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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정 인비테이셔널'을 아시나요

김두용 기자2016.10.11 오후 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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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정 인비테이셔널'에 초대된 에리야 쭈타누깐(최운정 오른쪽),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최운정 왼쪽) 등이 지난 10일 인천 계양구의 한 식당에서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대회 주간에 열리는 ‘최운정 인비테이셔널’을 아시나요.

최운정(26·볼빅)이 호스트인 ‘최운정 인비테이셔널’은 한국을 좋아하는 선수라면 모두 참석하길 원하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한국이 첫 방문인 LPGA 투어 멤버라면 더욱 그렇다. 이 행사는 최운정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동료들을 위해 준비하는 특별한 만찬이다. 올해로 벌써 6년째를 맞았다. 지난 10일 인천 계양구의 한 한식당에서 열린 ‘최운정 인비테이셔널’은 마이크 완 LPGA 커미셔너까지 참석할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브룩 헨더슨(19·캐나다)과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 등 25명의 선수와 캐디, 가족 등 약 60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갈비와 불고기, 잡채, 전 등 푸짐한 한국음식이 차려졌다. 메인 메뉴인 갈비는 80kg(133인분)이 준비됐다. 남자골프 메이저인 마스터스 대회 기간에 전년도 챔피언이 마련하는 ‘챔피언스 디너’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좌식 식탁에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한식당에서 ‘갈비 파티’와 더불어 선수들의 술잔이 오가는 정겨운 장면은 '최운정 인비테이셔널'이 아니면 보기 드문 풍경이다.

한국을 첫 방문한 헨더슨은 “한국 음식은 처음이다. 젓가락이 낯설었지만 갈비가 최고였다”며 “투어를 다면서 이렇게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거의 없었다. 정말 흥미로웠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장타자 브리타니 린시컴(31·미국)은 한국 음식 성애자다. 행사에 매번 참석하는 린시컴은 초대장이 오지 않자 트위터로 “이번에도 초대해줄 거지”라는 애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린시컴과 주타누깐, 안나 노르드크비스트(29·스웨덴)는 나란히 한 자리에 앉아 1시간 만에 갈비 50인분을 뚝딱 해치우는 대식가의 면모를 보여줬다. 직접 고기를 자른 쭈타누깐은 “갈비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항상 초대받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전 세계랭킹 1위 미야자토 아이(31·일본)를 위한 특별한 육개장도 마련됐다. 최운정이 평소 육개장 조리법에 대해 물어볼 정도로 관심을 보인 미야자토를 위해 별도로 주문한 것이다. 미야자토는 “조금 맵기는 하지만 참 맛있는 음식”이라고 평가했다.


최운정과 함께 건배를 하고 있는 마이크 완 커미셔너와 LPGA 관계자들.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도 한잔 곁들였다. 최운정이 직접 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을 제조해서 동료 선수들에게 건넸다. 선수들은 한국식으로 “위하여”, “원샷”을 외치며 잔을 부딪쳤다. 최운정이 잔을 비운 뒤 머리 위에 잔을 뒤집어 확인하는 동작을 선보이자 몇몇 선수들도 따라하며 즐거워했다. 술이 들어가자 선수들의 얼굴이 붉게 상기됐고,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처음으로 초대된 라이언 오툴, 재키 콘코리노(이상 29·미국)는 최운정처럼 자리를 옮겨가며 동료들과 술잔을 부딪치는 등 ‘첫 한국 파티’를 즐겼다.

최운정은 “한국 음식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마련한 조촐한 식사 자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좋은 문화를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최운정의 캐디백을 메고 있는 아버지 최지연 씨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지만 이런 자리를 통해 서로 알아가고 소통할 수 있다. 한국의 좋은 추억이자 이미지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마이크 완 커미셔너는 "이날만큼은 경쟁에서 벗어나 마음껏 먹고 즐겼으면 좋겠다"라고 반겼다.

한편 300만원 정도 나온 음식값은 최운정의 아버지가 계산했다. 본 대회인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은 13일부터 나흘간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다.

인천=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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