산 상금 1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2010년에는 상금왕에 오르기도 했다. 매년 20개 이상 대회에 출전했고, 지난해 상금 순위 17위가 가장 나쁜 성적일 정도로 꾸준함을 자랑했다. 하지만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현재 34만5000달러로 상금 순위 49위에 머물고 있다. 주변에서는 ‘슬럼프’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뷰익 챔피언십 이후 성적표는 처참하다. 최나연은 뷰익 챔피언십에서 1타 차로 앞서다 마지막 홀 보기로 연장 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연장 첫 홀에서 보기를 기록해 펑샨샨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준우승도 훌륭한 성적이지만 18번 홀(3라운드, 4라운드, 연장 첫 홀)에서 3연속 보기로 우승컵을 놓쳤던 게 컸다. 결국 최나연은 뷰익 챔피언십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최나연은 공식 인터뷰에서 “뷰익 챔피언십 이후 보기를 하거나 실수가 나오면 밥을 먹지 않기로 했다. 일종의 체벌 같은 것”이라며 자신을 채찍질하기도 했다.

뷰익 챔피언십 이전까지 최나연의 성적표는 준수했다. LPGA 투어 초반 9개 대회에서 톱10 3회에 컷 탈락은 1번에 불과했다. 하지만 뷰익 챔피언십 후 15경기에서 컷 탈락 7번에 기권 3회를 기록했다. 6개 대회 연속 컷 탈락 수모를 겪기도 했다. 최고 성적은 숍라이트 클래식 공동 11위. 최나연은 숍라이트 클래식 2라운드까지 선두에 1타 차로 우승 경쟁을 벌였지만 3라운드에서 무너졌다.

최나연의 측근은 “스윙이나 몸 상태가 아닌 멘털의 문제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최나연의 매니지먼트사는 “허리 통증이 있지만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지난해 허리 디스크로 5개 대회를 건너뛴 적이 있다. 당시 쉬는 기간 동안 최나연은 “골프를 얼마나 사랑하는 줄 알았다. 평생 골프를 하고 싶고 오랫동안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리우 올림픽도 선수 최나연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나연은 현역임에도 해설자로 변신해 친구 박인비의 금메달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했다. 박인비의 '금메달 투혼'에 눈물까지 흘리며 기뻐했던 그였다. 사실 최나연은 2015년까지만 해도 리우 올림픽 출전 후보 중 한 명이었다. 그만큼 올림픽 출전 목표를 이루지 못한 최나연의 상실감은 컸다고 한다. 최나연은 올림픽 이후 열린 5개 대회에서 세 차례나 기권했다.

골프 선수들은 누구나 한 번은 극심한 슬럼프를 겪는다. 박세리와 박인비도 그랬다. 최나연도 부진의 원인을 찾기 힘든 그런 시기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최나연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그는 다음 주 토토 재팬 클래식까지 아시안 스윙 6개 대회를 모두 소화하기로 결정했다. ‘쉼표’가 아닌 경기를 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문제점을 찾아보겠다는 의중이다.

최나연은 올 시즌 부진으로 세계랭킹 37위까지 떨어졌다. 평생 골프를 하고 싶다는 최나연은 2020년 올림픽 출전 꿈을 가슴에 그리고 있다. 최나연은 투어 프로들이 인정하는 ‘가장 모범적인 스윙’을 구사한다. 멘털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최나연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기량의 소유자다. 최나연이 슬럼프를 잘 이겨내고 ‘2020년 올림픽 출전 목표’를 향해 다시 힘찬 발걸음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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