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뉴스

박세리에게 전달된 아버지와 박찬호의 메시지

김두용 기자2016.10.14 오후 12:09

폰트축소 폰트확대

뉴스이미지

박세리는 13일 은퇴식에서 '자신의 심장 같은 분'인 아버지 박준철 씨와 뜨거운 포옹을 하며 서로의 마음을 공유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영원한 영웅’ 박세리의 공식 은퇴식이 열렸던 날에 아버지 박준철 씨도 눈물을 흘렸다.

박세리에게 아버지는 ‘심장 같은 사람’이다. 골프 입문부터 시작해 미국 진출, 명예의 전당 입성까지 영웅 박세리의 탄생을 이끈 분이다. 박세리는 아버지를 향해 친구 같고 때론 애인 같은 역할을 해줬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오션코스 18번 홀에서 진행된 은퇴식에서 박 씨는 뭉클했다. 그는 “눈물을 잘 안 흘리는데 가슴이 허전해서 눈물이 났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 씨는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에도 1997년 박세리의 미국 진출을 도왔다. 박세리는 1998년부터 LPGA 투어에서 뛰었고, 아시아 선수 최다인 25승을 챙겼다. 박 씨는 “당시에는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없었고, 첫 도전이었기 때문에 힘들었다. 그때 고생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고 회상했다.

명예의 전당 입회 때보다 이날 은퇴식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고국에서 은퇴식을 여는 게 명예의 전당 때보다 더 자랑스럽다. 수많은 팬들의 응원과 격려를 보니 저의 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인한 박 씨는 지금까진 박세리의 성장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은퇴 이후 주도권은 딸에게 넘겨줄 계획이다. 그는 “이제는 딸을 리드할 수 없다. 앞으로는 본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 한국을 세계적인 골프강국으로 이끄는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이어 그는 “오늘 보니 앞으로는 세리가 받았던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한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박찬호도 비슷한 시기에 세계 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준 동반자로서 은퇴식 자리를 함께 했다. 한국의 야구 영웅 박찬호는 “정말 나보다 더 대단한 친구다. 그리고 ‘그린필드의 동반자”라며 “박세리라는 존재가 있어서 세계에서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더 올라갔다. 동료들에게 박세리가 한국인이라고 소개했을 때 정말 뿌듯했다”고 회고했다.


동반자의 길을 걷고 있는 박세리와 박찬호.

박찬호는 은퇴를 앞둔 박세리와 나눴던 대화 중 일부도 소개했다. 그는 “우리는 나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후배라는 열매가 나무로 인해 열리게 되고 더 나아가 거창한 숲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새로운 인생에 대한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선수의 옷만 벗는 거지 박세리라는 이름을 떠날 순 없다. 앞으로 지도자 등으로 많은 역할을 해야 할텐데 그때마다 즐겼으면 좋겠다.”

이날 박찬호뿐 아니라 야구 영웅 선동열, 배구 영웅 김세진 등도 박세리의 마지막 길에 격려와 축복의 박수를 보냈다. 박세리는 “이제부터 또 다른 시작이다. 종목은 다르지만 스포츠인으로 같은 길을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박세리는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을 전반 9홀을 돈 시점이라고 말한다. 후반 9홀에는 더 많은 일들이 박세리에게 일어났으면 한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