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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여왕'도 팬들도, 동료들도 울어버린 은퇴식

이지연 기자2016.10.13 오후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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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 도중 눈물을 흘리는 박세리. 그는 "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고 떠날 수 있어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하나금융그룹 제공]

'골프 여왕'의 눈물에 팬들도 울고, 선수들도 울었다. 박세리가 20년 프로 인생을 마무리하는 공식 은퇴식을 갖고 정든 필드를 떠났다.

박세리는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 72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가 끝난 뒤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18번 홀에서 열린 '열린 은퇴식'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동료 선수를 비롯해 지인들과 팬들이 함께 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대회장에는 평일인데도 골프 여왕의 마지막을 보려는 팬들로 북적였다. 은퇴식이 진행된 18번 홀 그린 주변에는 500여 명의 팬들이 함께 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을 비롯해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박인비, 야구 선수 출신 선동렬과 박찬호 등도 박세리를 보기 위해 달려왔다. 내년 2월 둘째 출산을 앞둔 박지은은 큰딸 지유를 데리고 은퇴식에 참석했다.

활짝 미소를 지으며 은퇴 장소로 들어선 박세리는 회고 영상이 상영되는 사이 눈물범벅이 됐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나온 맨발 해저드 샷과 함께 수없이 되풀이된 노래 ‘상록수’가 나오는 사이 일부 동료 선수들과 팬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박지은은 “내가 은퇴했을 때보다 더 눈물이 난다. 언니가 좋은 남자를 만나 제 2의 인생을 멋지게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퇴식을 마친 박세리는 동료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을 나누며 석별의 정을 달랬다. 그리고 기자실로 발걸음을 옮겨 진짜 마지막 인터뷰를 했다. 박세리는 "오늘 아침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갈 때까지도 실감이 안 났다. 그러나 경기를 하면서 여러 감정이 오갔다. 18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오니 다시 실감이 났고, 18번 홀에서 내내 울었다. 우승할 때보다도 더 최고의 순간이었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의 축복 속에 은퇴하게 돼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내일 다시 경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은 박세리는 "많은 사람들이 1라운드에서 성적이 좋으면 경기를 더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러나 지금에 만족한다. 내일 친다고 하면 팬 분들이 또 나와야 할텐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왼쪽 어깨 끝 뼈가 다 닳은 상태인 박세리는 이날의 라운드를 위해 3개월 만에 클럽을 잡고 필드에 섰다. 그러나 통증 때문에 경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버디 1개와 보기 9개로 8오버파를 적어내며 출전 선수 78명 중 최하위인 공동 76위를 기록한 뒤 기권했다.

20년의 프로 생활을 마감한 박세리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지도자로서의 '제 2의 인생'을 설계할 계획이다. 박세리는 "골프 선수 박세리가 아닌 지도자로서 골프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한 뒤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기자실을 떠났다.




영종도=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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